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쿨투라 신인상] 당선작 및 심사평: 소설 부문
[제17회 쿨투라 신인상] 당선작 및 심사평: 소설 부문
  • 유성호, 손정순, 김세연, 이지혜
  • 승인 2023.03.01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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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신인상 당선작 발표

소 설 부 문
「Oui」 이준상

심 사 위 원

예심 김세연(소설가, 미디어비평가),           이지혜(영화평론가)
본심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 교수),   손정순(쿨투라 발행인)

 

심사평

뛰어난 서사와 강렬하게 와닿는 문장의 이미지, 그리고 사회성을 보여준 당선작

유난히 많은 투고작이 몰린 제17회 쿨투라 신인상 소설부문은 당선작 발표를 한 달 미루게 되었다. 모두 91편의 단편소설을 보내왔다. 이중 열 분의 작품을 본심에 올려 다시 네 편의 작품을 두고 심사를 하게 되었다. 네 분의 응모자 중 한 분은 이미 저서를 출간한 기성작가였고, 또 한 분은 같은 작품을 중복 투고한 응모자여서 두 분을 제하고 최종심사에 올렸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김태라 씨의 「릴라」와 이준상 씨의 「Oui」이다.

「릴라」는 인공지능 시대에 소설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작품으로, 시의적절한 소재를 선택했다. 거짓을 통해 진실을 이야기하며 소설의 본질을 꿰뚫고자 했다. ‘흑’과 ‘백’의 ‘게임 속 대화’라는 독특한 형식을 차용한 것이 매우 새롭고 실험적인 도전으로 다가왔다. 참신했고 잘 읽혔다. 다만 ‘소설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 자체의 문제의식을 보다 힘 있게 끌고 나가지 못하고 일상성에 그친 것이 아쉬웠다.

「Oui」는 철로에 뛰어들어 자살을 선택한 여든 다섯 노인 알버트와 가족 모두의 고통스러운 죽음으로 고아소녀가 되어 안락사를 선택한 스무 살 아시아의 각자 다른 ‘죽음(자살)’의 방식을 다룬 소설이다. 둘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알버트는 “삶으로부터 오는 괴로움”, 아시아는 “죽음으로부터 오는 두려움” 때문에 죽음을 선택한다. 아시아는 “이런 더러운 기차에 치여 죽느니, 그 편(안락사)이훨씬 나을 거라고” 할아버지를 설득하며 결국 그의 자살계획을 무마하게 만든다.

이 소설은 서사적 요소가 뛰어났으며, 문장의 이미지들이 영화의 신처럼 강렬하게 와닿는 메타포를 보여주었다. 또한 최근 우리 사회에 드리운 갈등과 사회적 문제들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며 끝까지 알버트를 도와주려는 아시아의 따뜻한 태도는 결말에서 또 다른 죽음을 선택한 ‘취객’을 알버트가 구해내는 탁월한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이야기를 계속 읽게 만드는 문장력과 자신만의 철학을 이끌어가는 힘을 보여준 이준상 씨의 「Oui」를 최종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내며, 한국문학의 역량을 넓혀가는 빛나는 작가가 되기를 바란다.

 


당선소감

소설 - 이준상

 

강아지가 죽었다. 오랫동안 함께한 친구였다. 그 친구가 세상을 떠날 때, ‘죽음’이라는 단어와 처음 인사를 나눴다. ‘끝’에 대해 사유했다. 그리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수년 전 읽은 프랑스 소설에서 사후세계를 떠도는 주인공이 끝끝내 영생을 얻는 방법은 누군가 만들어 놓은 스토리 속으로 들어가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읽히며 되살아나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다소 허무한 결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언젠가부터 그 소설의 끝이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왜 계속 생각이 났을까? 곱씹다 보니 허무함이 오히려 나름의 신선함으로 뒤바뀐 것이었을까? 아니다. 나의 글로 내 주변에서 사라지는 모든 것을 되살릴 수 있다는 일말의 안도감 때문이었다. 독자들의 세계를 통해서라도 그 친구를 살리고 싶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내 첫 당선작의 주제는 ‘죽음’이다. 자세히 보면 ‘삶’이기도 하다. 죽음과 삶의 거리는 우리의 예상보다 언제나 더 가깝다는 사실도 그 친구가 세상을 떠날 때 깨달았다. 이 글의 원제는 ‘그것 또한 중요하지 않지’였다. 소설 속 알버트가 “그게 뭐가 중요한가?”라고 계속 되묻는 것처럼 더딘 삶과 성급한 죽음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초고를 완성하고 나서는 제목을 ‘Oui’로 바꾸었다. 왠지 그렇게 답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래야만 알 수 없는 마음속 응어리가 조금이나마 풀리는 느낌이었다. 장례식이 철저히 산 사람을 위한 것이라면, 이 글은 온전히 나를 위한 것이다.

글을 쓰는 세계는 나에게 여전히 낯설다. 아마 나의 글에서 되살아난 이들도 아직은 독자들과 서먹서먹하지 않을까 싶다. 서투른 마음이 가득한 글을 좋게 봐주신 《쿨투라》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린다. 무엇보다 나의 낯선 여행을 응원해주는 부모님과 가족에게, 그리고 나의 글과 삶에 영감이 되는 소피에게 무한한 감사를 표한다.

 


 

 

* 《쿨투라》 2023년 3월호(통권 105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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