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문화비평] 〈나는 신이다〉가 쏘아 올린 공: 다큐멘터리 한 편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청년문화비평] 〈나는 신이다〉가 쏘아 올린 공: 다큐멘터리 한 편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 황예린(문화평론가)
  • 승인 2023.05.03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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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의 첫 화는 피해자가 직접 녹취한 성폭행 당시의 녹취 자료로 시작된다. 시작부터 충격을 안겨준 이 다큐멘터리는 공개된 지 3일 만에 넷플릭스 한국 TV 시리즈 부문 1위에 올랐다. 총 8부작으로 구성된 〈나는 신이다〉는 피해자와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중점적으로 활용하여 사이비 종교 단체인 기독교복음선교회(이하 JMS), 오대양, 아가동산, 만민중앙교회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폭로한다.

그러나 피해자들의 보호를 고려하지 않은 채 구체적인 피해 증거를 거침없이, 반복적으로 사용한 연출이 필요 이상으로 과했다는 지적과 사건의 심각성을 각인시키는 것에만 치중한 나머지 사이비 종교의 구조적 문제를 다루지 못했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논란에 관해 제작자인 조성현 PD는 참담한 현실을 일부나마 여과 없이 보여줌으로써 사이비 종교 지도자들의 추악함을 대중에 폭로하여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과연 〈나는 신이다〉 공개일로부터 두 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 이 다큐멘터리는 그가 바란 대로 변화를 만들어냈을까?

조성현 PD의 의도는 일단 성공한 것 같다. 대중의 관심은 〈나는 신이다〉에서 다룬 네 종교 중에서도 가장 자극적으로 연출된 JMS에 쏠렸으니 말이다. 오대양 1회, 아가동산과 만민중앙교회가 각 2회로 구성된 것과 달리 JMS는 3회로 상대적으로 길게 다뤄졌다. 분량이 길어진 만큼 JMS를 다룬 회차는 노골적인 증거 자료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앞서 언급한 음성 녹취 자료뿐 아니라, 여성 신도를 대상으로 일어난 성적 착취 증거 영상 및 사진 등의 자료들을 반복하여 보여주었다. 자극적인 연출은 JMS를 향한 뜨거운 관심으로 연결되었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3월 한 달 동안 〈나는 신이다〉에서 다룬 각 사이비 종교의 평균 검색량은 JMS가 24, 아가동산이 3, 만민중앙교회와 오대양이 각 1이었다. JMS가 다른 사이비 종교에 비해 8배 이상의 관심을 더 받은 것이다.

실제로 인터넷에서는 JMS 신자가 탈교했다는 인증글이 올라와서 화제가 되기도 했고, JMS 신자로 추정되는 연예인들을 찾아내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대중의 폭발적인 반응에 〈나는 신이다〉에서 다뤄진 JMS 교주 정명석의 성범죄 사건에 관련된 후속 기사가 한 달이 지난 지금도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다. 다큐멘터리 공개로부터 18일이 지난 3월 23일에는 JMS 교주의 추가 성범죄 혐의와 관련해 대규모 압수수색이 진행되었고, 4월 3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되었다.

수사와 재판으로 빠르게 이어지는 흐름을 보고 있자면 씁쓸하다. 대중의 마음을 움직여 사회를 바꿀 수만 있다면 수많은 문제가 내재된 방식을 불사하는 것을 어쩔 수 없다고 납득할 명분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자극성을 내세워 대중의 이목을 끄는 방식은 단기적으로 볼 때에는 문제 해결에 박차를 가해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보이더라도 근원적 문제를 해결해줄 수 없다. 〈나는 신이다〉의 존재 자체가 그 증거이다. 〈나는 신이다〉에서도 언급되었듯 네 사이비 종교 단체가 저지른 사건들은 모두 이미 과거에 이를 고발한 뉴스와 시사 교양 프로그램을 통해 큰 사회적 이슈로 다뤄졌었다. 많은 관심 속에 수사가 이뤄졌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대중에게 잊혔다.

그렇기에 파급력에도 불구하고 〈나는 신이다〉가 쏘아올린 공이 과연 세상을 바꿔놓을 것인가, 하는 질문에 ‘No’라고 단언할 수 있다. 꺼져가던 변화의 불씨에 〈나는 신이다〉는 다시 한번 불길을 되살리는 장작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신이다〉가 앞서 제작된 콘텐츠들과 다른 결말을 맞으리란 법은 없다. 매일 새로운 자극적인 이슈와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스펙터클의 시대에 대중의 관심을 먹고 자라나는 변화의 불길이 새로운 콘텐츠 한 편이라는 장작 하나로는 영원히 타오르지 못할 것이 자명하다.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할 때, 서두르기만 하면 균형을 잃기 마련이다. 자극성과 깊이 있는 성찰 사이, 균형이 잘 잡힌 콘텐츠들로 우리 사회가 조금 느리더라도 한 발짝씩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황예린 문화평론가,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홍보위원, 출판 마케터

 

 

 

* 《쿨투라》 2023년 5월호(통권 107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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