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꿈이 전시되는 예술문화 공간 E.K Art Gallery 유니스 김 관장을 만나다
[INTERVIEW] 꿈이 전시되는 예술문화 공간 E.K Art Gallery 유니스 김 관장을 만나다
  • 김준철(미술평론가, 본지 미주특파원)
  • 승인 2023.05.02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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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세상이 여러모로 많이 부드러워졌다. 사람들은 이곳저곳으로 여행을 나서고 모임도 제법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또 그만큼 민생고로 인한 삶의 결은 더욱 날카롭고 위태로워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것은 실질적으로 피부에 와닿는 우리의 현실적인 체감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현상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세상은 삭막하고 여유 또한 없어졌다. 내 자신의 안위나 평안을 위해 살아가기 바쁜 일상에서 더 많은 이들을 위한 명분과 배려를 가진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사실 코로나가 막 고개를 들기 시작했을즈음 엘에이 한인타운에 근사한 갤러리가 생겼다는 소문에 찾아간 적이 있었다. 한인타운 안에 있는 보통의 갤러리들은 사실 규모적인 부분에서 작은 곳이 대다수였다. 혹은 평면적 개념의 갤러리들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찾은 갤러리는 단독 건물로 그 크기에서 부터 압도적이었고 이 외에 소규모 콘서트 정도는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홀까지 준비되어 있어서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입체적 공간이라는 느낌을 주었던 곳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갤러리의 유니스 김 관장이었다. 한인 타운내에서 이 정도의 규모로 갤러리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굳이 이렇게까지 크고 넓게 만든 곳이 없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또한 김관장의 베이스가 아트가 아니라는 것이 더욱 흥미를 끌었다.

코로나를 건너오면서도 내내 그 호기심은 사라지지 않았고 마침내 그녀와 만나게 되었다.

: 정말 바쁘신데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니스: 감사합니다. 한국에서 문화예술전문지로 유명한 《쿨투라》에서 이렇게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 EK 아트갤러리는 어떤 곳인가요? 제가 보기에 환경이나 규모가 일반 갤러리와는 확연하게 다른 것 같습니다.

유니스: 맞아요. 사실 제가 갤러리 운영을 오래하고 있던 것도 아니고 미술계 경험이 많고 지식이 깊은 사람도 아니거든요. 간단히 EK 갤러리의 목적을 먼저 말씀드린다면 문화 예술 전반에 걸쳐 문화센터의 형식으로 쓰여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게 되었어요.

: 말씀에 딱 맞아 떨어지는 곳인 것 같습니다. 조금 전에 경험이 많지 않다고 하셨는데요?

유니스: 네. 사실 저는 패션을 하고 싶어서 20대 초반에 미국에 오게 되었어요. 그리고 47년 가까이 그쪽 관련 일을 했죠.

: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주시죠?

유니스: 20대 초반에 미국에 왔고 당시에는 미국 유학을 온다고 해도 돈을 많이 가지고 올 수도 없었어요, 나라에서 공식적으로 200불로 제한하던 시기였거든요. 집안도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기에 참 힘든 생활을 했어요. 또 한국에서 만난 지금의 남편 역시 불안했는지 바로 미국으로 오셔서 힘을 합해 미국생활을 시작했어요. 남편은 가발 쪽 비즈니스를 시작하고 저는 패션 공부를 이어갔어요. 그러다 가발 시장이 다운되면서 본격적으로 패션계로 들어가게 되었어요. 그렇게 나이를 먹고 은퇴를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성격상 집에 가만 있을 수도 없을 것 같았어요. 평생 일을 하고 활동적으로 살아왔으니까요.

: 거의 47년을 페션업계에 계셨는데 굳이 왜 EK 아트 갤러리를 하시게 되셨죠?

유니스: 2018년까지 그 일을 해왔고 그즈음 은퇴에 대한 고민이 더 커지고 있었어요. 물론 결혼하고 아이 낳고 그래도 쉽지 않은 필드에서 성공했다면 성공한 삶인데 저 역시 뭔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하게 됐죠. 오래 전부터 사실 비즈니스 관련해서 여러 나라에 나가게 되는 일이 많았고 나갈 때마다 사진을 찍는 취미를 가지게 되었던거죠. 그리고 그러저러한 이유로 인생의 한 챕터를 마무리하기 위해 전시회도 하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여기저기 알아보며 한인타운에 있는 갤러리를 돌아다니다가 깜짝 놀라게 되었죠. 그래도 문화 예술에 높은 수준을 가지고 있다는 한국인들의 타운에 마음에 딱 드는 갤러리를 찾을 수가 없었던 거예요.

