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나에게 선생은 위대한 대학이었다”: 『김지하 마지막 대담』
[북리뷰] “나에게 선생은 위대한 대학이었다”: 『김지하 마지막 대담』
  • 이정훈(객원 기자)
  • 승인 2023.04.04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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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의 문학과 사상에 대한 공부와 연구에 매진해 온 홍용희 교수가 김지하 선생이 돌아가신 이후 선생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담긴 대담집 『김지하 마지막 대담』을 도서출판 작가에서 출간하였다.

『김지하 마지막 대담』은 김지하 선생과의 8번에 걸친 대담과 함께 김지하 시와 사상을 해설한 2편의 평론도 함께 수록했다. 전반부는 문예지의 청탁을 받아 진행된 것이고 후반부는 대담집 간행을 목표로 기획되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기획 대담은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김지하 선생과의 만남이 차단되고, 어느 정도 팬데믹이 풀려갈 무렵 선생이 그만 운명하였기 때문에 완성형에 이르지는 못했다.

저자 홍 교수는 “나에게 선생은 위대한 대학이었다.”라고 밝히며, “김지하 선생은 동양과 서양, 논리와 초논리, 직관과 영감, 과학과 종교, 경제학과 미학 등에 걸친 가없는 식견 속에서 굽이치는 선생의 목소리는 동굴속에서 나오는 울림처럼 깊고 유현했다. 선생은 대담장에서는 물론이고 자동차 안에서나 기차 안에서나 찻집에서나 새 시대 새 길을 열어나가는 ‘예감에 가득 찬 숲 그늘’이었고 대담한 개벽 사상가였다. 선생으로부터 시는 물론 인간, 문명, 세계, 우주의 지평을 아련히 듣고 배우고 꿈꿀 수 있었음”을 고백한다. 또한 “선생은 소년”이었음도 고백한다. 천진스런 웃음과 수줍음과 그리움이 많았으며, 그림 그리길 좋아하는 목포 바닷가 가난한 소년의 심성이 늘 함께하고 있었다고 밝힌다.

김지하 선생은 1980년대 초반부터 인간성 상실, 생명 파괴, 기후 위기, 팬데믹 창궐 등을 예언하며 생명 사상, 살림의 문화 운동을 늘 강조해왔다. 그러나 더이상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주 생명을 위해 지구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선생의 문명론을 직접 들을 수 없게 되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21세기 역사의 밤에 생명 가치의 등불을 깨울 수 있는 예지의 육성을 만날 수 없게 되었다. 선생은 오랜 민주화 투쟁과 모진 고난을 감당한 용기에 대해 “두렵지만 조금씩 조금씩 결의를 다지면서 나아간거”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고 전한다. 이는 저자에게는 그의 본명인 영일英一이 지하芝河가 되어간 과정으로 들렸다. 또한 그가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를 넘어 생명 사상을 노래한 것이 지하에서 영일이라는 본명을 찾아 조금씩 조금씩 돌아온 과정으로도 해석된다.

한 떨기 꽃, 영일과 어두운 굴곡, 지하는 서로 다른 둘이 아니라 하나였던 것이다. 마치 깊은 그늘이 눈부신 빛을 불러오고 눈부신 빛이 깊은 그늘에서 피어오르는 반대일치, 그의 미학 사상의 대표적인 표상인 ‘흰 그늘’의 이치와 같은 것이리라

나는 한류에 대해 실질적으로 사회사적인 폭발로는 2002년 월드컵 때부터라고 봐요. ‘붉은 악마’ 돌풍이 불면서 그때 일본 사람들이 깜짝 놀랬어. 그리고 입이 딱 벌어져서 그냥 구경만 했단 말이야. 그것을 시작으로 그 가을에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히트를 치기 시작하면서 시작됐다고. 이렇게 보면 굉장히 의미가 깊어요. 왜 ‘붉은 악마’와 일본의 ‘욘사마 열풍’이 연관을 갖느냐 이런 문제가 된단 말이야. 이것은 포스트 한류, 제2기 한류에서 중요하게 되는 콘텐츠 문제, 미학적인 어떤 방향성 문제, 이런 것과 관련이 될 수가 있지요
- 「포스트 한류의 미학적 원형에 대하여」 중에서, 본문 68쪽

선생님, 원주에서 제천으로 오는 길이 곧 치유의 길입니다. 약초골로 유명한 산악 지역인 까닭도 있겠지만 경치 또한 매우 수려합니다. 원만圓滿의 땅 중조선 풍수의 진경을 가로질러 온 느낌입니다. 치유와 정화는 오늘날 현대사회의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사람은 물론 전 지구가 피로에 지쳐 있기 때문입니다. 제천 의림지에 막상 들어서니까 먼저 근자의 기후 현상에 관한 생각이 새삼 떠오릅니다. 물은 곧 생명의 근원이고 터전입니다만, 전국의 저수지들이 바닥을 드러내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초여름의 더위와 가뭄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기후변화가 지구촌 최대이슈로 떠오른 현실을 생활 속에서 체감하게 됩니다. 기후변화는 인류 삶의 시계를 새롭게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에 대한 원인, 적응 방법, 생존전략 등이 깊은 관심사로 회자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논의가 온실가스 농도, 에너지 대체 기술, 친환경 녹색 성장, 저탄소 지속 성장 등의 범주에서 맴돌고 있습니다. 중요하긴 하지만 너무 지엽적이고 비본질적인 데 그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구촌에 엄습한 이상기후 현상의 본질적 배경은 무엇일까요? 너무 추상적이고 난해합니다만 이러한 기본적인 문제제기에 대한 생각부터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 「우주생명학 혹은 수왕사의 길」 중에서, 본문 101쪽

홍용희 교수는 1966년 경북 안동에서 출생하였으며, 경희대 국문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95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평론으로 등단하였으며, 저서로 『김지하 문학연구』 『꽃과 어둠의 산조』 『한국문화와 예술적 상상력』 『현대시의 정신과 감각』 등이 있다. 젊은평론가상, 편운문학상, 시와시학상, 애지문학상, 김달진문학상, 유심문학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현재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래문명원장, 미디어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계간 《시작》 주간이며, 《대산문화》 편집위원, 디아스포라 웹진 《너머》 편집위원, 문화전문지 《쿨투라》 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쿨투라》 2023년 4월호(통권 106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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