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테마 詩] 아버지의 마음
[5월의 테마 詩] 아버지의 마음
  • 김현승
  • 승인 2019.05.01 0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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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마음

김현승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 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 아버지의 동포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이 될 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 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


- 기획시집 『아버지 울아버지』(모아드림)에서

 

 

김현승

1913년 광주에서 출생하여 숭실전문학교를 졸업하였다. 1934년 동아일보에 「쓸쓸한 겨울 저녁이 올때 당신들은」을 발표하고 등단했으며 첫 시집 『김현승』 이후 『옹호자의 노래』 『김현승시전집』 등의 시집과 평론집 『한국현대시해설』 등을 간행하였다. 전라남도문학상. 서울시문화상을 수상하였으며, 1975년 작고 후 시집 『마지막 地上』(1975)이 간행되었다.

 

 

* 《쿨투라》 2019년 5월호(통권 59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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