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모여라, 2023 베를린영화제로 - 홍상수, 변성현, 유형준 감독 초청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모여라, 2023 베를린영화제로 - 홍상수, 변성현, 유형준 감독 초청
  • 설재원 에디터
  • 승인 2023.02.02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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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가 2월 16일부터 26일까지 개최된다. ‘지속 발전 가능한 축제’를 내세우는 베를린영화제는 칸, 베니스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불리며 이중 가장 젊고 실험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특히 올해는 ‘Let’s Get Together’를 슬로건으로 상영관을 늘리고 경쟁부문 작품과 스페셜 갈라 상영 횟수를 늘려, 몇 년 간 팬데믹으로 베를린영화제를 '직접’ 경험하기 어려웠던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줄 예정이다. 유러피안필름마켓은 16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되며 2년만에 오프라인으로 개최된다. 또한 새로운 변화로는 올해부터 TV 시리즈를 대상으로 하는 ‘베를리날레 시리즈’ 부문도 경쟁 방식으로 변화하였는데, 더욱 높아진 시리즈의 위상을 엿볼 수 있다.

 

올해의 영화제

올해의 개막작은 레베카 밀러의 〈쉬 캐임 투 미She Came To Me〉이다.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섹션에서 경쟁을 하는 이 작품은 피터 딘클리지와 앤 해서웨이가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로맨틱 코미디이다. 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인 마리에테 리센벡과 카를로 샤트리안은 “서구 사회의 일상적인 갈등을 다룬 거부할 수 없는 코미디로 영화제를 시작하여 매우 기쁘다”며 “〈쉬 캐임 투 미〉는 프리코드 할리우드 영화와 같이 표현의 자유에 바치는 마법 같은 송가”라고 밝혔다.

〈쉬 캐임 투 미〉 ©Protagonist Pictures

올해의 심사위원장은 〈트와일라잇〉의 벨라 역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이다. 2018년 제71회 칸영화제에 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도 위촉된 바 있는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이번엔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장 자리에 이름을 올리며 역대 최연소 심사위원장으로 참여하는 영예를 안았다.

올해의 명예황금곰상은 ‘영화의 왕’ 스티븐 스필버그가 받는다. 감독, 프로듀서, 각본가로서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스필버그는 이번 골든글로브에서 자전적 영화 〈더 파벨만스〉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모두 차지하기도 했다. 그의 데뷔작인 〈듀얼〉과 〈E.T.〉, 〈더 파벨만스〉 등 8편의 작품은 ‘오마주Hommage’ 섹션에서 만날 수 있다. 시상식은 21일 베를린 팔라스트에서 열리며 직후에는 〈더 파벨만스〉 상영이 이어진다. 오마주 섹션의 예술감독인 라이너 로터는 “스필버그는 50여 년에 걸친 경력 동안 계속해서 민감한 주제를 건드리며 영화적 스토리텔링 기술에 주요한 발자취를 남겼다”며 “전 세대, 전 세계에 걸친 영화광들은 그의 전작全作을 보며 함께 성장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스즈메의 문단속〉 ©2022 Suzume Film Partners

영화제 프로그램

올해 베를린영화제에는 18편의 초청작이 ‘경쟁부문Competition’을 찾는다. 가장 화제를 모으는 작품은 21년 만에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황금곰상을 노리는 신카이 마코토의 〈스즈메의 문단속〉이다. 7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베를린영화제에서 애니메이션 작품으로서 황금곰상을 받은 경우는 〈신데렐라〉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두 번 뿐이다. 이미 일본에서 개봉하여 ‘천만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는 〈스즈메의 문단속〉이 월드프리미어를 선호하는 베를린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진출한 것은 그 자체로 20여 년 전 미야자키 하야오가 선사한 충격을 떠올리게 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달 선댄스영화제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셀린 송의 〈전생Past Lives〉 또한 주목한 만하다. 메가폰을 잡은 셀린 송은 〈넘버3〉의 송능한 감독의 딸로, 그의 장편영화 데뷔작인 〈전생〉은 선댄스영화제 월드프리미어 상영에서 평론가들에게 ‘올해 최고의 영화가 될 것’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주연으로 그레타 리, 유태오, 존 마가로가 참여하였으며, 〈미나리〉로 국내에도 친숙한 A24에서 제작을 맡았다. 장률 감독도 〈백탑지광The Shadowless Tower〉으로 오랜만에 경쟁부문에 초청받았다. 〈두만강〉과 〈후쿠오카〉 등으로 ‘제너레이션’이나 ‘포럼’ 섹션에는 종종 이름을 올렸지만, 장률 감독이 황금곰상 레이스에 참여하는 건 2007년 〈경계〉 이후 16년 만이다.

뉴 저먼 시네마를 이끌었던 노장 마르가레테 폰 트로타는 〈사막으로의 여행Journey into the Desert〉을 선보인다. 〈독일 자매The German Sisters〉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적이 있는 마르가레테 폰 트로타는 올해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린 감독 중 유일하게 3대 영화제 최고상을 수상해본 감독이기도 하다. 베를린 학파의 주요 일원인 크리스티안 페촐트는 신작 〈붉은 하늘Afire〉을 들고 왔다. 〈바바라Barbara〉로 은곰상(감독상)을 받은 바 있는 페촐트가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이번이 벌써 여섯 번째이다.

이외에도 누벨바그의 마지막 세대 감독인 프랑스의 필립 가렐은 〈북두칠성The Plough〉를, 프랑스계 이란 감독 에밀리 아테프는 〈언젠가 서로에게 모든 걸 말할거야Someday We’ll Tell Each Other Everything〉를 선보이는 등 신인 감독과 베테랑 감독이 고루 섞인 라인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경쟁부문 초청작 18편을 살펴보면 15편이 월드프리미어로 상영되고, 3편은 신인 감독의 데뷔작이다. 또한 6편의 작품이 여성감독 영화이며, 8명의 감독이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적이 있다.

한편 홍상수 감독의 스물 아홉 번째 장편 〈물 안에서〉는 ‘인카운터스’ 섹션에 초청받았다. 2020년 신설된 인카운터스 섹션은 보다 신선한 영화들을 소개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 또한 경쟁방식이기는 하나 황금곰상 레이스를 펼치는 ‘경쟁부문Competition’과는 다른 섹션이다. 2020년 〈도망친 여자〉부터 〈인트로덕션〉, 지난해 〈소설가의 영화〉까지 3년 연속 은곰상을 받은 홍상수 감독의 황금곰상 도전은 다음을 기약하게 됐으나, 새로운 섹션에 이름을 올린 만큼 이번에는 어떠한 색다른 영화를 선보일지 관심을 모은다.

다른 한국영화로는 변성현 감독의 〈길복순〉, 유형준 감독의 〈우리와 상관없이〉가 베를린을 찾는다. 베를리날레 스페셜 부문에 초청받은 변성현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길복순〉은 지금 가장 핫한 배우 전도연, 설경구, 구교환 등의 참여로 눈길을 끈다. 유형준 감독의 장편 데뷔작 〈우리와 상관없이〉는 흑백으로 구성된 미장센과 여성서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3대 영화제 중 가장 실험적 성격이 강한 ‘포럼’ 부문에서 만날 수 있다.

 


 

 

* 《쿨투라》 2023년 2월호(통권 104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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