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책 한 모금] 문화잡지 ‘쿨투라’ 2월호 주제는 ‘2023 AWARDS’
《아시아경제》 [책 한 모금] 문화잡지 ‘쿨투라’ 2월호 주제는 ‘2023 AWARDS’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3.02.02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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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쿨투라의 2월호 테마는 ‘2023 쿨투라 AWARDS’다. 한국 문학과 문화 각 콘텐츠 분야에서의 성취와 의미를 기념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로, 영화 부문에서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 시 부문에서 ‘숨’의 박소란 시인, 드라마 부문에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문지원 작가를 선정했다. 각 수상자의 인터뷰와 더불어, 한국문화 지형도를 짚어보는 본지 편집위원의 좌담 내용을 수록했다. 제17회 쿨투라 신인상으로 선정된 김해솔 씨(시)와 이우빈 씨(영화 평론)의 당선작과 수상 소감을 공개한다.

마술적인 하나의 순간, 아주 드라마틱한 전환이 있기보다는 좀 ‘차근차근 작은 것들로 쌓아가는 그런 발전이 더 현실적이고 더 우리의 삶에 가깝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작은 거, 그런 표정이나 예를 들면 그냥 잠을 재워준다, 어떤 알 수 없는 이상한 근거 없는 기법을 가지고 그냥 뭐라고 뭐라고 중얼중얼하는데 심지어는 그게 중국어로 바뀌어서 내용도 모르는 어떤 그냥 소리로 전환되고 그런 것만으로도 꿀잠을 재울 수 있다 하는 식의 그런 작은 것들. 첫 만남에서도 ‘마침내’라는 단어를 듣고 그것을 음미하면서, 그리고 가만히 빤히 보면서 ‘저 사람의 패턴을 알고 싶다’라는 그런 호기심. 이런 식의 것들로 차근차근 쌓아 올라가는 거죠. 그래서 초밥을 먹고 같이 상을 치운다, 이런 작은 행위들. 제가 그전에 만들었던 영화에서의 아주 극적인 전환의 마법도 좋지만, 또 이런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 「2023 쿨투라 AWARDS - 오늘의 영화 | “차근차근 작은 것들로 쌓아가는 그런 발전이 더 현실적이고 우리 삶에 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 인터뷰」(강유정 교수, 영화평론가) 중에서, 본문 41쪽


우리 사회에 무언가 대단한 화두를 던지겠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만들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저는 그저, 제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소중히 모아서 여러분 앞에 조심스럽게 펼쳐놓는 창작자가 되고 싶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을 여러분도 좋아하시기만을 간절히 바라면서요. 여러분,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2023 쿨투라 AWARDS - 오늘의 드라마 | “〈우영우〉는 나에게 격려와 용기 준 작품….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 소중히 펼치는 창작자 되고 싶어”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문지원 작가 인터뷰」(이은주 기자) 중에서, 본문 67쪽


나는 말하는 일을 좋아하고 말하는 일을 수정하는 일은 더 좋아한다고. 이건 어쩐지, 시공을 초월하는 일 같다고.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일 같다고. 하지만 사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은, 내가 한 말에 책임지는 일이다. 번복할 수 없음을, 더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있음을 아는 일이다. 그러니까 어쩌면 계속 말하고 수정하는 일은, 나를 무너지게 할 수도 있다. 누군가 내게 이렇게 묻게 할 수도 있다.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야? 대체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냐고? 과해. 과하다고. 넌 미쳤어.” - 「제17회 쿨투라 신인상 | 시 부문 당선 소감」(김해솔) 중에서, 본문 90쪽


제 또래들이 NCS니 토익 스피킹이니 착실한 사회인으로의 변태에 몰두할 때 저는 여전히 영화란 공상에 빠진 것입니다. 혹은 영화로 글쓰기란 어불성설의 몽상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것입니다. 불안하지 않다면 거짓말입니다. 영화와 글이라는 두 개의 이정표는 점점 색이 바래고 저는 저의 미래를 어디로 몰고 나가야 할지 영 헷갈리기만 합니다. 그러니까 영화와의 권태기는 연인 간의 권태기가 으레 그렇듯 저로부터 나온 문제입니다. ‘지금이라도 코딩을 배울까?’란 야비한 맘이 저를 연신 괴롭히고, 저는 괜히 이 문제의 원인을 영화란 친구에게 돌리고 있는 것입니다. - 「제17회 쿨투라 신인상 | 영화 평론 부문 당선 소감」(이우빈) 중에서, 본문 98쪽


문화잡지 쿨투라 2023년 2월호(통권 104호) | 도서 출판 작가 | 144쪽 | 1만2000원

 

원본 링크: https://view.asiae.co.kr/article/2023020318101746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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