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봄밤 화려하게 수놓은 ‘음악의 향연’: 제16회 서울재즈페스티벌
[재즈] 봄밤 화려하게 수놓은 ‘음악의 향연’: 제16회 서울재즈페스티벌
  • 이은주(서울신문 기자)
  • 승인 2024.06.0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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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재즈페스티벌Seoul Jazz Festival(이하 ‘서재페’)은 국내 대표적인 야외 음악 페스티벌이다. 재즈를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이 참여하는 ‘서재페’는 자라섬국제재즈패스티벌과 함께 한국 재즈 페스티벌의 양대 산맥으로 꼽힌다. ‘계절의 여왕’ 5월에 도심 한복판에서 열리는 대규모 축제인데다 국내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해외 재즈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년 수많은 음악팬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음악 페스티벌이다.

올해로 16회째를 맞는 서울재즈페스티벌에는 국내외 재즈 아티스트들을 비롯해 EDM, K-POP, 하우스, 록, 힙합 등을 총망라한 총 59여 팀이 출연해 ‘음악의 향연’을 펼쳤다. 5월 31일-6월 2일 총 3일간 열린 이번 공연의 티켓은 다소 높은 가격(1일권 187,000원, 3일권 420,000원)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매진됐다.

잠실 올림픽공원 내 88잔디마당, KSPO DOME올림픽 체조경기장, SK핸드볼경기장, 88호수 수변무대 등 총 4곳에 설치된 무대에서는 각기 다른 장르의 공연이 펼쳐졌다. 통상 잔디마당과 호수 수변무대에서는 재즈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KSPO DOME과 SK핸드볼경기장에서는 국내 가수들 위주로 공연이 펼쳐진다. 이에 따라 관객들은 최적의 동선을 짜서 자신이 보고 싶은 공연 시간대에 맞춰 무리를 지어 이동한다.

푸르른 신록의 계절에 펼쳐진 각양각색의 무대에 관객들은 온몸으로 반응했다. 와인 한잔을 들고 재즈의 선율에 몸을 맡기기도 하고, 신나는 음악이 나오면 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여기에 해외에서도 극찬한 한국 관객들의 장기인 ‘떼창’은 덤이다.

축제의 엔딩을 장식하는 헤드라이너는 ‘페스티벌의 꽃’이다. 누가 출연하는지는 팬들의 초미의 관심사다. 31일에는 청춘을 노래하는 밴드 DAY6데이식스가 데뷔 9년만에 처음으로 헤드라이너로 발탁됐다.

〈예뻤어〉,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등의 히트곡을 발표하며 ‘믿고 보는 공연 장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들은 2018년 서재페에서 소규모 공연장인 핑크 애비뉴의 오프닝을 맡았지만 메인 공연장인 KSPO DOME의 무대에 설 정도로 K팝 대표 밴드로 성장했다. 멤버 전원이 작사, 작곡에 참여하는 데이식스는 90분간 팝 록, 모던 록, 신스팝, 팝 펑크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음악과 깊어진 역량을 선보였다.

올해 서재페에서 주목한 아티스트 중 하나는 미국 팝스타 라우브다. 대표적인 ‘친한파 뮤지션’인 그는 방탄소년단BTS, 트와이스 등 K팝 간판 그룹들과 작업하기도 했다. 그는 31일과 2일에 걸쳐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올랐다. 31일에는 자신의 음악을 처음 알린 첫 번째 앨범 《I met you when I was 18.(the playlist)》의 수록곡로만 무대를 꾸몄다. 2일에는 음악적 교감을 나눈 스페셜 게스트들과 함께 하며 전혀 다른 무대를 선보였다.

1일에는 매력적인 보이스를 지닌 세계적인 재즈 보컬리스트 멜로디 가르도Melody Gardot가 헤드라이너로 출격했다. 19세에 입은 교통사고에 대한 후유증을 치유하기 위해 곡을 쓰기 시작한 그는 2007년 발표한 데뷔 앨범 《Worrisome Heart》로 빌보드 재즈 앨범 차트 2위에 오른 바 있다. 2012년 발표한 《The Absence》는 브라질, 스페인, 아프리카의 영향을 받은 음악으로 미국 재즈 앨범 차트에서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멜로디 가르도는 이번 공연에서 나직하고도 섬세한 보컬로 매혹적인 무대를 꾸몄다.

