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회 칸국제영화제] 영미권 작품의 약진과 아시아영화의 침체: 〈베테랑2〉, 〈영화 청년, 동호〉, 〈메아리〉 칸영화제 초청
[제77회 칸국제영화제] 영미권 작품의 약진과 아시아영화의 침체: 〈베테랑2〉, 〈영화 청년, 동호〉, 〈메아리〉 칸영화제 초청
  • 설재원 에디터
  • 승인 2024.05.0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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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회 칸국제영화제가 오는 5월 14일부터 5월 25일까지 프랑스 남부 코트다쥐르 칸의 팔레 데 페스티벌에서 열린다. 올해도 《쿨투라》 편집부는 칸에 머물며 현지 소식을 공유할 예정이다.

올해의 개막작은 캉탱 뒤피외의 열네 번째 장편 〈세컨드 액트The Second Act〉이다. 레아 세두, 뱅상 랭동, 루이 가렐, 라파엘 크나르 등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하는 〈세컨드 액트〉는 초현실주의적인 프랑스 코미디 영화이다. 〈루버〉(비평가주간, 2010), 〈디어스킨〉(감독주간, 2019), 〈흡연하면 기침한다〉(미드나잇 스크리닝, 2022) 등으로 칸에 친숙한 캉탱 뒤피외는 유쾌한 유머로 냉철하게 부조리를 이야기하는 프랑스 감독이다.

4부작으로 구성된 이번 작품에서 플로렌스는 그녀가 사랑하는 데이비드를 아버지 기욤에게 소개하려 하는데, 데이비드는 플로렌스에 별 관심이 없고 그녀를 친구인 윌리에게 넘기려 한다. 터무니없는 유머로 진행되는 〈세컨드 액트〉는 톤, 형식, 주제 등 모든 면에서 관습을 밀어내며 익살스럽게 부조리를 전한다.

〈세컨드 액트〉

초청받은 한국영화 세 작품
〈베테랑2〉, 〈영화 청년, 동호〉, 〈메아리〉

올해는 총 세 편의 한국영화가 칸을 찾는다.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 김량 감독의 〈영화 청년, 동호〉, 임유리 감독의 〈메아리〉는 각각 미드나잇 스크리닝과 칸클래식, 라 시네프(시네파운데이션)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비공식부문인 비평가주간과 감독주간을 포함하여 다섯 편의 장편영화와 두 편의 단편영화(라 시네프)가 초청된 것에 비해 초청작 수가 줄어들은 점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류승완 감독.

2005년 〈주먹이 운다〉로 감독주간에 초청받아 국제비평가연맹상을 받은 류승완 감독은 19년만에 〈베테랑2〉로 다시 칸영화제를 찾는다. 국내 시리즈물 작품으로 칸영화제에 초청받은 것은 이번 〈베테랑2〉가 처음이다. 〈베테랑2〉가 초청받은 미드나잇 스크리닝Midnight Screening은 이름 그대로 심야에 상영되는 프로그램으로 주로 긴장감 높은 장르영화들이 포진되어 있다. 팬데믹으로 영화제가 축소된 2020년과 2021년을 제외하면, 2014년 창 감독의 〈표적〉부터 올해까지 매해 미드나잇 스크리닝에는 한국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재작년에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던 이정재 감독의 〈헌트〉와 아직 국내개봉을 하지 못한 김태곤 감독의 〈탈출: PROJECT SILENCE〉 등이 대표적이다.

〈베테랑 2〉 포스터.

〈베테랑2〉는 나쁜 놈은 끝까지 잡는 베테랑 서도철 형사(황정민 분)의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박선우 형사(정해인 분)가 합류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액션범죄수사극이다. 류승완 감독은 이번 작품이 아주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이라고 전했는데, 시리즈의 전작인 〈베테랑〉에서 류승완 감독의 작품답지 않게 단 한명의 캐릭터도 죽지 않았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번 작품은 전작과 다른 매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장기하 음악감독의 합류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밀수〉로 영화음악 커리어를 시작한 장기하 음악감독은 청룡영화상과 영평상 등에서 음악상을 거머쥐며 대중과 평단의 호평속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시대극이었던 〈밀수〉와 달리 현대극인 〈베테랑2〉에서는 그가 류승완 감독과 어떤 호흡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은다.

