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전주국제영화제] 짜릿해 늘 새로워, 전주는 영화다
[제24회전주국제영화제] 짜릿해 늘 새로워, 전주는 영화다
  • 설재원 에디터
  • 승인 2023.04.04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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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영화 예술의 대안적 흐름과 독립·실험영화의 최전선에 놓인 작품들을 소개하는 전주국제영화제가 4월 27일부터 5월 6일까지 열흘 동안 열린다. 언제나 새로운 표현 방식과 경계를 깨부수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영화라는 예술 장르의 영역 확장을 도모해 온 전주영화제는, 올해는 ‘우리는 늘 선을 넘지Beyond the Frame’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페스티벌 아이덴티티인 ‘도전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조직위원장을 맞은 우범기 전주시장은 “전주국제영화제는 독립영화제로서 독보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다”며 “2023년 문화도시 전주가 맞이할 대변혁에 전주국제영화제가 그 시작을 열어주는 관문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올해의 프로그램

올해는 총 42개국에서 247편의 작품(월드 프리미어 66편, 코리안 프리미어 50편)이 전주를 찾는다. 이중 ‘한국단편경쟁’, ‘코리안시네마 단편’ 상영작 중 38편은 영화제 전용 온라인 플랫폼 ‘온피프엔ONFIFN’을 통해서도 만날 수 있다.

축제의 서막을 여는 개막작은 벨기에의 거장 다르덴 형제의 〈토리와 로키타〉이다.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75주년 특별상’을 받은 〈토리와 로키타〉는 난민 남매 토리와 로키타의 처절한 생존기를 그리고 있다. 비혈연 관계인 토리와 로키타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남기 위해 버둥대지만, 소외된 이주민 아이들을 위한 어른과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번 작품에서도 우리 사회에 실존하는 낮은 곳을 향하는 다르덴 형제의 테마를 확인할 수 있다. 전진수 프로그래머는 “다르덴 형제의 여러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소외된 이주민들의 이야기이며, 도덕적 양심에 질문을 던진다는 점과 시종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라며 “남매 아닌 남매의 비참하고 필사적인 삶은 간접적인 가해자라고 할 수 있는 국가권력의 외면에 대한 분노를 자극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진한 감동과 여운도 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높였다. 다르덴 형제는 이번 작품으로 첫 내한한다.

폐막작으로는 베스트셀러 작가 김애란 소설가의 동명의 단편 소설을 영화화한 김희정 감독의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이다. 작품은 중학교 교사 도경은 자신의 반 학생 지용이 물에 빠지자 그를 구하려다 함께 목숨을 잃는데, 외로이 남겨진 아내 명지와 지용의 누나 지은에게 닥친 비극적 상황을 조명한다. 학생을 구하려다 익사한 남편의 사고는 정의로운 희생이지만, 남겨진 아내에게는 허망한 고통이다. 여기서 반복되는 재난과 사고 앞에 망자를 잘 애도하면서 동시에 산 자를 구하는 길은 무엇인지에 대해 작품은 질문을 던진다. 문성경 프로그래머는 고정희 시인의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라는 구절을 인용하며 “영화는 ‘죽음을 기억하는 방법, 그 죽음을 함께 기억해줄 사람들’에게서 희망을 보고 있음”을 강조한다 .

한국경쟁 부문에는 ‘반가운’ 이름이 곳곳에 보인다. 먼저,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이름을 알리고 성장한 여러 감독들이 신작을 들고 전주로 돌아왔다. 20회 영화제에서 〈욕창〉을 선보인 심혜정 감독은 〈너를 줍다〉를, 21회 영화제에서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를 내놓은 신동민 감독은 〈당신으로부터〉를, 같은 해 〈담쟁이〉를 들고 온 한제이 감독은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를 가지고 왔다. 14회 영화제에서 청춘의 성장 스토리를 그린 〈그로기 썸머〉를 소개했던 윤수익 감독은 10년만의 신작 〈폭설〉을 통해 어른이 되어가는 두 소녀의 우정과 사랑을 담아낸다. 또다른 반가움은 해외영화제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은 작품들의 금의환향이다. 지난해 싱가포르국제영화제 언더커런트 부문과 올해 로테르담국제영화제 하버 부문 등에 이름을 올린 전주영 감독의 〈미확인〉과 지난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의 포럼 부문에서 첫 선을 보인 유형준감독의 장편 데뷔작 〈우리와 상관없이〉, 〈미확인〉과 함께 올해 로테르담국제영화제 하버 부문에 초청받은 손구용 감독의 실험적 다큐멘터리 〈밤 산책〉 등을 한국경쟁에서 만날 수 있다.

최근 영화제의 경향을 살펴보면 다큐멘터리 작품의 강세가 돋보이는데 이번 전주 라인업에서도 이러한 추세를 읽을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밤 산책〉 이외에도, 판소리 인간문화재 정광수의 딸인 여성 소리꾼 정의진의 이야기를 담은 유수연 감독의 〈수궁〉과 이주 노동자들의 인권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감독 자신의 어머니를 그린 박마리솔 감독의 〈어쩌다 활동가〉 등이 한국경쟁에 이름을 올려 풍성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다.

‘전주’에서 열리는 전주영화제

올해 영화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문화·관광도시 ‘전주’시와의 연계가 한층 강화된 점이다. 이전까지 영화제가 원도심의 영화의거리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면, 올해부터는 전주시 전역으로 영화제 공간을 확장하였다. 각 공간을 거점화하여 공간마다의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효율적인 동선을 설계하여 확장된 공간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7년 첫 설치된 후 개·폐막식과 다양한 공연 및 전시를 담당했던 ‘전주 돔’의 역할을 올해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이 분담한다. 다중 집합 행사의 안전관리가 중요한 만큼 행사 공간의 과포화 현상을 완화하면서도 한국 최고의 관광도시로 꼽히는 전주시 곳곳에 숨겨진 아름다운 명소를 함께 소개하겠다는 영화제의 야심을 읽을 수 있다.

민성욱 공동집행위원장은 “행사 공간을 전주시 전역으로 확대”했다며 “다양한 프로그램과 이벤트를 통해 영화와 시민을 연결하는 영화제가 되겠다”고 밝혔다.

지역 밀착형 프로그램으로는 ‘골목상영(전주 부성길 따라)’, ‘전주 시민 대상 특별상영회’, ‘전주씨네투어’ 등이 예정되어 있다. 전주 부성길을 따라 골목 골목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골목상영’은 상영관 밖으로 나온 영화들과 전주 시민들이 자연스러운 만남을 꾀하며, 지역 커뮤니티와 상생하는 친밀감 넘치는 축제를 위해 준비된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전주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는 ‘전주씨네투어’가 있다.

전주 씨네투어는 전주의 다양한 야외 명소에서 영화와 관광을 접목시킨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지역뮤지션과 영화 상영을 즐기는 ‘전주영화X산책’, 독립영화 배우들이 함께하는 ‘전주영화X마중’, 영화와 라이브공연을 함께 즐기는 ‘전주영화X음악’ 등 세 가지 테마로 구성된 전주씨네투어는, 영화제와 도시 전주의 매력을 한껏 즐길 수 있도록 올해 새로이 준비한 전주영화제의 신설 프로그램이다.

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은 “영화제가 지니고 있는 기존의 정통성을 잘 유지하면서 전주 시민과 국내외 영화팬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영화제로 거듭나겠다”며 “작년, 재작년보다 더 발전하고 나아갈 수 있는 그런 영화제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사진제공 전주국제영화제

 

* 《쿨투라》 2023년 4월호(통권 106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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