올해 서재페를 통해 처음 한국을 찾는 아티스트들도 눈길을 끌었다. 그래미 8관왕 수상에 빛나는 프랑스 월드 뮤직 그룹 집시킹스, 복고풍 사운드에 현대적인 비트를 섞어 유쾌한 음악을 선보인 카라반 팰리스가 대표적이다.

2024 제44회 브릿 어워드 ‘베스트 그룹상’ 수상자인 영국 출신 아티스트 정글도 서재페에서 첫 내한 공연을 열고 감각적인 그루브와 에너지 넘치는 무대로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조쉬 로이드 왓슨과 톰 맥팔랜드를 중심으로 결성된 정글은 7인조 라이브 밴드로 확장해 70년대 펑크와 네오 소울 사운드를 업그레이드한 곡들을 선보였다. 앨범 《Loving in Stereo》로 UK 차트 3위를 달성한 이들은 코첼라와 롤라팔루자 브라질 등 여러 페스티벌에 참여하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바 있다.

뿐만 아니라 2024 그래미 어워드 ‘최우수 트래디셔널 팝 보컬 앨범’ 부문 수상자이자 재즈계의 떠오르는 샛별 레이베이와 미국의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 겸 프로듀서 코리 웡 등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한국 팬들과의 첫 만남을 가졌다. 특히 아이슬란드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레이베이는 빌리 아일리시, BTS의 뷔 등 아티스트들의 호평을 받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무대를 꾸몄다. 그는 재즈, 클래식, 팝, 소울 등 다양한 장르를 능숙하게 조합해 따뜻한 목소리로 진솔하게 가사를 전달했다.

국내 아티스트들의 무대도 눈여겨 볼만했다. 빈티지한 사운드를 기반으로 아날로그적이면서도 세련된 정서를 선보이는 챔버팝 그룹 잔나비, 공감의 아이콘인 감성 듀오 멜로망스가 봄밤에 어울리는 감미로운 무대를 선사했다. 독창적인 음악세계를 구축한 아티스트 선우정아, 음악의 경계를 허무는 독보적인 아티스트 장기하 등도 서재페 무대에서 자신들만의 색깔이 돋보이는 개성있는 무대를 펼쳤다.

국내를 대표하는 재즈 뮤지션들의 공연도 올해 서재페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탄탄한 음악 세계를 구축한 재즈 연주자 윤석철트리오의 무대는 활기 넘치는 그루브와 부드러운 감성을 전달했고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와 재즈 피아니스트 조윤성 트리오의 협연도 팬들에게 잊지 못할 무대를 선사했다. ‘K팝 스타’ 출신으로 최근 팝재즈로 영역을 넓혀가는 이진아와 2024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 보컬 음반’ 부문 수상자인 재즈 보컬리스트 김유진의 무대는 한국 재즈의 오늘을 들여다볼 수 있는 무대였다.

참여한 아티스트들은 서재페와 같은 야외 음악 페스티벌이 많은 사람들에게 재즈를 알릴 수 있는 중요한 계기라고 입을 모은다. 11년만에 서재페를 통해 정식 내한 공연을 펼친 일본 재즈계를 대표하는 재즈 피아니스트 우에하라 히로미는 “음악 페스티벌은 10-20대부터 50대까지 함께 라이브 음악을 즐길 수 있기에 재즈를 좀 더 대중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우에하라 히로미는 2003년 《Another Mind》로 데뷔해 화려한 테크닉과 속주를 선보이며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 뉴포트 재즈 페스티벌 등에 참여해 세계적인 재즈 피아니스트로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에는 히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블루 자이언트〉의 음악감독으로서 작곡과 피아노 연주를 담당해 일본 현지에서 이례적인 재즈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녀의 새로운 콰르텟인 ‘히로미의 소닉원더’는 이번 서재페에서 에너지가 넘치면서도 평키한 재즈 연주를 들려줬다. 히로미는 “한국 사람과 한국 음식 모두를 사랑해 이번 내한을 하기 전부터 무척 설렜다”면서 “요즘은 각자 미디어를 가지고 개인적으로 음악을 즐기는 시대지만 음악 페스티벌은 누군가와 함께 라이브로 음악을 즐긴다는 점에서 훨씬 즐겁고 의미있는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주 서울신문 기자 겸 유튜브 크리에이터. 연세대학교 불문과·동대학원 영상학 석사. 한국 방송대상 심사위원 역임. 유튜브 채널 〈은기자의 왜 떴을까TV〉 진행. 저서 『왜 떴을까: ‘K-크리에이티브’ 끌리는 것들의 비밀』이 있음.

 

* 《쿨투라》 2024년 6월호(통권 120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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