〈영화 청년, 동호〉

김량 감독의 〈영화 청년, 동호〉는 칸클래식Cannes Classics에 초청받았다. 칸클래식은 의미깊은 영화 유산을 기리고자 과거의 명작이나 관련 다큐멘터리 등을 상영하는 부문이다. 역대 칸클래식에 초청된 한국영화로는 정창화 감독의 〈죽음의 다섯 손가락〉(2005), 신상옥 감독의 〈열녀문〉(2007)과 〈연산군〉(2009), 김기영 감독의 〈하녀〉(2008) 등이 있다.

〈영화 청년, 동호〉는 지난해 2월부터 1여 년간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의 발자취를 조명한 다큐멘터리이다. 지난해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김동호 이사장은 작품 촬영에 한창이었다. 〈영화 청년, 동호〉는 이처럼 칸영화제와 베를린영화제 현장, 영화의 전당, 예술의전당 등 김동호 이사장의 영화인생과 관련이 깊은 곳을 다시 찾아 그의 소회와 회상을 담았다. 여기에 영화인으로서의 김동호의 모습과 인간 김동호의 이야기를 교차시키며, 김 이사장의 현재를 통해 그의 영화인생의 깊이를 되짚어본다.

또한 〈영화 청년, 동호〉에는 많은 영화인이 출연해 김동호 이사장을 말한다. 임권택 감독, 이창동 감독, 신수원 감독, 이정향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박정자 배우, 조인성 배우 등이 김 이사장과 함께한 순간과 세월을 이야기한다. 이 외에도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인 티에리 프레모, 낭트 3대륙 영화제 전 집행위원장인 알랭 잘라도 등이 보는 김동호 이사장을 통해 한국영화의 대부로서 영화인 김동호가 지닌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메아리〉

임유리 감독(한국예술종합학교)의 〈메아리〉는 라 시네프La Cinéf에 이름을 올렸다. 라 시네프는 전 세계 영화학교 학생들의 단편영화를 선보이는 영화제의 공식부문으로 경쟁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난해에는 황혜인 감독의 〈홀〉과 서정미 감독의 〈이씨네 가족들〉이 초청받았고, 이중 〈홀〉은 2등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엑스라지’에서 첫 선을 보인 〈메아리〉는 여자로 태어나 원치 않는 결혼을 해야했던 시절의 한을 선 굵은 이미지로 묘사한다. 술취한 청년들에게 쫓겨 마을 뒤 금지된 숲으로 도망쳐 들어온 옥연은 숲속에서 몇 년 전 옆 마을로 시집간 앞집 언니 방울을 만난다. 여전히 곱계 혼례복을 갖춰 입고 있는 방울의 진실이 하나둘 밝혀지며 한맺힌 영혼의 굿판이 펼쳐진다.

 

황금종려상을 노리는 경쟁작 스물두 편

올해도 쟁쟁한 스물두 편의 작품이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이중 단연 눈에 띄는 작품은 〈컨버세이션〉(그랑프리, 1974)과 〈지옥의 묵시록〉(황금종려상, 1979)으로 칸에서 최고상을 두 차례나 차지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메갈로폴리스Megalopolis〉이다.

