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계를 넘는 무한한 영화의 축제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계를 넘는 무한한 영화의 축제
  • 설서윤 인턴기자
  • 승인 2024.05.07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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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전을 지속하는 전주국제영화제(조직위원장 우범기, 집행위원장 민성욱, 정준호)가 올해로 25회를 맞아 ‘우리는 늘 선을 넘지Beyond the Frame’를 슬로건으로 5월 1일(수)부터 10일(금)까지 열흘간 개최된다. 지난해에 이어 영화제 전용 공간 조성을 위한 과도기를 겪고 있는 전주국제영화제는 전주 영화의 거리 일대 5개 극장 22개 관에서 43개국 232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올해의 개막작은 일본 미야케 쇼Miyake Sho 감독의 신작 〈새벽의 모든All the Long Nights〉이다. 일본 작가 세오 마이코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PMS월경전증후군 증상을 앓고 있는 후지사와와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야마조에가 서로 도우며 마음의 상처들을 점차 치유하는 내용이다. 영화는 우정과 연대를 중심으로, 두 사람이 일하고 있는 직장 ‘구리타 과학’의 구성원과 그 주변 사람들까지 꼼꼼하게 묘사하는 등 미야케 쇼 감독 특유의 연출이 여실히 드러난다. 문석 프로그래머는 〈새벽의 모든〉에 대해 “일반적으로 보기에 그리 넓지 않은 세계를 배경으로 삼고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을 담고 있음에도 그 세계가 결코 소소하게 느껴지지 않는 미야케 쇼 영화의 아름다움 또한 품고 있다”고 소개한다.

 

올해의 프로그래머 허진호 감독
차이밍량 특별전과 세월호 참사 10주기 특별전

전주국제영화제는 개막작, 폐막작을 포함하여 국제경쟁, 한국경쟁, 한국단편경쟁, 전주시네마프로젝트, 프론트라인, 월드시네마, 마스터즈, 코리안시네마를 비롯한 다양한 부문으로 영화를 소개한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언제나 새로운 표현 방식과 경계가 없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영화라는 예술 장르의 영역 확장을 시도해 왔으며, 한국 영화계에 ‘디지털’이라는 화두를 던져 독립영화와 대안영화의 산실로 변화를 모색하기도 했다. ‘디지털 삼인삼색’은 ‘전주시네마프로젝트’로 규모를 키워 지난 11년 동안 국내외 독립·예술영화 37편을 제작하고 투자하는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전주국제영화제었다. 이러한 성과와 함께, 전주국제영화제와 한국영상자료원이 각각 25회와 창립 50주년을 맞이하며 특별전 ‘다시 보다: 25+50’을 공동개최한다. 특별전에서는 그동안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돼 큰 반향을 모았던 영화 4편과 한국영상자료원이 선정한 1950년대 한국영화 걸작 4편,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타계한 김수용 감독과 이두용 감독의 대표작 1편씩 총 10편을 최신 복원하여 디지털 버전으로 상영한다.

‘J 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는 자신만의 영화적 시각과 취향에 맞는 영화를 선택해 관객에게 선보이는 섹션으로, 허진호 감독이 네 번째 ‘올해의 프로그래머’로 참여한다. 대표작인 〈봄날은 간다〉와 〈외출〉은 물론, 감독 자신에게 큰 영화적 울림을 주었던 작품들까지 만나볼 수 있다. 극장 상영 직후 관객들을 만나는 ‘J 스페셜클래스’의 모더레이터로도 활약하며 관객들과 직접 소통하는 시간을 가진다. 감독은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되기 전 짧은 고요 속에서 속으로 “영화가 온다! 영화가 온다!” 하고 외쳐주었으면 좋겠다”라며 영화제에서 관객을 만나길 고대하는 마음을 밝혔다.

