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벚꽃 나무 주소
박해람
벚꽃 나무의 고향은
저쪽 겨울이다
겉과 속의 모양이 서로 보이지 않는 것들
모두 두 개의 세상을 동시에 살고 있는 것들이다
봄에 휘날리는 저 벚꽃 눈발도
겨울 내내 얼려 두었던 벚꽃 나무의
수취불명의 주소들이다.
겨울 동안 이승에서 조용히 눈감은 체
모든 주소를 꽁꽁 닫아 두고
흰빛으로 쌓였던 그동안의 주소들을 지금
저렇게 찢어 날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죽은 이의 앞으로 도착한
여러 통의 우편물을 들고
내가 이 봄날에 남아 하는 일이란
그저 펄펄 날리는 환한 날들에 취해
떨어져 내리는 저 봄날의 차편을 놓치는 것이다
나무와 그 꽃이 다른 객지를 떠돌 듯
몸과 마음도 사실 그 주소가 다르다
그러나 가끔 이 존재도 없이 설레는 마음이
나를 잠깐 환하게 하는 때
벚꽃이 피는 이 주소는 지금
봄날이다.

박해람 1998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낡은침대의 배후가 되어가는 사내』 『백 리를 기다리는 말』 『여름밤 위원회』 등이 있음.
* 《쿨투라》 2023년 4월호(통권 106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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