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프리뷰] 똑똑한 AI 비서가 전달하는 그리움의 메시지: 퍼포먼스그룹153의 소통 시리즈 열일곱 번째 이야기, 〈쎄끄레따리아〉
[공연 프리뷰] 똑똑한 AI 비서가 전달하는 그리움의 메시지: 퍼포먼스그룹153의 소통 시리즈 열일곱 번째 이야기, 〈쎄끄레따리아〉
  • 설재원 에디터
  • 승인 2023.05.03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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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문화재단 예술인 창작활동 지원사업에 선정된 퍼포먼스그룹153의 〈쎄끄레따리아〉가 오는 5월 12일(금), 13일(토) 양일간 성남아트센터앙상블시어터에서 관객을 찾는다. 퍼포먼스그룹153(대표 황미숙)의 소통 시리즈는 해마다 대두되는 키워드를 주제로 여러 예술분야의 협업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고 있다. 올해는 ‘AI’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새로운 융합극 〈쎄끄레따리아〉를 선보인다. 포르투갈어로 ‘여비서’를 뜻하는 〈쎄끄레따리아〉는 장 주네의 『하녀들』을 재해석한 작품으로, 하녀들의 이미지에서 출발한 아이디어를 현대적인 AI 비서로까지 확장하였다.

우리가 AI에게 기대하는 바는 질문을 듣고 나의 니즈를 정확히 분석·파악하여 답을 주는 것이다. 〈쎄끄레따리아〉는 그렇다면 똑똑한 AI가 비서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진다. 똑똑한 AI 비서를 대하는 우리의 정서는 어떠할까? 오고가는 ‘정확한’ 정보 가운데 감정의 교류가 전혀 없다면 오히려 그리움을 느끼지는 않을까? 융합극 〈쎄끄레따리아〉는 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AI 비서를 통해 그리움을 이야기하며 이를 현대인의 모습과 연결 짓는다.

세상에 대한 애정을 담아내는 황미숙 연출가는 익숙한 일상의 대화를 통해 시대의 본질을 꿰뚫는 질문을 던진다. 진중한 갈등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의 치유는 치열하게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끌어안고 위로한다. 황미숙 연출가는 “(극을 준비하며) 정보 사회에서 그리움을 품고 추억을 더듬어 감사함으로 주어진 일을 감당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에 대해 고민했음을 밝힌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오늘날 급변하는 정보사회의 세련된 신속함과 정확함은 때로는 기성세대에게 부담과 피로로 다가온다. 그래서 다가오는 AI 시대가 역설적으로 투박하고 정겨운 아날로그 시대에 대한 향수를 떠올릴 수 있음을 포착한다. 황미숙 연출가는 “함께 한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 누군가 연약해도 기다려 줄 수 있는 여유, 서로의 필요를 묵묵하게 채워주는 가슴으로 느껴지는 인간애”를 강조한다.

이번 공연은 탄탄한 연기 경험을 바탕으로 무대에서 관객과 호흡하는 최재호 배우와 부산시립극단의 〈갈매기〉에서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호평받은 우재원, 하민우, 이규빈 배우가 배형빈, 김다영 퍼포머와 함께 따스한 무대를 마련한다. 특히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2021)의 ‘안나’ 역으로 청주국제액팅어워즈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차세대 젊은 주자로서 주목을 받는 하민우 배우가 ‘앵커’ 역으로 관객을 맞는다. “무대 위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노력”한다는 하민우 배우는 지친 현대인의 정신적 고뇌를 위무慰撫의 연기로 풀어낸다.

퍼포먼스그룹153이 자랑하는 다양한 분야 예술인들의 협업 또한 이번 공연에서도 경계를 넘나들며 관객들의 감성과 사유의 깊이를 확장할 예정이다. 음악감독을 맡은 박혜준 첼리스트는 가슴을 어루만지는 선율로 감성을 더하며, 영상감독을 맡은 박상록 드로머 대표는 대담한 영상이미지와 뛰어난 리듬감으로 긴장감을 채운다.

영화평론가 정재형 동국대 명예교수는 “(소통 시리즈는) 융합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창조하고 실험하는 중”이라며 “무용도 아니고 연극도 아니고 영화도 아니고 시도 아닌, 그 모든 매체가 융합하여 지금까지 가보지 못했고 듣지 못했던 미지의 영역을 개척해 21세기가 요구하는 새로운 예술의 형식과 주제를 탐색한다”고 평가했다.

완연한 봄기운이 생동하는 5월, 색다른 융합극 〈쎄끄레따리아〉를 통해 치유의 경험을 함께해 보는 것은 어떨까?

 


사진 제공 퍼포먼스그룹153

 

 

* 《쿨투라》 2023년 5월호(통권 107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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