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집 속의 詩] 이병초 시인의 「은수저」
[새 시집 속의 詩] 이병초 시인의 「은수저」
  • 이병초(시인)
  • 승인 2024.05.07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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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저

이병초


서랍 틈에 끼어 독 먹은 것처럼 까매진 은수저를 수세미에 치약 묻혀 닦았다 박박 문지를수록 까만 거품이 일었다 물로 헹구니 반짝반짝 때깔이 났다

창틀에 뽀얀 먼지를 주저앉히는 빗소리, 은도금이 덜 벗겨진 흐린 빗소리 가지런히 누이면 난 누구의 무덤 속 부장품 같았고 거미줄 뒤집어쓴 얼굴 같았고 은수저 저 혼자 반짝반짝 빛나기도 했다

- 이병초 시집 『이별이 더 많이 적힌다』 (걷는사람) 중에서

 


이병초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1998년 《시안》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밤비』 『살구꽃 피고』 『까치독사』 등, 시 비평집 『우연히 마주친 한 편의 시』와 역사소설 『노량의 바다』를 냈다.

 

* 《쿨투라》 2024년 5월호(통권 119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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