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Theme] 티티카카 호수에 흩어져 있는 60여 개의 갈대섬
[6월 Theme] 티티카카 호수에 흩어져 있는 60여 개의 갈대섬
  • 이기식(고려대 명예교수)
  • 승인 2019.06.05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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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티카카 호수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티티 카카 호수는 항해가 가능한 호수 중에서는 가장 높 은 곳에 위치한다. 말이 호수지 바다처럼 넓다. 길이 가 170킬로미터, 폭이 70킬로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호수다. 수심은 깊은 곳이 무려 2000미터를 넘는다. 거기다 호수의 해발은 무려 3820미터이다. 우리 백 두산보다도 높은 곳에 호수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높기 때문에 공기는 더없이 맑고, 햇살은 피부를 찌 르는 듯이 따갑다. 티티카카 호수 자체는 그 신비로 움과 아름다운 풍경으로 많은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거기다 티티카카 호수의 섬에 사는 주민들의 독특한 생활문화를 볼 수 있어서 사시사철 관광객이 몰려든 다. 이 곳 티티카카 호수의 섬에 사는 사람들에게 스 페인어는 통하지 않는다. 깨추아어와 아이마라어가 제1언어이기 때문이다.

 25인승 버스에 관광객이 꽉 들어찼다. 운전사 바 로 옆 자리에 앉았기 때문에 바깥 풍경을 잘 볼 수 있었다. 버스가 출발한 지 조금 지나자, 안내원이 나 를 보고 맨 뒷자리가 비었으니 그곳으로 가라고 한 다. 나는 여기가 내 좌석이므로 여기에 앉아 가겠다 고 말했다. 거절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길가 의 풍경을 잘 볼 수 있다. 갈수록 고도가 점점 더 높 아진다. 멀리 만년설이 덮인 산이 보이고, 자동찻길 옆에는 잡초 밭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곳곳에 작 은 늪들도 있다. 버스가 가다가 쉬다가를 반복하니 리마에서 아침에 출발한 버스가 어두워서야 푸노에 도착했다. 푸노는 티티카카 호수 변에 위치한 큰 도 시다. 버스는 승객들이 묵을 호텔 앞까지 데려다 준 다. 모두가 내리고 버스에 남은 사람은 서넛밖에 없 다. 그들도 자신들이 묵을 호텔 앞에 내리고 나 혼자 만 버스에 남았다. 내가 예약해 놓은 호텔 이름을 대 며 그곳으로 가자고 말한다. 그곳은 버스가 갈 수 없 으니 걸어가라고 한다. 길을 모른다고 했더니 손가 락으로 대충 가르쳐 주었다. 호텔에 도착하고 보니 버스가 못 다닌다는 것은 거짓말이었다. 안내원이 결국 나한테 복수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 선크 림을 덕지덕지 바른다. 호텔을 나서니 내 모자 챙이 작다며 좀 큰 것 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고 충고한다. 배가 드디 어 티티카카 호수에 들 어서니 가슴이 탁 트인 다. 태곳적 신비를 간직 한, 바다처럼 넓은 호수가 아닌가. 배는 잔잔한 호수 를 두 쪽으로 가르며 앞으로 나간다. 티티카카는 마 냥 신비로울 따름이다. 크기도, 물 색깔도, 주변 환 경도, 모두가 신기할 뿐이다. 그러나 선상에 오래 머 물 수가 없다. 피부를 찌르는 듯한 원시적 햇살은 더 이상 견디기 힘들 정도다. 선크림을 충분히 발랐지 만 피부가 바싹바싹 타는 듯하다. 마치 철판 위에 놓 인 삼겹살이 된 듯하다. 해발이 높아서인지 햇빛도 장난이 아니다. 선글래스를 꼈는데도 눈이 부셔 연 신 얼굴을 찡그리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다시 선실로 들어선다. 선실에 들어서면 후 덥지근하고, 선상에 올라서면 햇살이 따갑고 눈이 부신다. 선실과 선상을 오락가락한다. 대략 한시간 정도 지나니 우로스 섬에 도착했다. 이 섬에는 우로 스 족이 사는 곳으로 티티카카 호수에서 최고의 관 광지다. 종족을 합쳐 모두 몇 백 명 정도밖에 안 되 는 사람들이 갈대 인공섬에 살기 때문이다. 이 종족 들은 티티카카 호수에서 나는 갈대를 잘라 차곡차곡 쌓아 인공섬을 만들었다. 그러니까 이 섬은 물 위에 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섬을 우로스 섬이라고도 하지만, 영어로는 물 위에 떠 있는 섬Floating Is lands이 라고 한다.

우로스 섬들은 섬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다. 하 기야 갈대를 잘라 섬을 만들었으니 어떻게 더 이상 크게 만들 수 있을까. 그나마 큰 섬은 지름이 몇십 미터가 되어 조금 걸을 수가 있다. 그러나 아주 작 은 섬은 꼼짝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 그냥 쪽배 위 에 사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 이들은 갈대를 잘라서 섬을 만들고, 그 위에 갈대로 집을 짓고 산다. 또 갈 대로 배를 만들어 이동수단으로 삼는다. 갈대를 말 려 땔감으로 사용하고 일부는 먹기도 한다. 그러므 로 여기서는 갈대 없이는 모든 것을 생각할 수가 없 다. 갈대로 만든 크고 작은 갈대 섬 60여 개가 이곳 저곳 티티카카 호수에 흩어져 있다. 가장 작은 섬에 는 한 가족이 외롭게 살고 있다. 그러다 갈대를 점점 더 많이 쌓아 섬이 더 커지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 수도 있다. 즉 갈대섬이 감당할 수 있는 숫자만이 그 위에서 사는 것이다. 실제 섬 위에 발을 내디디면 바닥이 푹신푹신하다. 혹 몸이 갈대섬 아래로 쑥 빠 지지나 않을까, 조금 겁이 나기도 한다. 그렇지만 가 장 큰 섬에는 학교도 있고 우체국도 있다.

 우로스 종족들은 몇 백 년 전에 이 곳에 갈대 인공 섬을 만들어 살기 시작했다. 그것은 잉카족과 코야 스족으로부터 종족의 순수성을 보존하기 위해서였 다. 물 위에 살면서 외부와 모든 관계를 끊었다. 그 렇지만 그들은 그 사이에 그들의 고유 언어인 우로 스어는 잃어버리고 현재는 아이마라어를 사용한다. 이들은 티티카카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아먹고 산다. 갈대로 만든 배를 타고 나가 물고기를 잡는다. 갈대 로 불을 지펴 물고기를 요리한다. 그리고 싱싱한 갈 대 뿌리도 먹는다. 오늘날에는 관광객으로부터 입장 료를 받고, 또 그들이 만든 기념품을 판다. 갈대로 만든 움막에서 잠을 잔다.

 티티카카 호수에 섬을 만들어 이들이 외롭게 살아 간 지 몇 백 년이 지났다. 하지만 이들이 살아가는 모 습은 과거나 현재나 별 차이가 없다. 관광객의 방문을 제외하면 그렇다. 우로스 섬에서는 몇 백 년이라는 시 간이 멈춰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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