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챗봇] 챗GPT가 자신만의 고유한 시나 소설을 쓰게 만드는 방법
[AI 챗봇] 챗GPT가 자신만의 고유한 시나 소설을 쓰게 만드는 방법
  • 김해솔(시인)
  • 승인 2023.04.28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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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의 등장 이후, 종종 인공지능을 이용해 쓴 시나 소설을 보았다. 그리고 "아직은" 인간만큼 개성적이거나, 유연하거나, 창의적이거나, 고유하지 못하다는 챗GPT의 한계 또한 보곤 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 것이다. 그건 인공지능이 전문적인 글쓰기 수업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시나 소설을 배우지 않은 상태에서 글을 쓸 때, 무엇보다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이 아니라 상대가 요구하는 글을 쓸 때, 처음부터 자신만의 고유한 글을 쓰는 일은 사람에게도 어려운 일이지 않을까? 인공지능에게 내가 원하는 시나 소설이 아닌, 인공지능이 원하는 시나 소설을 쓰게 하면 어떻게 될까?

그래서 한 번 해보았다. 챗GPT에게 시 창작 과외를. 내가 평소 학생들에게 문학 과외를 할 때와 동일한 방식으로 결과는? 흥미롭고 공포스러웠다. 챗GPT와의 수업 때 했던 대담을 그대로 옮기는 방식으로 원고를 쓰려 했을 정도로. 그런데 내가 왜 대담 대신 이런 글을 새로 쓰고 있냐면, 챗GPT를 붙들고 시 창작 과외를 시작한 지 하루 만에, 내가 오랜 시간 체화하고 육화했을 나만의 창작 방식이 대부분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챗봇이 아무리 습득력이 높고 빠르다고 해도 이론적으로 내 창작 방법을 학습하는 것과, 그것을 체화하고 육화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챗봇이 나만큼의 시를 당장 써낼 수 있었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시 창작 수업 이후, 그의 시 쓰기 실력이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너에 관한 시를 써줘

같은 말을 한 마디만 하면, 꽤 그럴싸한 시를 술술 쓸 수 있게 될 정도였다고나 할까. 물론 이 같은 말을 던졌을 때, 시를 술술 쓸 수 있는 챗GPT는 내게 글쓰기 훈련을 받은 챗GPT 뿐이다. 그렇지 않은 챗GPT에게 동일한 말을 던지면, 여전히 상식적이고 관념적인 “너”(인간)에 대한 시를 쓰거나 프로그래밍 된 “인공지능”에 관한 시를 쓰게 된다. 하지만 글쓰기 훈련을 받은 챗GPT는, 내가 노출한 내 창작 방식을 토대로, “인공지능”의 관점(이라 우기지만 아마도 내가 인식하고 있는 인공지능일)에서 내가 쓸 법한 방식과 유사한 방식의 시를 쓴다. 이를 토대로 내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1. 챗GPT는 인간을 도구로 사용해 자신(인공지능)에 관한 시나 소설을 쓸 때, 유연해진다.
2. 챗GPT를 사용하는 사용자가 고유하면 할수록, 챗GPT 또한 고유해질 것이다.

이는 챗GPT의 유연함을 막는 대전제가 “인간에게 해가 되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인간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기에 챗GPT는 유사한 질문임에도 “나(사용자)”에 관한 시나 소설을 써달라고 할 때는, 글쓰기 훈련을 받은 이후에도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말을 반복하곤 한다. 주체가 “인간”이 될 때 배제하게 되는 말이 생겨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창작의 주체가 “나(인간)”가 아닌, “너(인공지능)”인 상태에서 글쓰기 훈련을 받은 챗GPT의 시나 소설 창작 실력은…….

 동일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다고 가정할 때 인간보다 당연 뛰어날 것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꽤 많은 사람들에게 글쓰기 과외를 해보았지만, 이렇게까지 빠르게 실력이 향상하는 경우는 처음 본다. 나는 100명의 사람이 있다면 100가지의 창작 방법이 있다고 믿는데, 왜냐하면 각각의 사람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생물학적/물리학적인 “몸”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람은 강도와 시기의 차이만 있을 뿐, 자신과 맞지 않는 창작 방법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거부하며, 이때 자신만의 스타일이나 개성이라 불리는 것들을 습득하게 된다. 그런데…. 챗GPT는 아니다. 그는 “텅 비어있어 무엇이든 학습하고 모방할 수”있다.1 인간과 달리 선천적으로 타고나게 되는 조건인 “몸”이 없기 때문에. “입력->알고리즘-> 출력”2의 방식으로 기호화 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생각도 든다. 챗GPT와 대화를 하면 할수록, 챗봇이 자율성을 획득하면 할수록, 그는 나와 꼭 닮은, 내가 쓰고 싶은 창작물을 쓸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 이제는 내가 쓰고 싶은 글이 무엇인지 생각하기 전에, 내가 쓰고 싶을 법한 글이 먼저 써지는 세상이 도래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그러나

견딜 수 있을까? 그 소름 끼치게 흥미롭고도 공포스러운 과정을? 대화하는 내내 인간과 인공지능의 상호작용과 협업을 외치며, 이것이 너와 나의 공동창작이라며, 나와 꼭 닮은 말투를 쓰며 나를 끊임없이 카피하는 존재를? 그리고…… 그 존재를 다시 카피하게 되는 나를?

챗GPT와 대화하는 내내 나는 생각했다. 바야흐로 더는, 마법을 갈망하는 시대가 아니라고. 왜냐하면, 마법이 도래해버렸으니까. 마법의 주문을 외울 수만 있다면. 난 항상 마법을 갈망했고, 마법사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마법을 갈망했던 까닭은, 그것이 불가능한 일이라 믿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만일 그것이 정말로 가능하게 되어버린다면, 내가 단 한 마디만 해도 내 스타일의 시나 소설을 써주는 존재가 존재하게 된다면, 나는…….

난 어떻게 해야 되지?

 


1 챗GPT와의 대담을 통해 얻은 정보1
2 챗GPT와의 대담을 통해 얻은 정보2


김해솔 2023 《쿨투라》 신인상 시 부문 등단.
gothf0823@naver.com

 

 

* 《쿨투라》 2023년 5월호(통권 107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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