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하모닉 & 콘서트홀
[베를린]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하모닉 & 콘서트홀
  • 박영민 기자
  • 승인 2023.03.02 09: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베를린 필하모닉 콘서트홀에서 열린 조성진 피아노공연

우리가 베를린을 떠올릴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이름 중 하나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일 것이다.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로 꼽히는 베를린 필하모닉은 빈 필하모닉·뉴욕 필하모닉과 함께 ‘세계 3대 교향악단’으로 유명하다. 베를린 필하모닉은 1882년 54명의 단원 참여로 설립하여, 그해 10월 제1회 정기 연주회로 발족식을 열었다. 1887년에는 한스 폰 뷜로Hans von Bulow가 초대 상임지휘자로 임명되어 기반을 닦았으며, 1955년부터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상임지휘자를 맡으면서 세계 최고의 관현악단으로 부상했다. 2월 16일 베를린영화제 개막식 날 조성신 피아노 리사이틀이 베를린 필하모닉 콘서트홀Berlin Philharmonic Concert Hall에서 있었다. 우리는 영화제 개막식과 조성진 공연 관람이 겹치는 바람에 팀을 나눠 참석하게 되었다.

베를린 시내 중심부 포츠담광장 근처에는 쿨투어포룸Kulturforum이라는 복합문화공간이 있다. 베를린의 히든 플레이스인 이곳은 과거 동·서 베를린을 가르는 장벽이 있던 곳이자 현재는 베를린 필하모닉 콘서트홀, 회화갤러리Gemäldegalerie, 그래픽아트박물관Kupferstichkabinett, 예술도서관Kunstbibliothek, 공예박물관Kunstgewerbe museum 등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종합문화센터로 현지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베를린 필하모닉 콘서트홀은 베를린 티어가르텐Tiergarten의 쿨투어포룸 중심에 있다. 밤에 바라보는 베를린 필하모닉 콘서트홀은 더욱 아름다웠다. 한쪽에는 국립 음악 연구소, 다른 한쪽에는 악기 박물관이 위치해 있는데 모두 건축가 한스 샤로운(1893-1972)의 작품이다. 베를린 필하모닉 콘서트홀은 내부를 먼저 설계한 다음 외부를 설계하는 바람에, 불규칙한 내부를 외부에서 그대로 읽을 수가 있다. 위층 벽은 금을 양극처리한 알루미늄으로 덮었다. 공간적 풍경이라는 감각은 공연장뿐만 아니라 로비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입구에서 각각의 높고 낮은 객석으로 흐르는 듯이 이어지는 동선이 황홀했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감독이었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은 1956년 새 콘서트홀 공모전 당시 처음부터 샤로운을 낙점했으며, 샤로운의 혁명적인 원형 콘셉트가 베를린 필하모닉의 음악적 해석과 이상적으로 맞아떨어진다고 믿었다. 그의 예측대로 샤로운은 객석 블록을 마치 언덕 비탈의 포도원처럼 다양한 층위와 각도로 배치한 실내를 만들어냈다. 음향에있어서는 세계적인 음향학자인 로타르 크레머의 자문을 받았다고 한다. 

 콘서트홀로 들어서자 조성진 공연 팜플렛은 3유로였다. 조성진 공연은 한국에서도 티켓을 예매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인들의 조성진 사랑과 인기를 이곳에서도 실감할 수 있었다. 여기저기서 한국말이 들렸다. 공연장에는 베를린 현지에 사시는 분들을 비롯하여, 베를린영화제 프레스로 또는 멀리 외국에서 참여한 한국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프로그램은 4곡+앵콜곡으로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었다. 엄청 몰입해서 연주하는 조성진의 열정적인 연주와 퍼포먼스에 나도 자연스럽게 빠져들었다. 특히 소피아 구바이둘리나의 〈사콘느〉는 감동적이었다. 그동안 유튜브를 통해 듣던 익숙한 연주가 아니었다. 조성진의 터치가 시작되는 순간 내가알던 〈사콘느〉와 전혀 다른 음악이 시작되었다. 10분 남짓의 강렬한 연주는 황홀하고 격렬했으며, 객석을 좌지우지하였다. 숨소리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긴장하게 만든 〈사콘느〉가 끝나고 이어지는 아름다운 브람스의 〈헨델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를 들으며 다시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현대곡과 낭만시대 곡인 구비아둘리나의 〈샤콘느〉와 브람스의 〈헨델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를 마치 한 곡처럼 재구성한 듯 연주했다.

1부가 끝나자 조성진은 관객들을 향해 인사를 했다. 약 15분간의 인터미션 때도 여운이 가시지 않은 채로 영혼이 둥둥 떠다녔다.

잘 알다시피 조성진은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하며, ‘K클래식’의 시작을 알린 피아니스트다. 이후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그라모폰과 전속 계약을 맺고, 세계 3대 교향악단으로 꼽히는 빈 필하모닉, 베를린 필하모닉,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이 시대 최고 피아니스트 중 한 명으로 올라섰다.

이날 조성진은 베를린 필하모닉 콘서트홀에서 자신만의 완벽한 연주를 선보였다.

베를린 필하모닉 단원들은 독일뿐 아니라 세계 각처의 명연주자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악단의 연주 중에는 푸르드뱅글러가 남긴 실황녹음 《베토벤 교향곡 전집》과 카라얀 지휘의 《베토벤 교향곡 전집》이 대표적인 명반으로 꼽힌다. 베를린 필은 카라얀의 타계 이후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상임 지휘자로 오랫동안 지휘봉을 잡아오다가, 2002년 9월부터 2018년까지 영국출신의 거장 사이먼 래틀Simon Denis Rattle이 지휘자를 맡았다. 그리고 2018년 사이먼의 계약이 만료되면서 러시아 출신의 키릴 페트렌코가 상임지휘자로 새롭게 선출돼 활동 중에 있다. 

2023년 2월 17일, 베를린 필하모닉은 사상 처음 라트비아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비네타 사례이카를 여성 악장으로 임명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안익태, 금난새, 정명훈, 윤이상 등이 지휘 연주 및 작곡 등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하모닉을 이끌 한국 악장, 지휘자가 나올 날도 기대해본다.

 

 


 

 

* 《쿨투라》 2023년 3월호(통권 105호) *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