〈지옥의 묵시록〉 이후 45년만에 칸 경쟁부문을 찾는 코폴라의 신작 〈메갈로폴리스〉는 재난으로 파괴된 대도시의 부패한 시장 프랭크 시세로와 이상주의자 건축가 시저 사이의 도시 재건 방향을 주제로 한 대립을 다루고 있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가 80년대부터 각본 작업을 한 이번 작품은 막대한 제작비로 인해 수십년간 밀렸다. 본격적으로 제작에 착수한 2001년에 9·11 테러가 일어나면서 당시 사회 분위기와 적합하지 않았던 〈메갈로폴리스〉는 또다시 연기되었고, 2019년에나 제작이 재개되었다. 결국 당초 기획했던 1억 2천만 달러의 제작비를 뛰어넘었고, 감독이 1억 달러 가량을 직접 투자한 뒤에야 완성되었다. 이번 작품에는 아담 드라이버와 나탈리 엠마뉴엘이 주연을 맡았으며, 포레스트 휘태커와 로렌스 피시번,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더스틴 호프먼 등 다수의 연기파 배우들이 참여하여 기대를 모은다.

〈메갈로폴리스〉

지난해 〈가여운 것들〉로 베니스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카인드 오브 카인드니스Kind of Kindness〉 또한 이목을 끌고 있다. 란티모스의 최근작들은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가 옅어진 대신 스타일리시한 풍자와 곱씹을수록 씁쓸한 해학이 강조되고 있는데, 각본상을 받은 〈킬링디어〉(2017) 이후 오랜만에 칸영화제를 찾은 만큼 베니스 출품작들(〈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가여운 것들〉)과 어떤 차이를 보여줄지도 흥미로운 요소이다. 이번 작품도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와 〈가여운 것들〉에 이어 엠마 스톤이 세 작품 연속 주연으로 참여했다. 〈카인드 오브 카인드니스〉는 자신의 삶을 통제하려 하나 선택의 여지가 없는 남자, 바다에서 실종된 아내가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온 것처럼 느껴져 불안해하는 경찰, 위대한 영적 지도자가 될 운명을 타고난 사람을 찾기로 결심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3부작 옴니버스 영화이다. 간만에 현대극을 만든 요르고스 란티모스는 이번 작품에서 그동안 주로 사용해왔던 비스타비전이 아닌 시네마스코프 화면비를 사용하였는데, 화면비가 넓어진 만큼 그의 냉소적이고 왜곡된 시선이 얼마나 기괴하고 인공적으로 표현될지도 관람 포인트다.

〈카인드 오브 카인드니스〉

〈디판〉(2015)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자크 오디아르는 뮤지컬 범죄 코미디 영화로 돌아왔다.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 셀레나 고메즈, 조 샐다나가 주연을 맡은 신작 〈에밀리아 페레스〉는 당국의 수사를 피하기 위해 자신이 꿈꿔왔던 성전환 수술을 받게 된 멕시코 카르텔의 수장과 그를 돕게 된 여성 변호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붉은 거리〉, 〈피쉬 탱크〉, 〈아메리칸 허니: 방황하는 별의 노래〉로 칸에서 3연속 심사위원상을 받은 안드레아 아놀드는 오랜만에 장편영화 〈새Bird〉를 선보인다. 아직 작품에 대한 세부 정보가 나오지 않았지만, 현재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배우 배리 키오건과 프란츠 로고스키가 참여해 엄청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에밀리아 페레스〉

올해 경쟁부문의 가장 큰 아쉬움은 아시아영화가 세 작품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작품 수는 적지만 초청받은 지아장커의 중국영화 〈풍류일대〉와 무함마드 라술로프의 이란영화 〈신성한 무화과 씨앗The Seed of the Sacred Fig〉, 파얄 카파디아의 인도영화 〈올 위 이매진 애즈 라이트All We Imagine as Light〉는 모두 의미가 큰 작품들이다. 〈스틸라이프〉(2006)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천주성〉(2013)으로 칸영화제 각본상을 받은 지아장커의 신작 〈풍류일대〉는 감독의 뮤즈 자오 타오가 주연으로 참여해 20년에 걸친 부부생활을 이야기한다. 이번 작품의 특별한 점은 지아장커가 그동안 영화산업에 몸담으며 경험한 16㎜ 필름부터 5D 기술과 AI까지 모든 기술을 종합하여 만든 20년 경험의 집약체이기 때문이다. 그는 “예술가는 시도를 해야한다”며 “수용할 수도, 거부할 수도 있지만, 먼저 기술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풍류일대〉 포스터.

