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솔직담백한 어투로 전하는 통찰력 있는 세상 이야기: 『시간의 갈피 한 모숨』
[북리뷰] 솔직담백한 어투로 전하는 통찰력 있는 세상 이야기: 『시간의 갈피 한 모숨』
  • 권준안(인턴 기자)
  • 승인 2023.05.03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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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 최영한 교수가 펴보인 21세기 담론집 『시간의 갈피 한 모숨』을 도서출판 작가에서 출간하였다. 『시간의 갈피 한 모숨』에는 그 동안 신문, 잡지 등 여러 지면을 통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과 가치관을 피력해온 경제학자의 통찰들이 1부 ‘이런 생각, 저런 생각’과 2부 ‘이런 일, 저런 일’로 나누어져 총 49편의 담론에세이를 수록하였다.

1부 ‘이런 생각, 저런 생각’에서는 법과 정치, 조세, 교육, 인간 관계 등 사회를 구성하는 필수 요소들에 대한 설명들을 담았다. 하능식 박사(한국지방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는 “정부의 살림살이를 연구해온 재정 전문가답게 국민들로부터 거두는 세금으로부터 나라살림을 꾸리고 챙기는 관료와 정치가들의 행태에 이르기까지 전문가적 견해를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글로 잘 표현하고 있다.”고 평하며, 정치와 경제에 문외한인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는 글로 이루어져 있다.

 

정부는 별도의 수입 원천이 없으므로 국민의 주머니에서 세금을 거두어 살림살이에 충당한다. 전형적인 조세 국가의 모습이며 정부가 갖는 강제적 징세권徵稅權, 국민의 도리로 ‘납세의 의무’라는 말도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강제로 거둘 수 있다고 해 아무렇게나 마구잡이식으로 국민의 돈을 가져가면 안 된다. 거두어가는 정부는 조세 원칙을 명심해야 한다. 징수당하는 국민이 세금으로 납부할 수 있는 심리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 「조세국가와 최고세율」 중에서, 본문 44쪽

 

2부 ‘이런 일, 저런 일’에서는 “주변에 여러 모습을 보며 느끼는 점이 많았”던 저자는 “내가 거동이 어려울 만큼 늙으면 어찌될까, 길에 강아지를 버리는 사람은 어떤 심성心性일까, 체격조건이 열등한 사람이 프로 스포츠 무대에서 살아남는 비결이 무엇일까, 노령인구가 많아지는 대한민국에 밝은 미래가 있을까?”와 같은 질문들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김학철 배우는 “아무리 나이 들어도 마음은 언제나 고등학생 시절에 가 있는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던지는데 놀랍고 반가운 마음도 있지만 진짜 어른이 되었나 싶다. 책을 보니 ‘쾅’하는 울림도 있지만 자신의 성격처럼 알기 쉽고 부드럽게 느껴진다.”며 “책을 덮을 때쯤이면 아마 많은 생각이 들 것”이라고 말한다.

 

보통 사람 같으면 2007년에 스타 투수의 길을 걷다 침몰한 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2015년과 2016년 주목받는 타자로 변신하여 나올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1-2년이면 모를까 8년이나 9년이란 긴 세월을 돌고 돌아 다시 야구장으로 들어왔고 투수가 아닌 타자로 모습도 바뀌었다. 본인은 그렇다 하더라도 주변에서 그를 받아주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형종 이란 같은 이름으로 타자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그가 흘린 땀의 무게가 얼마나 될까? 그가 흘린 눈물은 얼마나 될까? 그가 태운 마음의 상처는 얼마나 될까? 모든 땀과 눈물이 범벅되어 다른 모습의 이형종 선수로 돌아왔다.

- 「눈물의 마운드: LG 트윈스 이형종 선수」 중에서, 본문 175쪽

 

우리는 너무 바빴다. 우리는 아름다움을 너무 무시했다. 우리는 ‘빨리빨리’, 즉 편의만 추구했다. 그 대가가 강변에 늘어선 옹벽과 같은 모습의 아파트를 바라보는 것이다. 아이들 가르치는 교육도 그렇지 않은지 모르겠다. 아이들의 적성과 상관없이 모두에게 동일한 교과를 강요하고 모든 것을 교과 성적 하나만으로 평가받는 그런 모습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모든 것을 정량화하여 획일적으로 평가하려는 정부(교육부)의 국정운영도 재검토되었으면 한다.

- 「우리의 또 다른 자화상」 중에서, 본문 177

최영한 교수는 “얼마나 되었을까 돌아보니 어느덧 60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왔다. 그동안 좋은 일 나쁜 일 기쁜 일 슬픈 일이 많이 있었고 용케 잘 넘기며 오늘까지 왔다. 마음먹은 대로 살지는 못했다. 더 잘하고 싶었는데 그러하질 못했다. 쌓여있던 아쉬움과 미움이 웃음 속으로 녹아들 때, 나도 모르게 내 생각을 글로 옮기는 일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문학도가 아니니 매끄럽게 쓸 재주는 없지만 가슴에서 ‘욱’하는 것은 있어 거칠게 말하고 싶은 게 많았다. 때론 사람에 실망하고 국가에 실망하고 가족에게 서운함을 느끼기도 했다. 나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올바르지 못한 남을 만나면 나 역시 올바르지 못한 사람이 될 수 있음도 알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적어보니 미운 감정은 점점 사라졌다. 생각의 폭은 조금 넓어진 듯하다. 관심의 폭 역시 넓어졌고 주변을 바라보는 내 시선도 조금씩 바뀌어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계속 하나 둘 나만의 이야기를 적어보았다.

- 「머리말」 중에서, 본문 4쪽

 

경제학자 최영한 교수가 펴보인 21세기 담론집 『시간의 갈피 한 모숨』 의 행간을 읽다보면 저자와 생각이 다른 부분도 있을 것이며, 저자가 생각하는 것이 나도 늘 생각했던 부분이라며 밑줄을 치며 함께 공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통찰은 사회 현상에 대하여 심도있게 생각해볼 수 있는 담론을 형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며, 이 모든 건 오롯이 독자의 몫이다.

 


 

 

* 《쿨투라》 2023년 5월호(통권 107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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