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인 장편소설 『어린 새들이 울고 있다』
김세인 장편소설 『어린 새들이 울고 있다』
  • 쿨투라 cultura
  • 승인 2023.04.2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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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모든 ‘어린’ 생명체가 울고 있다”
우조가 우조羽調에게 보내는 존재 증명의 편지

우조가 우조羽調에게 보내는 편지
김세인의 영적인 성장소설, 『어린 새들이 울고 있다』

이 글을 쓰면서 나는 고통 속에서 벗어났고 그리고 성장했다.
새는 울지 않으면 존재 증명이 어렵다. 
자가 발전기를 돌리는 심정으로 읊어본다. 
울어라, 새여! 우는구나, 새여!

 

김세인 작가의 자전적 장편소설 『어린 새들이 울고 있다』 가 도서출판 작가에서 출간되었다. 

“어느 지점에서는 소설이 아니고 자전적이어서 까무룩 해지기도 여러 번”이었지만, “일어나 새의 언어를 받아 적었다.”는 김세인의 이번 소설은 “일종의 성장소설”이자 “영적인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세인 작가는 경기도 여주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학예술학과를 졸업했다. 1997년 단편 「옥탑방」으로 계간 《21세기문학》 신인상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다수의 문예진흥기금, 세종시전문예술지원금을 수혜했으며, 작품집으로 『무녀리』, 『동숙의 노래』, 장편소설『오, 탁구!』 등이 있다.

“서른 세 해 동안 지성으로 가꾼 나무가 뿌리째 뽑혀버렸고 그 자리에” 생긴 동굴 하나는 어떤 동굴일까.

“너는 새가 되었다고 믿었다.”는 우조가 우조羽調에게 보내는 이 편지(소설)를 읽다보면 해답 없는 저 푸른 바다의 수평선처럼 우리를 아득하게 만든다. 

1부 ‘유정리에 머물다’,  2부 ‘생의 한 가운데에서’, 3부 ‘어린 새들이 울고 있다’로 나누어 총 22편의 짧은 이야기들로 구성한 이 소설을 쓰는 동안 저자(우조)는“동굴에 갇혀서 속죄와 발효의 시간”을 가졌다고 말한다. 소설의 발원이 시작되는, 그 긴장되는 순간을 여러 차례 만날 수 있었고 그런 시간이 추동력이 장편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소설 속 “우조는 윤슬을 떠나보냄으로써 드디어 윤슬을 온전히 얻을 수가 있었고, 풍자 씨를 외면함으로 풍자 씨에게서 놓여날 수가 있었다.”는 저자의 잔혹한 고백은 독자들의 마음을 서늘하게 한다.

동명 스님(시인, 문학평론가)은 “중년의 소설가인 우조가 영적으로 성장하는 공간은 고향 유정리”라고 말한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 노래 부르는 조카 한수, 정신적인 동반자 경혜경, 그리고 갑자기 죽어버린 아들 윤슬 등은 이 소설의 제목에 등장하는 ‘어린 새’이다. “새의 울음은 노래와 분간되지 않”으며,  “이들의 노래는 울음이고, 이들의 울음이 노래”라고 언급한다. 

결국 우조가 깨닫는 것은 이 세상 모든 ‘어린’ 생명체가 울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그것을 깨닫는 것으로부터 문학이 출발하고 종교가 출발하고 철학이 출발한다. 그래서 이 소설은 “박완서의 『나목』, 이문구의 『관촌수필』, 신경숙의 『외딴 방』, 은희경의 『새의 선물』, 그리고 서머싯 몸의 『인간의 굴레』나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등과는 다르면서도 다르지 않은 성장소설”이라고 평한다.

“너의 슬픔”을 좀처럼 알아챌 수 없“기에  어떤 이는 침을 뱉었고, 어떤 이는 똥물을 끼얹었고, 어떤 이는 인과응보라고 지껄이고 갔지만 위버멘시에게 새의 서사를 다 듣고 난 소설 속 너는 “저는 이제 한 그루의 나무가 되겠어요.”라고 언약한다. 
너는 나무가 뽑힌 동굴로 돌아와서 웅녀처럼 웅크리고 앉았다.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새들이 너에게로 날아와서 새들의 언어로 노래할지도 모른다고, 제 가슴 털을 뽑아내어 둥지를 만들고, 알을 낳아서 따뜻한 가슴으로 새끼를 품을 지도 모른다고 너는 믿고 싶을 것이다.

나무가 울고 있다.
너는 생각한다, 나무가 되길 잘했어. 나무도 새처럼 울 때 눈물을 흘리지 않으니까.
(중략)
새는 울지 않으면 존재 증명이 어렵다. 자가 발전기를 돌리는 심정으로 읊어본다. 울어라, 새여! 우는구나, 새여!
- 「작가의 말」 중에서

‘어린 새들이 울고 있다’는 것을 눈물로 깨달은 김세인 작가의 소설을 읽으며, 가슴 한쪽 구멍 난 모든 이들이 작은 위안을 얻고 새살이 돋을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삶의 존재가 더욱 깊어지고 넓어지길 희망한다. 

 


 

■ 김세인 작가

경기도 여주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학예술학과를 졸업했다.
1997년 단편 「옥탑방」으로 계간 《21세기문학》 신인상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문예진흥기금, 세종시전문예술지원금을 수혜했으며, 작품집으로 『무녀리』, 『동숙의 노래』, 장편소설『오, 탁구!』 등이 있다.