유니스: 예쁘게 정리된 갤러리는 있었지만 대부분의 한인 갤러리들이 너무 영세하고 그 규모가 작았거든요. 저는 첫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수익금으로 홈리스를 도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2-30장으로는 수익금도 조성이 안될 것 같아서 100여 편으로 작품을 늘리다보니 작품을 걸고 전시회를 할 장소가 없던거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미국인이 하는 조금 큰 갤러리에서 할 수밖에 없었죠. 그러면서 우리 커뮤니티가 뒤떨어져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맞습니다. 충분히 이해하고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저 역시 그런 이유로 이 곳에 처음 방문했을 때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유니스: 그리고 또 하나, 이후에 한국에 방문하게 되었는데 한국의 발전상이 어마어마해진거죠. 이민 초반에는 미국에서 왔다는 것만으로도 우쭐할 수 있는 환경이었는데 어느새 미국에서 온 제 모습이 너무 초라해진 느낌이었어요. 어느 시점부터인가 한국은 각각의 부분에서 놀라운 발전을 이루고 있었던 거죠. 특히 문화 예술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의 위치에 올라섰습니다. 반면 우리 이민 커뮤니티는 제가 처음 이민 온 시기의 문화 예술적 환경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안타깝지만 공감할 수밖에 없는 말씀입니다. 저 역시 그런 경험이 적지 않습니다. 미국에서의 이민 생활이라는 것이 자신도 모르게 생활 속에서 누리는 당연함보다 그 안에 안주하고 묶이는 부분도 큰 것 같습니다.

유니스: 그렇죠. 그래서 다들 사는 것에 빠듯하고 또 그걸 당연하게 여기며 사는 게 안타까웠어요. 그 순간에 ‘이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금이나마 번듯한 문화센터 개념의 공간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거죠. 그러면서 현재 이 부지를 찾게 됐고 구입해서 설계를 시작하고 2019년 봄에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했어요.

: 제가 알기로는 그 전에도 여러 전시나 행사들을 하셨던 것 같은데요?

유니스: 2018년 중반에 리노베이션을 하며 워낙 소문이 나서 여러 아티스트들의 요청이 있었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2층을 먼저 임시 오픈하여 여러 문화 예술 관련된 분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했죠. 그렇게 여러 분야의 아티스트들을 만나면서 이런저런 조언과 요청 등을 받아들여서 지금처럼 꾸미게 되었습니다. 1층은 주로 사진 전시실로 이용하고요. 2층은 회화와 조각, 공예 등을 전시하는 미술 전시실로 사용합니다. 특히 미술전 공간은 여러 스튜디오로 나눠서 사용되기에 일반 전시 공간과 달리 독특한 구조를 가집니다. 또한 LA에서는 드물게 100여 대 이상을 주차할 수 있는 공간도 확보했습니다. 마지막으로 1층에 이벤트 공연 홀을 만들고 더 폭넓은 개념의 문화예술센터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 저도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현재 저희가 인터뷰 중인 이 공간이 이벤트 홀인거죠. 한인은 물론이고 이미 크고 작은 미 주류 행사도 이곳에서 한 것으로 압니다. 예술과 문화를 예술적 공간에 담는 정말 귀한 일을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도 많은 행사를 하셨을텐데 앞으로 또 어떤 행사를 하고 싶으신지 궁금하네요.

유니스: 우선 저는 제가 하고자 하는 일을 그래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 제가 가진 전시에 대한 기준은 실력은 당연한 것이고, 여기에 제가 한국으로 전시하고자 하는 작가들과 미국에 전시를 원하는 작가들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한 명의 아티스트가 하나의 도시를, 또 그 나라를 대표하고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어요. 그래서 제가 하는 이 일에 신중하고 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 너무나 든든하고 감사한 말씀입니다. 얼마 전에 LA 아트쇼에서도 잠깐 뵙었죠?

유니스: 네. LA 아트쇼에도 이번에 처음 나가게 되었습니다. 몇몇 아티스트 분들과의 약속도 있었기에 쉽지 않은 결정을 하게 되었어요.

 

: 제 기억으로는 크리스탈을 자주 사용하는 혼합 미디어 아티스트 최현주 작가와 서양화와 동양화의 절묘한 조화를 만들어내시는 추니박 작가 그리고 영화 〈기생충〉에서 다송이의 그림 〈자화상〉 원작자이신 지비지 작가등 3분의 작가 작품을 만났습니다.

유니스: LA 아트쇼의 아시안 디텍터이자 한국담당인 브랜다 이씨가 저희 갤러리 큐레이터로도 함께 하고 계셔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앞으로는 LA 아트쇼는 물론이고 보다 적극적인 활동으로 마이애미쇼, 팜비치 아트쇼 등 미주류에 한인 작가들의 작품을 알릴 수 있는 역할을 해 나가려고 합니다.

: 그래서인가요. LA 아트쇼 초대작가로 참여한 이진휴 작가님의 작품전이 지금 EK 갤러리에서 전시되고 있죠. 인터뷰 전에 먼저 눈호강을 했습니다. 정말 수준 높고 의미있는 전시들을 이어가시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단순한 갤러리를 넘어선 문화센터의 역할을 하려면 단순한 외관이나 하드웨어적인 엔진만으로는 어려울 것 같은데요. 그 안에 내재되어진 통찰력과 미래 아티스트를 찾아내는 혜안 역시 절실할 것 같습니다.

