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영화] 2022년 튀르키예 영화 결산
[튀르키예 영화] 2022년 튀르키예 영화 결산
  • Riza Oylum(영화평론가, 우슈타르대학교 영화 및 텔레비전학과)
  • 승인 2023.04.04 14: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6년부터 매년 튀르키예에서 개봉하는 영화들의 작품 수와 제작 국가에 대한 통계를 만들어 왔다. 팬데믹으로 영화관이 문을 닫기 전으로 돌아가 보면, 2016년에는 360편, 2017년에는 375편, 2018년에는 426편의 영화가 개봉했다. 2018년에 개봉한 영화 중 국내영화(튀르키예영화)는 176편이고 외국영화는 250편이었는데, 외국영화 중 약 140편이 미국에서 제작되었다. 2019년에는 총 394편의 영화가 개봉했다. 이중 국내영화는 141편, 외국영화는 253편이었고, 외국영화 중 미국에서 제작된 영화는 약 160편이었다.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정상적으로 극장이 운영된 2022년에는 372편의 영화가 상영되었는데, 관객 수는 팬데믹 이전보다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6,000만 관객이 들었던 2019년과 비교하면 극장을 찾은 이가 3,600만 명에 미치지 못해, 팬데믹 이전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로 나타났다. 코로나로 인해 2년여 동안 극장이 문을 열지 못하는 상황이 길어졌고, 그동안 디지털 시청 습관이 생긴 관객은 영화관이 다시 연 뒤에도 이전처럼 극장을 찾지 않았다. 근래의 튀르키예 영화 산업 전반에 대한 나의 평가를 요약하면 이와 같다. 다음으로 2022년에 개봉한 국내영화의 장르와 관람률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전기영화의 해

지난해 가장 많은 관객이 든 영화는 아라베스크 여성 가수 베르겐의 삶을 다룬 〈Bergen〉이다. 〈Bergen〉은 두 번째로 많은 관객을 동원한 영화보다 두 배 이상의 관객이 들어 거의 550만 관객을 동원했다. 〈Bergen〉 이외에도 여러 전기영화가 개봉했는데, 또 다른 아라베스크 가수의 이야기를 다룬 〈Dilberay〉와 요절한 락음악 가수의 이야기를 다룬 〈Barış Akarsu〉, 장애인 부국장 세르칸 바이람Serkan Bayram의 전기 〈Grain of Wheat〉와 미스터리한 무녀의 삶을 그린 〈Elif Ana〉 등이 개봉했다. 지금의 전기영화 트렌드를 만들어 낸 〈Bergen〉을 제외하면 전기영화로는 100만에 달한 작품은 없다. 2023년을 목표로 준비중인 전기 영화로는 드래그 아티스트로서 수년간 퍼포먼스를 펼친 심술쟁이 비르진Huysuz Virjin과 튀르키예의 유명 락스타 젬 카라카Cem Karaca를 다룬 작품 등이 있다.

애니메이션 영화의 맹습

어린이용 애니메이션 영화는 지금의 영화산업에서 커다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오랫동안 이 분야는 미국 애니메이션 기업들의 전유물이었는데, 최근에는 기술의 발달로 인해 다른 여러 국가에서도 애니메이션 제작이 늘고 있다. 22년에는 튀르키예 국내 애니메이션의 점유율이 높아졌다. 특히 국영 TRT가 지원하는 애니메이션 영화들은 지난해 관객동원 상위 10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공포영화는 계속된다

50편에 달하는 국내 공포영화가 개봉된 22년에는 매주 새로운 영화가 극장에 걸렸다. 하지만 9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단 한 편에 불과했고, 4-5편의 작품만이 평균 5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외의 여러 국내 공포영화는 5,000명의 관객도 불러모으지 못했다. 그럼에도 제작자들의 공포영화에 대한 집착은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작품들의 질적인 수준은 점점 퇴보하고 있지만, 양적으로는 유사분열을 연상시키듯 수십 개의 비슷한 영화가 증식하는 양상을 보인다.

주춤한 코미디

매년 높은 인기를 끌던 코미디 영화들이 22년에는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수준 미달의 작품들이 여럿 난립했지만, 그 어떤 작품도 예상 관객에 도달하지 못했다. 가장 좋은 예는 〈Dance with Coyotes〉의 6번째 에피소드이다. 이전의 세 에피소드에서 연달아 100만 관객을 모은 〈Dance with Coyotes〉조차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70만 관객도 동원하지 못했다.

 

올해의 서프라이즈 〈Burning Days〉

정치적 함의를 담는 아트하우스 영화감독 예민 아르페Emin Alper의 〈Burning Days〉는 12월에 개봉해 20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불러모았다. 의심의 여지 없이 지난해 가장 놀라운 영화는 〈Burning Days〉 였다. 칸영화제에서 프리미어 상영을 마친 이후 여러 영화제에 초청받았고 다양한 상을 거머쥐었다. 공개 이후 문화부는 각본의 일부와 게이 캐릭터를 추가한 것을 이유로 지원금 반환을 요구했는데, 이 소식이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수많은 관객이 영화관으로 몰려와 영화에 대한 지지를 표했다. 덕분에 〈Burning Days〉는 최근 몇 년 동안 비상업영화로서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작품이 되었다.

