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디지털 미디어 시대, 유튜브 중심으로 고찰한 문화기억의 양상: 비평집 『유튜브 시대에 문화는 어떻게 기억되는가』
[북리뷰] 디지털 미디어 시대, 유튜브 중심으로 고찰한 문화기억의 양상: 비평집 『유튜브 시대에 문화는 어떻게 기억되는가』
  • 김혜원(인턴 기자)
  • 승인 2023.05.03 14: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영호 교수의 『유튜브 시대에 문화는 어떻게 기억되는가』가 푸른사상사의 「문화콘텐츠 총서 19」로 출간되었다. 다양한 문화적 경험이 이루어지는 곳이자 방대한 기억 창고인 유튜브에 주목한 저자는 대중음악 사례를 중심으로 문화기억의 관계와 그 양상을 면밀하게 살펴본다.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유튜브는 오늘날 가장 중요한 미디어로 부상했다. 기록하고 싶은 순간들을 간편하게 촬영하고 개인 채널에 업로드하면 그 기록은 다른 이용자들에 의해 저장·공유되면서 이런저런 미디어에서 끊임없이 재활용된다. 이로써 유튜브를 통한 인류의 기억 자원은 엄청나게 방대해졌으며, 이 기억 자료들은 유통 및 활용되어 다양한 기억의 재구성을 가능하게 한다.

기억의 재구성. 이는 곧 우리의 문화를 가리킨다. 저자는 기억은 역사와 더불어 과거를 추적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역사가 거시적이고 총체적이며 이미 판정 내려진 고정된 명제의 모습이라면, 기억은 불안정하고 파편적이지만 사적이고 친밀해서 기억 주체와 더 결부된 것이다. 기억은 그러므로 구체적 삶의 서사이자 현존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존재는 기억들로 입증되기에 기억이 바뀌면 그림자도 바뀐다. 또 ‘무엇을 어떻게 기억하는가’가 곧 ‘무엇을 어떻게 알고 있는가’를 결정한다는 측면에서 기억은 곧 세계 인식의 기제이다. 인류는 마땅히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기려 전승하기에 기억이 곧 문화를 이룬다.

 

문화기억은 알박스의 집단기억 개념을 확대계승한 얀 아스만과 알라이다 아스만이 제시한 개념이다. 알박스의 집단기억이 기억을 공유하는 단일 집단과 그들의 정체성 문제에 초점을맞춘다면 문화기억은 ‘문화적 실천’을 통한 재현에 의해 기억이 보존, 전승, 강화되며 그에 따른 사회, 문화적인 의미를 획득해가는 과정에 주목한다. 또 문화기억은 사회 내 소통되는 다양한 기억 형태들을 포괄하는 보다 유연한 개념으로 설정되고 과거 사실에 대한 인간기억의 외재화, 물화된 차원으로 폭넓게 정의된다.

- 본문 16쪽

 

대중음악 콘텐츠를 유튜브상의 다양한 문화콘텐츠 장르 중 하나의 표본집단적 성격으로 상정할 수 있으며, 이러한 설정은 곧 대중음악 콘텐츠라는 표본집단에서 나타나는 문화기억의 양상이 유튜브상의 제 영역에서 나타나는 문화적 경험과 그에 의한 문화기억의 양상을 가늠하게 해줄 수 있기에, 이는 곧 디지털 시대 온라인 공간에서 문화기억의 일면을 대표해줄 수 있으리라는 전제를 안고 있다. 그러므로 이 글에서는 사용자들의 적극적 문화 실천의 장이자 기억의 저장고로서 오늘날 유튜브의 성격과 미디어로서의 위상을 전제로, 디지털 시대 온라인 공간에서의 집단기억의 양상을 살피기 위해 유튜브 대중음악 콘텐츠와 이를 통해 구성되는 문화기억의 양상에 주목하고자 한다.

- 본문 20쪽

 

따라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기억의 놀이터가 된 유튜브에서 일상의 문화적 실천은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기억하도록 하는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아울러 대중음악 사례를 중심으로 디지털 시대 온라인 공간에서의 문화기억의 구체적 양상을 살펴보고자 했다. 특히, 2000년대 이후의 문화에서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레트로·뉴트로 트렌드에 집중하였는데, 저자는 지나간 것에서 즐거움을 찾으려는 문화 현상을 떠받치고 있는 중심에는 분명 유튜브가 있다고 주장한다.

레트로·뉴트로는 더 이상 일반적인 트렌드가 아니라 하나의 거시적 흐름인 메가트렌드로 나아가고 있다. 가수들은 새 곡을 내기보다 옛 곡을 새로 부르고, 방송은 자꾸 옛 노래를 재발견하겠다면서 ‘전설’의 가수를 소환한다. 드라마나 영화는 옛 시대에서 그늘은 제거해버리고 낭만 가득한 모습으로 되살리며 응답하라고 호출한다. 패션은 원래 돌고 돈다지만 근 10년간은 주로 1990년대에 꽂혀 있는 듯하다. 옛 가구, 게임, 장난감, 상표, 소품들이 ‘힙한’ 어떤 것으로 각광받는다. 즉, 당대의 독자적 감각과 시대정신을 구축하기보다는 옛 영광을 재활용하는 데에 더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 산업은 과거를 팔아 연명하고 있다. 근래에 이토록 과거에 집착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 문화가 더 이상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동력을 잃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암울한 현재와 희망 없는 미래로부터의 도피인 것일까?

저자는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앞서 언급한 ‘기억’에 관한 기존의 논의를 먼저 다루었다. 기억 문제와 관련하여 주목할 점은 유튜브가 이미 레트로나 뉴트로를 위한 참고 자료실의 기능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유튜브의 미디어 경험은 자료의 출납과 열람 그 자체만으로도 메시지를 재맥락화한다. 나아가 인용이나 발췌의 층위를 넘어선 보다 능동적인 사용자들의 실천에 의해 과거는 착오와 착각, 윤색과 각색, 강조와 배제가 뒤엉킨 회상과 망각의 집단 회로를 거쳐 재현되고 기억은 재구성된다. 기억의 생성과 삭제가 간편한 기록 과잉의 유튜브에서 기억은 범람하고 망각되며 왜곡된다.

이제 유튜브의 미디어 상상력은 심지어 여러 시대의 회상 오브제를 이리저리 뒤섞어 정체불명의 과거를 만들며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것에 대한 향수’까지 불러 일으킨다. 유튜브가 디지털 시대를 연 것은 아니지만, 유튜브의 등장으로 디지털 시대의 기억 양상은 가장 역동적인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기억의 유희, 기억 놀이터가 된 유튜브에서 일상의 문화적 실천은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기억하도록 하는가? 문제의식은 여기서 시작한다.

‘유튜브 시대’는 변화한 기억 환경에 대한 전제이고, ‘어떻게’는 기억 양상에 대한 물음이다. ‘문화’는 기억이 곧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간섭하고 있음을 뜻한다. 이 책은 기억은 재생되는 것이 아니라 재구성되는 능동적 과정이라는 것,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함께 기억한다는 것(집단기억), 문화 그리고 문화적 실천과 집단기억(문화기억론), 기록보관소(아카이브)의 문제 등 기존의 논의들을 먼저 다룬다. 그리고 대중음악을 유튜브 문화기억의 구체적 양상을 살피는 중심 사례로 삼아 살펴보고 있다.

 


 

 

* 《쿨투라》 2023년 5월호(통권 107호)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