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11인의 위대한 무용수 이야기: 김긍수 교수의 『발끝으로 서서 읽는 발레 이야기 A Ballet Story』
[북리뷰] 11인의 위대한 무용수 이야기: 김긍수 교수의 『발끝으로 서서 읽는 발레 이야기 A Ballet Story』
  • 박영민 기자
  • 승인 2024.06.07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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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발레’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생각나는가?

누구는 활짝 핀 꽃봉오리처럼 펼쳐진 하얀 치마 튀튀를 입은 우아한 발레리나나 긴 팔다리를 쭉 늘이며 날아오르는 발레리노를 떠올릴 것이다. 어쩌면 차이콥스키의 음악, 〈백조의 호수〉가 생각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조마조마하게 발끝을 곧추세우고 종종걸음으로 춤을 추는 발레리나가 혹시라도 발목이 삐끗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것도 아니라면 가까이에선 절대로 마주보기 민망한 남자 무용수들의 딱 달라붙는 타이츠가 먼저 생각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무엇을 가장 먼저 떠올리든, 한 번이라도 발레 공연을 본 사람이라면 땅에 발을 디디고 살아가는 인간의 한계를 무시하듯 새처럼 가볍게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무용수들의 모습에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짜릿함을 느껴 보았을 것이다.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한 다섯 한국무용수

무용계의 아카데미상 또는 무용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무용계 최고의 상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수상한 한국 무용수가 강수진, 김주원, 김기민, 박세은, 그리고 강미선까지 무려 다섯 명이나 된다는 사실을 아는가? 이처럼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무용수들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라 K-발레의 위상이 드높아진 지금이 세계 발레 역사 쓴 위대한 무용수들의 인생과 그들이 쓴 발레사를 되짚어 보기에 가장 적절한 때가 아닐까?

이 책에는 발레의 문을 연 프랑스 왕비 ‘카트린 드 메디시스’부터 시베리아횡단철도 안에서 태어난 발레 스타 ‘루돌프 누레예프’에 이르기까지 세계 발레사에 한 획을 그은 위대한 무용수 11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루이 14세의 춤 선생님이었던 피에르 보샹은 왕립음악아카데미가 설립된 후 이곳에서 발레의 테크닉과 기본원리를 다지는 데 애씁니다. 오늘날까지 발레 자세의 기본이 되는 발의 5가지 포지션과 팔의 12가지 포지션이 바로 이때 만들어집니다. 우리가 발레를 배울 때 맨 처음 배우는 바로 그것이 루이 14세 시대에 만들어졌다는 말입니다. 발레의 초석이 그토록 오래 전에 다져졌다니 놀랍기만 합니다.

- 「루이 14세_센 척하려고 춤을 춘 왕」 본문 34쪽

 

발끝으로 땅을 딛고 서서 춤을 추는 ‘푸앵트pointe’라는 고난도 동작은 중력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자 인간 육체의 한계를 극복하고 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의지라고 한다. 저자는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그 발레 공연이 우리 인생을 똑 닮았다고 말한다.

혁명과 전쟁으로 몸살을 앓았고, 역사의 소용돌이 속 에서도 끊임없이 성장하며 지구촌 곳곳에서 힘차게 날아올랐던 그들의 파란만장한 인생이 흥미진진하고 흡입력 있는 필력으로 펼쳐진다. 강연에서 듣는 것처럼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예술 교양서이다. 이 책을 접하는 독자들은 누구나 발레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있었나, 새삼 놀라며 발끝을 세우고 읽게 될지도 모르겠다.

튀튀와 타이츠, 그리고 토슈즈발레 역사는 인류의 수많은 변화와 질곡과 함께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지금 우리가 보는 발레는 그 같은 역사의 기쁨과 아픔을 거쳐 성장하고 자리 잡은 예술이다. 실제로 격동하는 역사의 순간마다 기가 막힌 타이밍에 등장했던 예술이 바로 발레다!

가장 아름다운 인간 예술로 꼽히는 발레는 왕권 다툼이나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꽃처럼 피어났고, 중요한 순간마다 발레 예술의 발전을 이끈 인물들이 등장했다. 시대가 인물을 만들었고 인물이 시대를 이끌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11인의 무용수들이 바로 그들이다. 혼란스러운 사회적, 정치적 환경에 휩쓸리며 격동의 세월을 보내야 했으면서도 그들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고 만들어 마침내 대가를 이루었다. 이 책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끊임없이 성장하며 지구촌 곳곳에서 힘차게 날아올랐던 그 11인의 무용수들의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다.

 

아름다움을 향한 끝없는 추구

최근 들어 발레에 관한 대중의 관심이 뜨겁다. K-콘텐츠들의 열풍에 힘입어 K-발레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분주해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요가가 종교성을 접어두고 건강과 명상을 위한 수련으로 다가왔듯, 발레 역시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무용 예술로만이 아니라 다이어트나 운동, 몸매 가꾸기를 위한 기술로 대중에게 다가온 것도 사실이다. 물론 그런 변화가 마냥 마뜩잖은 것은 아니다. 시대 변화에 맞춰 대중은 무엇이든 자기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활용할 수 있으니까.

발레에 전 인생을 걸었던 그들의 인생을 통해 우리는무엇에 인생을 걸었는지, 우리 삶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지, 우리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은 과연 무엇인지를 묻게 한다. 신체의 한계를 넘어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그들의 도전만큼이나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게 되는 도전도 우리 인생의 한 페이지에 아름답게 기록될 것이라는 기대 말이다.

김긍수 교수.

이 책의 저자는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무용학과 교수로 한국 발레를 이끌 재목들을 양성하는 데 오래도록 힘써 왔다. 국립발레단 단장으로 재직하던 2002년에는 예술 선진국인 일본과 미국, 러시아 등에서 열린 해외순방 공연을 성황리에 마침으로써 K-발레의 위상을 높이고 대한민국 무용예술의 역량을 국제 무대에 알리는 초석을 마련했다. 이후로도 20년이 지난 현재까지 세계무용연맹 한국본부 회장으로서 무용예술의 국제교류와 발전에 기여하고, 한국의 무용예술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통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로얄발레스쿨 코리아 대표이자 탄츠 올림프 아시아 대표이다.

 


 

 

* 《쿨투라》 2024년 6월호(통권 120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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