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Theme] ‘다문화가정’의 출현과 과제
[5월 Theme] ‘다문화가정’의 출현과 과제
  • 장한업(이화여대 불어불문전공교수)
  • 승인 2019.05.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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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는 교통과 통신수단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세기다. 1930년대에는 시속 30㎞로 이동하던 사람들이 1950년대에는 프로펠러 비행기 개발로 시속 500km로 이동했고 지금은 제트 비행기를 타고 시속 1000km로 이동하고 있다. 통신 기술도 마찬가지다. 인터넷과 휴대전화는 지구를 그야말로 하나의 지구촌global village로 만들었다. 이렇게 교통과 통신 수단이 발전함에 따라 국제이주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15년 국제이주자는 2억 4천 4백만 명으로, 이는 2000년에 비해서 41%나 늘어난 수치다. 지역별로 볼 때 국외이주가 가장 활발한 곳은 아시아다. 2000년부터 2015년 사이에 무려 2천 6백만 명의 아시아인이 국제이주를 했다.

 아시아에 속하는 한국도 이런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5만 명에 불과했던 외국인이 이제는 240만 여명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이들의 이주 목적은 경제, 결혼, 유학 등이다. 외국인노동자는 주로 경제적 이유로 이주했고, 결혼이민자는 글자 그대로 결혼을 이유로 이주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제결혼은 지난 2010년 3만 4천 건을 기록한 뒤 감소세를 이어왔으나, 2018년에는 2만 3천 건으로 전년 대비 8.9% 증가했다. 이는 13년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2016년까지 국제결혼을 한 사람은 총 약 28만1천 명이고, 이들 중 84%는 여성이다. 28만 1천 명 중 한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은 14만 8천 명이다. 그리고 이들 사이에 태어난 자녀는 19만 1천 명이다. 결혼이민자의 국적을 조사해 보면, 중국 동포가 10만 1천 명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은 중국인(6만 8천 명), 베트남인(5만 3천 명) 순이다. 

 흔히 ‘다문화가정’이라고 불리는 이 가정은 가족 간 언어 소통 문제, 자녀 교육의 어려움, 경제적 빈곤, 사회적 부적응, 민족 및 인종 차별 경험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중 언어 문제는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다. 이 문제는 2년 정도 지나면 어느 정도 해결되고 5년 정도 지나면 상당 부분 해결되지만 미묘한 표현은 늘 어려운 상태로 남아있다. 언어 문제는 자녀의 양육 및 교육 문제와도 직결된다. 외국인 어머니는 자녀에게 한국어를 제대로 가르치기 어렵고 자녀의 학업을 도와주기도 어렵고 교육과 관련된 정보를 어디서 얻기도 어렵다. 경제적 문제도 만만치 않다. 상당수의 가정은 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태다. 또 문화적 차이로 인해 사회 적응도 쉽지 않다. 

 이들의 사회 적응을 가로 막는 또 하나의 문제는 한국인의 차별이다. 한국인은 1970년대부터 수십 년 간 단일성 교육을 받아서 다른 민족을 제대로 받아 들이기 어렵고 그 결과 한국인은 내국인과 외국인을 엄격히 구분한다. 이런 구분은 ‘다문화가정’이라는 용어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흔히 다문화가정은 한국인 아버지 외국인 어머니가 이룬 가정을 말한다. 이 가정의 정확한 이름은 국제결혼가정이다. 국제결혼가정을 ‘다문화가정’이라고 부르는 나라는 거의 한국 밖에 없다. 유럽에서는 ‘이주배경가정’, ‘이민자가정’이라고 부른다. 가장 좋은 것은 이런 용어조차 가능한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다시 국제결혼가정으로 돌아가서, 우리 모두가 인정해야 하는 사실은 국제결혼가정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가정의 출현이 자연스러운 ‘시대적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제 국제이주는 더 이상 예외가 아니라 규범이 되었고, 한국도 여기서 예외가 아니다. 우리가 풀어야 하는 과제는 이렇게 자연스러운 시대적 산물을 어떻게 수용하고, 민족, 문화, 언어가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잘 살아갈 것이냐 하는 것이다. 이런 취지에서 상기했으면 하는 노래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로 시작되는 ‘만남’이라는 노래다. 외국인노동자와의 만남은 3D업종의 구인난을 해결하고자 하는 바람이었고, 결혼이민자와의 만남은 한국 노총각의 결혼문제를 해결하고자 하 는 바람이었다.

 

 

* 《쿨투라》 2019년 5월호(통권 59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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