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문화비평] 스마트폰을 묻었을 뿐인데
[청년문화비평] 스마트폰을 묻었을 뿐인데
  • 공혜리(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위원)
  • 승인 2023.04.04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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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나는 스마트폰을 아파트 화단에 묻었다. 처음으로 느껴지는 감정은 후련함이었고 뒤따라 심심함 섞인 평온함이 내 마음을 가볍게 했다. 사회의 일원으로 살면서 보편적인 삶의 방식을 거부하는 것은 모두를 불편하게 만들며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일일까? 혹은 사회를 다채롭게 하는 일일까? 나는 쉬운 일도 어렵게 만드는 별종이 되기로 했다. 길을 물으며 지나가는 사람들과 한 마디 더 나눌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추억의 공중전화를 쓰는 재미도 생기겠지 생각했다. 그 새로움도 잠시, 나는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이 쥐어준 익명성과 사람간의 거리감에 익숙해진 탓이었다. 마침 주변 사람들이 불편을 호소하기 시작했고 일상을 사는 것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뒤이어 걱정까지 가세했다. 누가 내게 연락을 하진 않았을까? 중요한 일을 놓친 건 아닐까? 스마트폰에 종속되긴 싫지만 사람들과는 어울려 살아가고 싶은 나였다.

우리는 이미 스마트폰과 영혼을 나눈 사이

이 시대에, 우리 손에 쥔 스마트폰은 주인의 분신과도 같다. 개인에 대한 정보는 그들이 손에 쥔 스마트폰에 모두 입력되어 있다. 연락처부터 시작해서 어제 무얼 봤는지, 누굴 만났는지, 요즘 어떤 주제에 관심이 있는지, 누구와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까지 말이다. 스마트폰은 내 행동 하나하나를 분석할 뿐 아니라 나의 행동 패턴까지 계획한다. 내 취향이 아닌 음악이 흐르는 곳을 방문한 다음날, 추천 재생목록에 그 음악이 나오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지 않은가? 데이터는 이렇게 우리 생활 속에 가까이 연결되어 있고 아주 은밀하게 우리의 행동을 원하는 방식으로 이끌어내고 취향을 결정해 나간다. 사람들은 자신의 자유 의지로 의사결정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화면 속 클릭 버튼을 누르는데까지 선택지에 뜨는 것 하나하나 모두 짜여진 알고리즘 아래 놓여있다. 이처럼 우리는 스마트폰과 매 순간을 함께 결정해 왔고 우리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제는 영혼을 나누는 분신과도 같은 사이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우리에겐 선택권이 없다

2016년부터 현재까지, ‘디지털 디톡스: 스마트폰’이라는 키워드의 검색량을 조회해보면 검색량이 77에서 12까지 정비례 형태로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네이버 데이터 랩 검색) 예전에 비해 디지털디톡스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 확연히 감소했다는 뜻이다. ‘일주일간 스마트폰 사용하지 않기’ 같은 시도가 줄어든 이유는 간단하다. 스마트폰은 생활에 없어선 안될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을뿐더러 그렇게 해서 얻는 이득 또한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완전히 기기의 세계로, 디지털의 세계로, 인생을 데이터화하는데 편입되어 버렸다. 우리에겐 선택권이 없다. 편리한 기계를 사용하지 않으면 뒤처진다. 처음에는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불편함을 느끼는 정도지만 시간이 갈수록 사용자의 편리함이 당연함이 되어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은 배제되게 된다. 이제 더 이상 스마트폰 없이 은행 업무를 보고, 길을 찾고, 정보를 마음껏 탐색하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다.

스마트폰과의 공존을 위한 몸부림

이제는 스마트폰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스마트폰을 묻었던 행위를 다시 한번 생각한다. 관계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이자 세상과 나를 연결하는 창구가 되어버린 스마트폰. 땅을 팠던 것은 그 스마트폰 없이는 살 수 없는 세상에 대한 분노였다. 그리고 당혹감이었다. 습관적으로, 필요에 의해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화면만 들여다보다 잠에 들 때에야 화면에서 눈을 뗀다. 생활을 하다가도 화면이 반짝, 진동이 드륵, 하고 울리면 몸은 바로 반응한다. 머릿속엔 여전히 스마트폰 없이 자유롭게 일상을 영위하던 과거의 모습이 있지만, 현재는 핸드폰에 완전히 귀속되어버린 나만이 존재한다. 그 간극에서 나오는 당혹감의 표현이었다. 그때의 ‘폰 묻기 시도’는 처참한 실패로 끝났지만 2년 전의 스마트폰을 묻던 나는 건재하다. 더 이상 땅을 파지는 않지만 유튜브 대신 라디오로 음악을 듣고 가까운 사람의 번호를 외우려 지인들의 번호는 저장하지 않는다. 원치 않는 분신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조용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 중이다.

 


 

* 《쿨투라》 2023년 4월호(통권 106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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