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집 속의 詩] 박홍점 시인의 「석류」
[새 시집 속의 詩] 박홍점 시인의 「석류」
  • 박홍점(시인)
  • 승인 2023.03.0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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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

박홍점

 

웃음 가득한 방

그라나다의 거리를 불러낸다

두 팔이 생략된 청색 원피스를 불러온다

이국의 도시에서 별안간 너와 나는 혈맹을 맺고

너는 쏟아질 것 같은 치아를 드러내 놓고 곧잘 웃는다

네 삶에서 한 줄도 유용하지 않은 시나 소설 속 문장들

쉽게 열광하지만 내일이면 잊어버리는 사람과 풍경들

오늘은 사랑했지만 내일은 잘 모르겠다는 표정

너의 민낯은 수인사보다 먼저 붉다

 

- 박홍점 시집 『언제나 언니』(파란) 중에서

 


박홍점 전라남도 보성에서 태어났다.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2001년 《문학사상》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차가운 식사』 『피스타치오의 표정』 『언제나 언니』 등이 있다.

 

 

 

* 《쿨투라》 2023년 3월호(통권 105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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