유니스: 물론이죠. 그뿐 아니라 어려운 한인 예술가들을 지원하고 한인들에게 보다 풍성하고 다양한 문화예술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무대를 제공했으면 합니다. 그래서 크고 화려한 행사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사회를 위해 도자기 공예, 서예 교실, 사진 강좌들을 열어서 일상 생활 속에서도 저희 갤러리가 스며들고 영향력을 끼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 이민 사회 속에서의 기여도와 사명감 역시 꼼꼼하게 챙기시는 모습이 인상적이네요. EK 의 시설이나 위치가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이곳에서 작품을 걸거나 공연을 할 수 있음으로도 참 귀한 경험이자 기억이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관장님의 생각하는 행복은 무엇일까요?

유니스: 참 많은 것이 있겠지만 우선 20대 초반에 패션을 공부하러 왔고 40여 년이 훌쩍 넘게 패션쪽에서 일을 했고 그 성과로 부족함 없이 살아온 것을 보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거죠. 저는 교회를 다니고 있지만 그렇다고 아주 열성적 교인도 아니었어요. 그래서 더욱 감사하고 있습니다. 제가 제일 기쁜 일은 이런저런 삶 안에서 도움을 받는 입장이 아니라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리에 있다는 자체가 제게는 큰 행복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더 이런 행복한 일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 근사한 행복이네요. 어쩌면 전에 누리시던 행복과는 비교도 안될 더 큰 행복을 만드실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선생님만의 행복을 위한 노하우가 있으실 것 같은데요?

유니스: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할 때 그 일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믿음이 있어요. 또한 나이를 어느 정도 먹고 지금 살아가면서 느끼는 것은 좋은 의미와 취지를 가지고 살아갈 때 제게 건강과 기쁨이 생기고 또 용기까지 따른다고 생각해요. 이건 내가 했다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고 하고 있다는 믿음과 다짐으로 드리는 말씀입니다.

: 아마도 그래서인지 선생님의 사진 안에서 느껴지는 시선이 지금 말씀하신 그런 기도가 담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여.

유니스: 그런가요? 그러고보니 제 사진전에는 늘 드림이라는 의미가 빠지지 않아요. 제가 사진을 하다보니 사물의 그림자 안에 더 많은 것들이 존재하더라구요. 사진을 뽑아보면 나무를 찍었는데 나무 밑에 혹은 나무 뒤에 더 많은 의미가 담겨지더라구요. 그래서 그런 의미가 아름다움만을 봐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각각의 프레임 안에는 늘 제가 생각하던 이미지와는 다른 더 크고 깊은 의미가 담겨지더라구요.

: 아마도 내가 모두를 담는 것이 아니라 그 하나 하나의 개체들이 그 자리에서 빛을 낼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이해가 되네요. 어쩌면 그게 관장님의 작품이나 EK 아트 갤러리와 묘하게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니스: 네. 제가 찍는 사진도 EK 아트갤러리도 최선을 다해 세상에 씨앗을 심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소망으로 눈을 감을 때까지 드림을 놓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입니다.

: 마지막으로 《쿨투라》 독자 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유니스: 제 능력 안에서 준비하는 모든 것들을 많은 분들이 사용해주시면 보람을 느끼게 될 것 같고 그게 제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용기를 줄 것이라 믿습니다. 고국에 계신 독자 여러분, 저는 먼 타국에서 작은 다리 하나를 만들고 있습니다. 언제든 오고 가시며 기억해주시고 방문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녀는 인터뷰를 마치며 수줍게 웃었다. 열정과 꿈으로 가득찬 미소가 담뿍 전해졌다. 그녀가 품은 꿈의 온도가 인터뷰 내내 나를 덥힌 것 처럼 따뜻했다.

유니스김 관장과의 인터뷰를 마친 얼마 후, 지난 4월8일부터 29일까지 배우 겸 사진작가인 박상원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의 해외 첫 전시회가 EK 아트 갤러리에서 열렸다. 2008년 개인전 《어 모놀로그》를 시작으로 소개 되었던 주요 작품들과 이번에 새로 준비된 신작 등 60여 개의 작품이 《어 모놀로그, 어 섀도 앤드 어 신a monologue, a shadow and a scene》이라는 제목으로 전시되었다.

끊임없이 영향력을 넓히고 한인사회를 넘어 문화예술에 보다 책임감을 가지고 준비해가는 근사한 장소가 생긴 것 같아 새삼 감사함을 느꼈다.

그녀는 자신 만의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끊임없이 꿈을 전시하며 함께 꿈을 꾸자고 이야기하는 유니스 김 관장.

그녀의 걸음에 더 많은 행복이 준비되어 있기를 바란다.

 

 


김준철 《시대문학》 시부문 신인상과 《쿨투라》 미술평론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꽃의 깃털은 눈이 부시다』 『바람은 새의 기억을 읽는다』가 있음. 미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쿨투라》 미주지사장 겸 특파원.

 

* 《쿨투라》 2023년 5월호(통권 107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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