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만난 별 Ⅱ 배우 임지연] 멈추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시로 만난 별 Ⅱ 배우 임지연] 멈추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 장재선(시인)
  • 승인 2023.05.02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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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연 배우. 인스타그램.

멈추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 배우 임지연

장재선(시인)

 

멋지다, 연진아!
여름 오기 전
야릇한 꽃봉오리가 터졌구나

너의 계절이 오기까지
얼마나 자주 눈물을 뿌려야 했니

길을 타고난 그들이 사철 앞으로 달릴 때
너는 가진 것 없이 뒤로 걷는 느낌이었어도

걷고 또 걸으며
멈추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 겨울에 너와 동행한 눈물이
봄을 흘러서
새로운 계절의 꽃거름이 될 것을
누가 알았겠냐만

멋지다, 연진아!
지금 피어난 웃음이
여름 지나 가을까지
너의 꽃봉오리를 지킬 것이다.

 


시 작 노 트

임지연 배우를 생각하면 늘 고맙다는 느낌이 앞선다. 내가 일하는 매체의 추석 특집에 기껍게 출연해준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한창 바쁜 배우가 자기 시간을 내서 특집에 나오는 것은 쉽지 않다. 그것도 평소 입지 않는 한복 차림이라면 고개를 가로젓기 십상이다. 그래서 섭외에 애를 먹는데, 지난 2015년엔 임 배우 덕분에 수월하게 특집을 만들었다. 그 때 그녀는 “아버지가 7남매의 맏이시라 추석 때 집에 30여명의 대가족이 모인다”라고 했다. 임 배우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건강한 기운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임 배우를 처음 본 것은 그 전해였다. 그녀가 영화 데뷔작 〈인간 중독〉과 관련한 인터뷰를 하며 홍보에 애쓸 때였다. 영화 담당 기자와 함께 와서 당시 문화부 데스크였던 내게 인사한 것이었는데, 예쁘고 순한 인상이었다. 나중에 〈인간 중독〉을 보고 놀랐다. 그런 순백한 얼굴로 이렇게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하다니…. 영화는 흥행에 크게 성공하진 못했으나, 그녀가 대배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이후 임 배우가 드라마와 영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마다 응원하는 마음이었다. 이번에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의 박연진 역을 통해 큰 주목을 받게 됐을 때 혼자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녀는 어쩌면 저렇게 나쁜 인간일 수가 싶을까 정도의 악역을 능숙하게 해냈다. 극 중 대사 ‘멋지다, 연진아!’가 화제가 된 것은 그만큼 배역에 잘 녹아들었던 덕분이다.

그녀는 재능을 타고난 연기자처럼 보였다. 그러나 드라마가 끝난 후의 인터뷰에서 “배우 생활을 하는 동안 나는 왜 타고나지 못했지, 라며 자주 울었다”라고 했다. 그래도 연기를 포기하겠다는 말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고 되돌아봤 다.

대중 앞에 서는 연기자의 길이 앞으로도 쉽진 않겠으나, 이른바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의 자세로 꾸준히 걸어가리라 믿는다. 드라마에 함께 출연한 남성 배우와 열애를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 두 사람의 동행에 햇살이 가득하기를!

 


장재선 문화일보 선임기자. 시집 『기울지 않는 길』, 시-산문집 『시로 만난 별들』, 산문집 『영화로 보는 세상』 등 출간. 한국가톨릭문학상 등 수상.

 

* 《쿨투라》 2023년 5월호(통권 107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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