금화터널을 지나며
강형철
매연이 눌어붙은 타일이 새까맣다
너는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적어
그 곁에 보 고 싶 다 썼고
나는 정차된 좌석버스 창 너머로
네 눈빛을 보고 있다
손가락이 까매질수록
환해지던 너의 마음
사랑은 숯검댕일 때에야 환해지는가
스쳐지나온 교회 앞
죽은 나무 몸통을 넘어 분수처럼 펼쳐지는
능소화
환한 자리
- 강형철 시선집 『가장 가벼운 웃음』(봄날의 산책) 중에서
강형철 시인은 1955년 군산에서 태어났다. 숭실대 철학과, 동대학원에서 국문과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1985년 『민중시』 2집에 「해망동 일기」 외 5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해망동 일기』, 『야트막한 사랑』, 『도선장 불빛 아래 서 있다』 등이 있다. 한국작가회의 상임이사와 문예진흥원(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무총장, 숭의여자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5월시’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 《쿨투라》 2023년 2월호(통권 104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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