반체제 선동 혐의로 체포된 후 출국금지 조치를 받고 있는 무함마드 라술로프는 신작 〈신성한 무화과 씨앗〉을 선보인다. 그는 지난해 주목할만한 시선의 심사위원으로 위촉되었지만, 출국금지조치 때문에 영화제를 찾지 못했다. 올해도 라술로프의 참석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칸은 그의 신작을 경쟁 라인업에 초청함으로써 현 상황에 대해 은유적으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파얄 카파디아의 〈올 위 이매진 애즈 라이트〉는, 〈펄프픽션〉이 황금종려상을 받은 1994년에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린 샤샤지 카룬의 〈스와함〉 이후 30년 만에 경쟁부문에 초청받은 인도영화이다. 감독인 파얄 카파디아는 2017년 〈애프터눈 클라우드〉로 시네파운데이션에 초청받았고, 2021년 감독주간에 〈무지의 밤〉으로 초청받아 최우수다큐멘터리상인 골든아이를 거머쥔 인도영화계의 신성이며, 올해 초청받은 네 명의 여성감독 중 한 명이다. (지난해에는 일곱 명의 여성감독이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작품은 오랫동안 별거 중이던 남편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고 불안해하는 간호사 프라바와 연인과 함께 있을 조용한 장소를 찾으려는 프라바의 룸메이트 아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카파디아는 꿈과 욕망을 찾아 해변 마을로 자동차 여행을 떠나는 두 여성을 세밀하게 표현해 냈다.

〈올 위 이매진 애즈 라이트〉

이외에도 화려한 경쟁 라인업 면면이 반짝거린다. 특히 올해는 영미권 영화의 강세가 돋보이는데, 션 베이커의 로맨틱코미디 〈아노라Anora〉와 리처드 기어, 제이콥 엘로디, 우마 서먼이 주연을 맡은 폴 슈레이더의 〈오 캐나다Oh, Canada〉, 매번 놀라운 기괴함을 선보이는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신작 〈더 슈라우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젊은 시절을 담은 알리 아바시의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 등이 눈에 띈다. 영미권을 벗어나면 동시대 이탈리아감독 중 가장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는 파올로 소렌티노의 〈파르테노페Parthenope〉, 러시아를 떠나 유럽에서 영화를 만들고 있는 키릴 세레브렌니코프의 〈리모노프: 더 발라드Limonov: The Ballad〉, 지난해 〈파이어브랜드〉에 이어 2년 연속 경쟁부문에 초청된 브라질 감독 카림 아이노우즈의 〈모텔 데스티노Motel Destino〉 등이 기대를 모은다.

〈어프렌티스〉

또한 아리 폴만의 〈바시르와 왈츠를〉(2008) 이후 애니메이션 작품으로서 10여 년 만에 경쟁부문에 참가하는 미셸 아자나비시우스의 〈가장 소중한 물건The Most Precious of Cargoes〉도 주목할 만하다. 〈아티스트〉로 오스카 감독상을 받은 미셸 아자나비시우스의 이번 신작은 제2차 세계대전의 홀로코스트를 배경으로 한 장클로드 그럼버그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아우슈비츠행 기차에서 딸을 밀어내려는 유대인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올해의 심사위원진은 지난해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바비〉의 감독 그레타 거윅이 이끈다. 그를 필두로 〈윈터 슬립〉의 시나리오 작가 에브루 제일란, 〈플라워 킬링 문〉의 배우 릴리 글래드스턴, 〈몽상가들〉, 〈007 카지노 로얄〉의 배우 에바 그린, 〈가버나움〉의 감독 나딘 라바키, 〈안데스 설원의 생존자들〉의 감독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우리 아버지〉로 베니스 남우주연상을 받은 피에르프란체스코 파비노, 〈괴물〉, 〈어느 가족〉의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언터처블: 1%의 우정〉, 〈무드 인디고〉의 배우 오마 시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

