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프리뷰] 세계가 극찬한 피지컬씨어터의 교과서: 2023 사다리움직임연구소 연극 〈보이첵〉
[공연 프리뷰] 세계가 극찬한 피지컬씨어터의 교과서: 2023 사다리움직임연구소 연극 〈보이첵〉
  • 해나 에디터
  • 승인 2023.04.04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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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오르크 뷔휘너 원작 연극 〈보이첵〉(임도완 연출)이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에서 4월 4일부터 4월 12일까지 공연된다.

사다리움직임연구소가 제작한 〈보이첵〉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새로운 극언어 미마쥬mimage-움직임Mime+이미지image를 통하여 대사를 통한 메세지 전달보다는 움직임을 통한 이미지 전달이라는 색다른 무대언어로 선보인다. 국내에서는 2001년 공연 이후 평론가들의 호평은 물론 진보적이며 독창적인 무대로 손꼽히고 있다.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독특하고 창조적인 작업은 해외의 예술 감독들에게 좋은 평을 들으며 해외 공연의 러브콜을 받았다. 2005년 일본을 비롯하여 스위스 무멘산츠 초청으로 해외무대에서 공연되었으며, 2006년 폴란드 Dialog 페스티벌, 2007년 영국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수상을 함으로써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2008년 런던 마임페스티벌 초청, 대만, 북경올림픽 문화교류초청, 모스크바에 이어 2009년 1월 뉴욕에 진출하였으며, 아시아투어 및 호주, 유럽 등 2012년까지 세계 각국의 예술감독과 공연기획자들의 초청 프로포즈를 받았다.

“이번 공연은 다른 많은 극장들에서 올려졌던 네덜란드, 영국, 아일랜드, 그리고 미국이 만든 수십편의 〈보이첵〉 공연들보다 더 훌륭한 작품이다.”
- 뉴욕타임즈The New York Times 스티븐 맥컬로이

“부드러우면서도 애절한 피아졸라의 음악과 의자를 이용한 독창적인 발상, 팽팽하게 잘 짜여진 동작의 진행은 관객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 런던니스트Londonist

“오전 차마시는 시간도 되기 전에 외국어 공연이라? 확실히 미친 짓이다. 하지만, 그 공연을 놓치는 것은 더 미친 짓이다.“
- 해럴드The Herald 메리 브래넌

해외 여러 나라에서 찬사와 기립박수를 받은 〈보이첵〉은 올해 광진문화재단 상주단체 공연으로 돌아와 관객과 만난다. 지금까지 해외에서 인정받은 우리의 작품들이 한국적 색채를 띠는 넌버벌Non-verbal 공연이 그 주를 이루었다면,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보이첵〉은 세계인의 보편적인 정서에 어필하는 컨템퍼러리 연극으로 그 새로운 해석과 기발한 표현을 인정받음으로서 우리 공연문화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분명 무엇인가에 의해 조정당하고 있다.

원작을 알던 모르던, 이 작품은 신체극에 있어서 너무나도 분명한, 매혹적이고 새로운 도전이다.

공연은 상징적인 프롤로그로 시작된다. 몇 개의 조각으로 분해된 보이첵의 의자는 파편이 되어 마치 그의 삶처럼 보이며, 다시는 완전히 결합될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프레드리히 요한 프란츠 보이첵. 육군 일등병 제 2연대 2대대 4중대 소총수. 권력(대위)과 지식(의사) 계급에 몸과 마음을 지배당하고 조정당하는 보이첵은 점점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해 간다. 정신착란증세에 시달리던 보이첵은 결국 사랑하는 아내를 살해하고 자신도 분열된다.

그저 단순하기만 한 나무 의자만을 가지고 임도완 연출과 배우들이 신체언어뿐만 아니라 작품의 전체 분위기와 내면의 극적 상황들을 어떻게 결합하여 만들어나갈지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텅 빈 무대에서, 의자들은 변형하는 퍼즐처럼 움직인다. 어느 순간 의자들은 높은 탑이 되며, 어느 순간 보이첵을 가두는 관처럼 보이기도 한다.

배우들의 괴성과 질책이 어우러져 퍼지는 아리아와 함께 빠르게 돌아가는 의자들은 소용돌이치는 감정과 보이첵의 비정상적인 세상을 이야기한다. 때로는 보이첵의 신체적인 표현이 없어도 살인을 불러일으키는 분노로 치달아 오르는 보이첵의 고통을 읽을 수 있다.

보이첵의 아내 마리는 음탕한 악대장과 우연히 만나게 된다. 두 개의 의자가 서로 등을 맞대고 그러한 정욕을 표현할 수 있을 거라 누가 생각조차 했겠는가? 게다가 관능적이고 욕정에 넘치는 마리의 움직임에 나무가 욕정의 불꽃 속에서 타버리지 않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Edinburgh Festival Fringe 헤럴드 엔젤 어워드The Herald Angel Award와 피지컬씨어터The Best Physical Performance를 수상했으며, 영국 BBC 방송 선정 올해의 에든버러 프린지 ‘Top 10’에 선정된 이번 공연 〈보이첵〉의 연출은 〈스카팽〉 〈이른 봄 늦은 겨울〉 〈십이야〉 등 여러 작품에서 활동하고 있는 임도완 연출이 맡았다.

극단 사다리움직임연구소는 1998년 결성되어 20년 이상 역동적인 신체 움직임을 연구하고 훈련했으며, 이를 무대 위에서 독창적인 언어로 창조해왔다. 극단의 대표작품으로는 〈두 문 사이〉 〈스펙트럼 2001〉 〈보이첵〉 〈휴먼코메디〉 〈하녀들〉 〈카프카의 소송〉 〈굴레방다리의 소극〉 〈한여름밤의 꿈〉 등이 있다.

 


 

보이첵 출연진
보이첵 : 구본혁 마 리 : 박신혜
중대장 : 이상일 악대장 : 성원
의 사 : 홍승균 선전원 : 양주현
코러스 : 이승우 조성경 양정인 최지우 김현민


사진 제공 사다리움직임연구소

 

* 《쿨투라》 2023년 4월호(통권 106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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