 


 

추천사

이 소설은 일종의 성장소설이다. 주인공이 어린이나 청소년이 아닌 어른인데도 성장소설이 될 수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육체적인 성장이야 어린이나 청소년의 몫이겠지만, 영적인 성장은 나이와는 상관없다. 중년의 소설가인 우조가 영적으로 성장하는 공간은 고향 유정리이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 노래 부르는 조카 한수, 정신적인 동반자 경혜경, 그리고 갑자기 죽어버린 아들 윤슬 등은 이 소설의 제목에 등장하는 ‘어린 새’이다. 새의 울음은 노래와 분간되지 않는다. 이들의 노래는 울음이고, 이들의 울음이 노래이다. 결국 우조가 깨닫는 것은 이 세상 모든 ‘어린’ 생명체가 울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그것을 깨닫는 것으로부터 문학이 출발하고 종교가 출발하고 철학이 출발한다. 그래서 이 소설은 박완서의 『나목』, 이문구의 『관촌수필』, 신경숙의 『외딴 방』, 은희경의 『새의 선물』, 그리고 서머싯 몸의 『인간의 굴레』나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등과는 다르면서도 다르지 않은 성장소설이다. 아마도 소설가 김세인은 ‘어린 새들이 울고 있다’는 것을 눈물로 깨달은 이 작품을 통해 더욱 깊어지고 넓어지리라.
- 동명스님(시인, 문학평론가)

 


 

본문 속으로

아침 숟갈을 놓자마자 방으로 들어간 노모는 침대에 누워서 잼잼잼을 하고 있다. 아기 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퇴행 연습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밥을 먹었으면 밥값을 해야 사람 노릇 제대로 하는 거라며?”
노모는 대답은 하지 않고 우조를 쏘아본다.
“사람이 태어날 때는 주먹을 쥐고 태어나고 죽을 때는 주먹을 피구 떠나는 거여.”
무슨 선문답인지. 죽을 때가 되니까 귀신이 되어가나 싶어서 우조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해본다.
“저승사자가 문간에서 기다리구 있는데, 내가 시방 아꺼운 시간을 밥값 하는 데 쓰게 생겼냐, 그 말이여.”
“그럼 그 잼잼잼은 뭐야?

- 「장풍자 씨의 만담」 중에서, 본문 19쪽

 

성탄을 며칠 앞둔 일요일 아침이었다. 우조는 종강도 했겠다, 휴일이겠다, 늘어지게 늦잠을 자는데, 언제 들어왔는지, 윤슬이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보며 훌쩍이고 있었다. 왜 저러나 싶어서, 우조는 일어나서 창밖을 내다보았다. 밤새 눈이 내렸던지, 일층 슬래브 지붕 위에는 눈이 두텁게 쌓여 있었다.
그곳에 새 발자국이 종종종 찍혀 있었는데 그 문양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윤슬이 그 지붕 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저 새들의 발자국 있잖아.”
우조는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너무 이뻐.”
“그런데? 이뻐서 뭐!”
“이뻐서 슬퍼. 엄마 미안해…….”
우조는 이 애를 어떻게 키워야 하나, 겁이 났다.

- 「책 읽는 시간」 중에서, 본문 113쪽

두 해가 흘러갔다.
오늘은 첫눈이 오려는지 하늘이 암상 떠는 고양이처럼 새침하게 흐렸다.
사고가 난 그해 그날에는 첫눈이 많이 늙은이 살비듬 같은 눈이 희롱하듯이 나풀거리다 말았다. 그날부터 색조 화장을 하지 않았으므로 날씨로 표현하자면 우조의 얼굴은 ‘흐림’이었다. 오늘은 가부키처럼 분칠을 하고, 윤슬과 작별할 생각이다.
절에서 배운 대로 사시에 제를 지낸 후 우조는 윤슬의 방에 들어간다.
옷장을 열어 남은 옷을 꺼내고, 앨범들을 모두 꺼내고, 일기장도 꺼낸다. 일기장에서 종이가 툭 떨어진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잘 있거라!!!

- 「어린 새들이 울고 있다」 중에서, 본문 209쪽

우조佑助, 너는 새가 되었다고 믿었다.
창공을 날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고 미래를 위해 나무를 가꾸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폭탄이 떨어져서, 서른 세 해 동안 지성으로 가꾼 나무가 뿌리째 뽑혀버렸고 그 자리에 동굴이 하나 생겼다.
너는 어둠이 좋다. 어둠은 동굴이고 동굴은 어둠이다. 동굴은 무덤을 닮았다.

- 「작가의 말- 우조가 우조羽調에게」 중에서, 본문 211쪽

 


 

■ 차례

1부 유정리에 머물다 
호랑이와 닭의 동거 09
장풍자 씨의 만담 18
니주가리 씨빠빠 29
흰 개의 경고 37
막내와 왕탱이 47
가재를 잡긴 잡았는데 57
개 주인 그리고 목사 63

2부 생의 한 가운데에서
시절인연 71
하늘에는 영광, 땅에서는 평화 81
묵은 때를 밀다 85
라디오 스타가 된 우조 93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98
책 읽는 시간 106
은진미륵에서 파랑새를 보다 114
백설기 128
조베리아 바람 137
울어라, 열풍아 146
방황하는 청춘들 161

3부 어린 새들이 울고 있다
리사이클링 173
너의 이름이 너를 돕기를! 182
밀물과 썰물 188
어린 새들이 울고 있다 199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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