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통신] 베트남의 숨겨진 보석, 푸꾸옥의 아찔한 추억
[베트남 통신] 베트남의 숨겨진 보석, 푸꾸옥의 아찔한 추억
  • 이상옥(시인, 창신대 명예교수)
  • 승인 2023.05.03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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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꾸옥Phú Quốc섬은 코로나 19로 문을 닫은 이후 외국인 관광객에게 가장 먼저 문을 연 베트남이 자랑하는 관광명소다. 푸꾸옥은 섬이라 베트남 전역으로 코로나 19가 확산될 우려가 적은 입지 조건이어서 그렇기도 했겠거니와, 천혜의 자연과 아름다운 풍광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는 베트남 정부의 자부심이 배어 있었기 때문이다. 베트남 체류 중 다시 관광하고 싶은 버킷리스트 1순위 중 하나가 푸꾸옥섬이다.

2019년 12월 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시작되면서 베트남 관광지 우선 순위도 변화의 조짐을 보였다. 2020년 당시 구글이 발표한 연말 트렌드 보고서에서 베트남인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여행지 1위로는 북부 하이풍시 깟바섬이었다. 깟바섬은 2021년 미국 온라인매체 버즈피드의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석회암 카르스트 지형의 자연 서식지, 바다와 육지의 다양한 생태계가 잘 보존된 천혜의 명소”로 꼭 방문해야 할 세계 11개 국립공원에도 랭크된 바 있다. 1986년에 이미 다양한 동식물과 육상 및 해상 생태계 보호를 위해 베트남 정부가 국립공원으로 지정했고, 2003년에는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도 지정됐다. 일년 내내 선선한 날씨와 사계절 꽃이 피고 정원, 폭포, 호수가 아름다우며 울창한 소나무숲과 함께 프랑스 식민지 시대의 건축물이 잘 보존돼 있는 고원도시 달랏이 2위, 프랑스 식민지 시절 더위를 피하기 위해 유럽풍의 휴양시설이 지어지면서 알려진 북부 고원지대 소수민족의 고향인 사파가 3위, 아름다운 해변의 중부해안 도시 다낭이 4위, 메콩델타 띠엔강 하류 벤쩨성과 미토시 사이, 하류 열대식물로 둘러싸인 전통가옥을 볼 수 있는 터이선섬이 5위 등 10위까지 발표됐지만 정작 푸꾸옥섬은 랭크되지 않았다. 코로나 19의 영향으로사람들이 붐비는 전통적인 여행명소보다는 다소 덜 알려진 여행지를 찾는 경향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이라고 한다. 푸꾸옥섬이 10위 안에 랭크되지 못한 또다른 이유는 베트남 남서부 하띠엔에서 40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먼 거리의 섬이다 보니 베트남보다 캄보디아에 더 가까운 입지 조건이라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는 찾기 힘들었을 것이다. 아무튼 베트남 현지인들이 꼽은 방문하고 싶은 여행지 랭킹 5위까지 내가 여행해 본 곳은 하나도 없다. 베트남 체류 기간 중 여행해야 할 새로운 버킷리스트로 삼으면 좋을 듯싶다.

제주의 1/3 크기, 베트남의 숨겨진 보석이라고 일컬어지는 푸꾸옥섬은 베트남과 캄보디아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푸꾸옥섬 최북단에서 보면 캄보디아를 육안으로도 볼 수 있다고 한다. 푸꾸옥섬은 원래는 캄보디아 땅이었으나 100여 전 베트남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이주하며 두 나라 사이에 영토 분쟁이 계속 이어지다가 1982년 캄보디아가 베트남 영토로 인정하면서 끼엔장성에 속하게 됐다. 지금은 푸꾸옥을 최초의 섬도시로 개발해 베트남의 숨겨진 보석으로 불리우고 있다.

지난해 운 좋게도 푸꾸옥섬을 잠시 둘러볼 기회를 가졌다. 2022년 6월 30일 제주에서 한국디카시인협회 제주지부 창립총회와 7월 2일 제15회 경남고성국제디카시페스티벌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6월 29일 호찌민에서 출발, 푸꾸옥 섬을 경유해서 인천공항에 30일 아침에 도착하는 항공편에 몸을 실었다. 그때만 해도 한국 입국 전 48시간 내 코로나 PCR 검사나 24시간 내 신속항원 검사 음성확인서가 요구되던 때였다. 그래서 6월 28일 호찌민에 와서 신속항원 검사를 미리 받고 음성확인서를 소지하고 호찌민공항에서 티켓팅을 할 수 있었다. 푸꾸옥공항에서 거의 10시간 이상의 여유가 있어서 푸꾸옥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시내로 가서 탐방을 했다. 매우 한정된 시간이고 팬데믹이 창궐하던 터라 관광객들을 많이 볼 수는 없었지만, 푸꾸옥 시내에서 미국인이 경영하는 멋진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으며 주인과 정담을 나누기도 했다.

푸꾸옥섬의 아찔한 에피소드 하나. 푸꾸옥 시내 탐방을 마치고 자정 가까이에 공항으로 다시 와 6월 30일 새벽 비행기를 타기 위해 티켓팅을 하려고 하니, 신속항원검사 음성확인서가 24시간을 경과해서 티켓팅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경유지에서 티켓팅할 때도 24시간 이내의 신속항원검사 음성확인서가 필요한 것을 미처 고려하지 못하고, 호찌민 출발 기준으로 24시간 이내면 오케이라고 잘못 생각한 것이었다. 그 비행기를 못 타면 한국에서 30일 오후 제주에서 열리는 한국디카시인협회 제주지부 창립총회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라 아찔했다. 내가 한국 들어가는 일정에 맞춰 창립 총회 날짜까지 잡았는데 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 담당자가 지금이라도 푸꾸옥 시내에 가서 신속항원검사를 다시 하라고 주소를 메모해 주었다. 가이드도 없이 오로지 자력으로 주소 메모지를 택시기사에게 보여주며 빨리 데려 달라고 부탁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신속항원검사 장소에 가니, 나 같은 한국인이 몇 분이 더 있었다. 서두른 덕에 간발의 차로 무사히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그 당시는 베트남에 체류한 지 경우 5개월 남짓이라 베트남어 소통도 지금보다 더 잘 안 되고, 혼자 자유로운 베트남 여행이 몸에 익지도 않던 터였다. 궁즉통이라고 스마트폰 구글번역기와 구글지도 등을 활용해서 난관을 스스로 돌파해낸 것이 지금 생각해도 대견스럽다. 한국에서는 카카오택시 부르는 방법도 모르지만 지금은 베트남에서 택시 어플까지 활용한다.

다음에 푸꾸옥섬을 여행하게 되면 푸꾸옥의 대표 재래시장이라 일컬어지는 즈엉동 시장도 천천히 둘러보고, 기네스북에도 등재돼 있다는 세계 최장 해상 케이블카도 타보고, 빈펄 사파리에서 야생 돌물들도 보고, 인공위성에서도 찍힌다는 맑은 해변 사오비치도 거닐어 보고 싶다. 또한 푸꾸옥 옛 수용소도 둘러보며 전쟁의 비극이 환기하는 평화의 소중함도 다시 마음에 새기고 싶다.

 


이상옥 창신대학교 명예교수. 1989년 월간 《시문학》등단. 유심작품상, 편운문학상 등 수상

 

 

 

* 《쿨투라》 2023년 5월호(통권 107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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