영화제 영화의 웃지 못할 전망

〈Burning Days〉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영화제에서 프리미어 상영을 한 대부분의 비상업영화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영화계에서 점점 더 외면 받고 있다. 영화제에 초청되고 상을 받는 영화와 우리 사회의 눈높이 차이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는 영화제 영화에 대한 극장주와 배급사의 편협한 태도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Brother’s Keeper〉, 〈The hoop〉, 〈Time Of Impatience〉, 〈Kerr〉, 〈Zuhal〉, 〈Flashmemory〉, 〈Enfant Terrible〉, 〈Hara〉는 영예있는 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였다. 이 영화들이 튀르키예의 내셔널 시네마를 대표하는 작품들이다. 하지만 이 영화들의 평균 관객 수는 2,500명에도 미치지 않는다. 어느 한 작품도 관객 6,000명이 들지 않았다.

Who Is This Family Loser of This Year?

한국의 컬트영화 〈극한직업〉을 각색한 〈Who Is This Family Loser of This Year?〉는 대규모 제작비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으나 흥행에서는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 원작은 1,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영화 사상 두 번째로 많은 관객을 동원했는데, 튀르키예 각색판인 〈Who Is This Family Loser of This Year?〉는 21만 5,000명에 못 미치는 최종 스코어를 기록하며 충격을 안겼다.

 

이웃나라 영화를 볼 수 없었던 해

2022년은 극장에서 주변국의 영화를 보기 어려운 한 해였다. 우리의 위 아래로 이웃한 국가들은 높은 영화 수준을 자랑한다. 러시아에서는 규모가 큰 영화들이 제작되고, 문화적으로 우리와 매우 가까운 이란에서는 뛰어난 미학성을 보이는 작품들이 제작된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러시아 영화 수입이 전면 중단되었으며, 이란 영화로는 아스가르 파르하디Asghar Farhadi의 〈어떤 영웅〉만이 개봉했다.

슈퍼히어로 영화

가까운 이웃나라 영화는 볼 수 없었지만, 여느 때와 같이 미국영화의 영향력은 지난해에도 계속되었다. 특히 슈퍼히어로 영화의 홍수였던 작년에는 어느 해보다 많은 슈퍼히어로 영화가 개봉해 〈배트맨〉, 〈스파이더맨〉과 다른 마블 영화들로 스크린을 가득 메웠다.

디지털 플랫폼

더 이상 영화는 캄캄한 극장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제 가정의 작은 스크린에서도 영화를 즐길 수 있다. 휴대폰에서 태블릿, 컴퓨터 화면에서 텔레비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대체 수단이 영화관 하얀 천막의 위상을 찢기 시작했다. 영화에 있어 2022년의 가장 중대한 변화는, 영화 관람의 디지털화라고 말할 수 있다. 약 2년간 지속된 팬데믹 사태로 사람들은 집에만 머물러야 했고 영화관도 문을 닫으면서 이와 같은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 영화관이 다시 문을 연 지금도 예전의 관객 스코어를 되찾지 못하고 있으며, 반대로 디지털 시네마의 점유율은 급상승했고 그 종류도 다양해졌다. 몇 년 전만 해도 튀르키예에는 넷플릭스밖에 없었는데, 2023년 올해에는 10여 개의 디지털플랫폼이 튀르키예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Midnight at the Pera Palace〉

넷플릭스 시리즈 국내 프로젝트

넷플릭스가 매달 20개 이상의 새로운 콘텐츠를 쏟아내는 환경에서 2022년의 모든 콘텐츠를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국내에서 제작한 작품들을 살펴보는 일은 유의미하다. 튀르키예에서 가장 오래된 호텔을 배경으로 한 〈Midnight at the Pera Palace〉는 지난해 첫 대형 시리즈 프로젝트였다. 3월에 공개된 이 시리즈는 역사적인 페라 팰리스 호텔에 대한 기사를 쓰기 위해 호텔에 방문한 젊은 기자 에스라가 시간여행을 하는 작품이다. 1919년 영국 점령기에 튀르키예 공화국을 세운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호텔에 머물렀던 시대로 간 에스라는 무스타파 케말의 암살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 시리즈의 주연을 맡은 하잘 카야Hazal Kaya의 연기는 시대에 어울리는 이미지와 해석으로 화제를 일으켰고, 페라 팰리스 호텔 주변에 사는 나로서는 시리즈의 완성도와 별개로 호텔을 찾는 젊은이가 크게 늘린 점 또한 인상적이었다.