Omar Sy ©Selly SY / Lily Gladstone ©Lindsay Siu / Juan Antonio Bayona ©Germán Romani / Nadine Labaki ©Jihad Hojeili / Greta Gerwig ©Ben Rayner / Ebru Ceylan ©Nuri Bilge Ceylan / Kore-eda Hirokazu ©Mikiya Takimoto / Eva Green ©Xavier Torres-Bacchetta / Pierfrancesco Favino ©Pablo Arroyo

주목할 만한 비경쟁작과 명예황금종려상

경쟁부문 밖에도 화려한 이름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 비경쟁부문에는 조지 밀러의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케빈 코스트너의 〈호라이즌: 아메리칸 사가 – 챕터1〉, 노에미 메를랑의 〈발코니 위의 여자들Les Femmes au Balcon〉(미드나잇 스크리닝) 등이 이름을 올렸고, 거장들의 신작을 만날 수 있는 칸 프리미어에서는 레오 카락스의 〈그건 내가 아니야C’est Pas Moi〉, 알랭 길로디의 〈용서Miséricorde〉 등이 초청받았다. 특별상영에는 반러시아 성향을 적극적으로 작품에 녹여내는 우크라이나감독 세르히 로즈니챠의 〈침공L’invasion〉 등이 눈에 띈다.

〈그건 내가 아니야〉

한편 올해 명예황금종려상의 주인공은 조지 루카스와 지브리 스튜디오이다. 〈스타워즈〉와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의 감독으로 유명한 조지 루카스는 지금과 같은 프랜차이즈 영화 시대를 연 선구자이며, ILM을 설립하여 특수효과 기술 발전에 지대한 공을 세운 인물이다. 이번 영화제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흥미로운 요소 중 하나는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 영화과 동기인 조지 루카스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와의 재회이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가 조지 루카스에게 넘겨 받은 작품이 그에게 황금종려상을 안겨준 〈지옥의 묵시록〉이며, 이때 조지 루카스가 〈지옥의 묵시록〉을 넘기고 착수한 작업이 〈스타워즈〉이다. 또한 둘은 한때 영화사 아메리칸 조에트로프American Zoetrope를 함께 설립하기도 했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대표하는 지브리 스튜디오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2005년 베니스에서 명예황금사자상을 받은 데 이어 올해 칸에서는 스튜디오로서 명예황금종려상을 받게 되었다. 지난해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로 오스카와 골든글로브를 휩쓸은 지브리 스튜디오는 동시대 최고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중 하나이다. 베를린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받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2)은 각 부문별로 황금곰상을 선정하던 제1회 베를린영화제 음악영화 황금곰상 수상작 윌프레드 잭슨의 〈신데렐라〉(1950)와 함께 지금까지도 애니메이션으로서 베를린 최고상을 받은 유이한 작품이다.

최근 칸영화제의 흐름을 살펴보면, 2021년 쥘리아 뒤쿠르노의 〈티탄〉(프랑스), 2022년 루벤 외스틀룬드의 〈슬픔의 삼각형〉(스웨덴), 2023년 쥐스틴 트리에의 〈추락의 해부〉(프랑스)가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유럽, 특히 프랑스영화의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올해도 스물두 편의 경쟁작 중 10편에 프랑스 프로덕션이 참여하며 이러한 흐름은 계속되고 있다. 다만 올해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경쟁부문 라인업에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요르고스 란티모스, 션 베이커, 폴 슈레이더,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등 수상을 노릴법한 영미권 영화가 여럿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 작품밖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아시아영화도 그 면면을 들여다 보면 하나같이 경쟁력이 있는 작품으로 어떤 성과를 낼지 기대를 모은다. 세계 최고의 영화 축제에서 올해엔 어떤 작품이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될지 흥미롭게 지켜보자.

 

 

 


 

* 《쿨투라》 2024년 5월호(통권 119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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