올해는 세계적인 거장인 대만의 차이밍량蔡明亮, Tsai Ming-Liang 감독이 ‘행자 연작’과 함께 전주를 찾는다. 승복을 입은 행자, 배우 이강생이 맨발로 느리게 걷는 영화들의 모음인 ‘행자 연작’은 2012년 〈무색無色〉으로 시작되어 2024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작품 〈무소주無所住〉까지 모두 10편이다. 승려는 현대의 지구를 맨발로 느리게 걸으며 타이베이를 시작으로 워싱턴 DC까지 다다르며 우리에게 사색과 깨달음의 시간을 선사한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특히 차이밍량 감독과 그의 페르소나라 할 수 있는 이강생을 초청하여 감상하는 흔치 않은 기회가 마련된다.

코리안시네마 부문의 ‘세월호 참사 10주기 특별전’도 진행된다. 세월호 참사 이후 10년, 그날의 아픔은 여전히 남아 있다. 〈목화솜 피는 날〉을 포함하여 상영되는 6편의 작품은 모두 미공개거나 소규모로 개봉되었던 작품들이다. 억울한 희생자들과 유가족의 눈물, 어떠한 책임도 없는 사회와 시스템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이번 특별전은 그간 겪어왔던 슬픔을 공유하고 함께 상처를 치유하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픽사 in 전주 with 〈인사이드 아웃 2〉
《100 Films 100 Posters》

한편, 지난해 큰 호응을 얻었던 ‘스타워즈 데이Star Wars Day’에 이어 올해는 ‘픽사 in 전주 with 〈인사이드 아웃 2〉’가 진행된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와 협업한 이번 특별행사는 〈인사이드 아웃 2〉 개봉을 기념해 진행되는 행사로, 디즈니·픽사의 대표 애니메이션 11편을 만나 볼 수 있다. 작품 상영과 함께 디즈니·픽사 출신이자 한국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초로 아카데미시상식 단편 애니메이션 부분 본상 후보에 올랐던 에릭 오 감독, 국내 애니메이션 전문가인 한창완 세종대학교 교수를 비롯해 중앙일보 나원정 기자,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등이 픽사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토크 프로그램도 열린다.

이번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중 선정된 100편의 영화 포스터를 100명의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각자 재해석하는 전시 《100 Films 100 Posters》는 팔복예술공장 이팝나무홀에서 진행된다. 2015년 전시를 시작해 10년을 맞은 이 프로그램은 상업적 제약이 없어진 환경 속에서 영화 포스터가 가지고 있는 관습적 이미지에 얽매이지 않을 기회를 제공해 왔다. 전시의 의미와 함께 지난 10년간의 기록을 되짚어 볼 수 있는 아카이브 전시인 《100 Films 100 Posters X 10》도 함께 진행된다.

〈맷과 마라〉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소이현, 인교진 배우가 진행하는 폐막식으로 5월 10일(금) 19시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에서 막을 내린다. 올해의 폐막작은 카직 라드완스키Kazik Radwanski 감독의 〈맷과 마라Matt and Mara〉다. 이야기는 젊은 문예창작과 교수인 마라가 결혼 생활에 어려움을 겪던 도중, 과거에 알고 지내던 자유로운 영혼의 작가 매트와 재회하며 친밀하지만 정의되지 않은 관계에 대해 느껴지는 부담감을 다룬다. 프로그래머 문성경은 “최근 독립예술영화가 잘 택하지 않는 현실적이고 독특한 버전의 로맨스 영화”라고 평하며 많은 좋은 영화가 그렇듯 모든 인물에 공감할 수 있고, 제작 형식과 장르의 특성을 넘어 우리 시대의 관습을 보여주는, 무엇보다 예술이 해 온 논리와 언어로 분류할 수 없는 인간 삶에 대한 탐구, 정의할 수 없는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라고 소개한다.

팬데믹 이후 독립영화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한국영화의 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문제를 막고자 영화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응원 방법을 찾으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실행·지원하고 있는 전주국제영화제에 작은 응원을 보낸다.

 

 


 

* 《쿨투라》 2024년 5월호(통권 119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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