5월에는 유명 코미디언 젬 일마즈Cem Yılmaz가 각본과 주연을 맡은 〈Erşan Kuneri〉가 공개되었다. 일마즈의 그의 전작에서 작은 스케치로 선보인 바 있는 이 작품은 70년대 섹스영화 제작자의 과거를 조명한다. 매 에피소드에서는 영화를 만드는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튀르키예 영화의 클리셰를 통해 웃음을 만들어내고 있어 앞선 70년대 영화를 아는 관객들에게 열렬한 호응을 받고 있다. 오랫동안 최다시청 기록을 보유했던 〈Erşan Kuneri〉는 옛 추억에서 유머를 만들어 내는 일마즈의 새로운 스타일을 잘 보여준 최신작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튀르키예에서 제작된 첫 번째 넷플릭스 영화는 2020년 6월에 개봉한 오잔 아칙탄Ozan Açıktan의 〈One-Way to Tomorrow〉였고, 2022년 제작된 첫 번째 튀르키예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은 안닥 하즈네다로루Andaç Haznedaroğlu의 〈My Father’s Violin〉이다. 우리 영화에서 잘 다루지 않던 삼촌과 조카의 가족 관계에 초점을 맞춘 이 작품은, 아버지를 잃은 소녀가 바이올린 연주를 통해 소원했던 삼촌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3월에 공개된 〈In Good Hands〉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미혼모 멜리사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아들 캔을 누구에게 맡길지 고민하던 멜리사는 캔이 자신이 만난 바람둥이 싱글남과 가까워지는 것을 발견한다. 빠른 장면 전환으로 깊이있는 감정 묘사와는 거리가 먼 이 작품은 작품성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특유의 분위기로 대중에게 쉽게 다가갔다.

5월에는 군대이야기로 이름을 알린 퇴역군인 하칸 에브란셀Hakan Evrensel의 동명의 원작소설을 각색한 〈Godspeed〉가 공개됐다. 한 남자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이 작품은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하기까지의 여정에서 두 전직 군인의 트라우마를 보여준다. 외즈잔 아르페Özcan Alper의 〈The Festival of Troubadours〉는 케말 바롤 원작의 동명의 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넷플릭스에서 가장 인기를 끈 작품 중 하나이다. 크반치 타틀르투Kıvanç Tatlıtuğ와 세타르 탄르외엔Settar Tanrıöğen이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25년동안 서로를 보지 못한 아버지와 아들의 여행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제영화의 디지털 플랫폼 Mubi

지난해 가장 주목받은 플랫폼은 단연 Mubi이다. Mubi는 상업영화를 제외한 영화제 수상작을 모아놓은 플랫폼으로, 영화제에서는 상영했지만 개봉은 하지 않은 수상작도 볼 수 있다. 양적으로는 풍부하지만 깊이가 없는 넷플릭스 콘텐츠의 강력한 대안임을 스스로 내세우는 Mubi는, 깊이 있는 영화를 만나기 어려운 튀르키예 국내관객의 수준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세계 각지에서 제작된 다양한 로컬 영화들을 엄선하여 상영하는 점이 눈에 띈다.

새로운 등장: 디즈니와 아마존

지난해 튀르키예 디지털 플랫폼으로 새롭게 합류한 아마존과 디즈니는 서로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은 합리적인 구독료와 아마존 구매상품 무료배송 옵션을 내세우고 있으며, 디즈니 플러스는 400편 이상의 영화와 16,000편 이상의 시리즈와 다큐멘터리 및 특별 콘텐츠 아카이브 등으로 구성된 풍부한 라이브러리로 이에 맞선다. 특히 디즈니는 튀르키예의 인기 작품들과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2023년 시장에서 더욱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강렬한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의 새로운 플레이어: TRT 디지털

국영 텔레비전 기관인 TRT는 최근 몇 년 동안 텔레비전 방송 이외에도 국립영화관 지원사업, 국제 합작 작품 제작 등을 진행하며 공격적으로 영향력을 펼쳐나가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의 대단원으로 TRT 디지털이 곧 오픈 예정이다. TRT 디지털은 국영기관으로서의 사명감 아래 민족의식을 고양하는 몇 가지 프로젝트를 기획 중으로, 튀르키예 수피파 사상가 메블라나Mevlana와 튀르키예 국가를 쓴 시인 메흐멧 아키프Mehmet Akif의 삶을 다룬 TV 시리즈와 같은 콘텐츠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Riza Oylum 1984년 이스탄불 출생. 이스탄불쿨투르대학교 터키어문학부에서 학사 학위를, 트라키아대학교 터키어문학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극동영화, 러시아영화, 독일영화, 중동영화, 세계 감독의 영화 수업 및 이란 영화에 관한 저서 집필하였으며, 국내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큐레이터, 출판편집자로 활동했다. SIYAD(터키영화평론가협회-FIPRESCI Turkey), FEDEORA(유럽및지중해영화평론가연맹), PEN-Turkey의 회원이며, 현재 우슈타르대학교의 연구자이자 Gazete Duvar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 《쿨투라》 2023년 4월호(통권 106호)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