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다큐멘터리 〈김군〉과 〈다시 읽는 『해망동 일기』〉의 감동
독립 다큐멘터리 〈김군〉과 〈다시 읽는 『해망동 일기』〉의 감동
  • 박영민(본지 기자)
  • 승인 2019.06.0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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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예술은 과거의 기억에 의존한다. 그리고 과거에 대한 참다운 재현은 문학과 예술(영화)의 역할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에 하고 많은 영화제 중에서 <금강역사영화제>(조직위원장 정병각 영화감독)는 막둥이 초년병이다. 지난해 첫 행사를 가졌고, 올해 두 번째에 불과하니 대중적 관심도가 미약한 편이다. 더구나 이 땅의 아픈 역사, 특히 근현대사를 집중 조명하고 거기서 새로운 미래를 찾고자 하는 역사영화제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그 어느 영화제보다도 관객과 대중들의 깊은 성찰과 고뇌를 요구한다. 오로지 재미만을 추구하고, 그저 시간이나 때우는 그런 영화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유서 깊고, 한스런 백제 땅 금강하구에 위치한 전북 군산시와 충남 서천군에서 펼쳐진 <제2회 금강역사영화제>는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근현대사에 대한 문제작을 연이어 상영하였고, 특별기획 프로그램으로 <다시 읽는 『해망동 일기』> 행사도 가졌다. <황산벌>(이준익 감독), <사도>(이준익 감독), <동학, 수운 최제우>(박영철 감독), <항거: 유관순 이야기>(조민호 감독), <군함도 >(류승완 감독), <말모이>(엄유나 감독), <오빠 생각>(이한 감독), <해어화>(박흥식 감독), <삼포 가는 길>(이만희 감독), <워커힐에서 만납시다>(한형모 감독), <아메리카 타운>(전수일 감독), <김군>(강상우 감독) 등 우리 역사의 흔적이 아로새겨진 극영화와 다큐의 향연이었다. 아울러 일본의 <국화와 단두대>(제제 다카히사 감독), <비용의 아내- 버찌와 민들레>(네기시 기치타로 감독), 중국의 <바람의 소리>(가오 췬슈, 첸 쿠오푸 감독) 등 15편의 영화와 다큐를 통해 우리는 역사의 이면에 숨겨진 숱한 인간 군상들의 삶의 양태와 생존을 위한 가냘픈 몸짓을 기억할 수 있었다. 우리 옛 조상들과 선열들 그리고 민중들과 대중들에게 가해진 상처를 재발견했고, 역사가 과연 인간에게 가한 상처를 어떻게 해원해줄 수 있는지 되묻고 있었다.

 특히 강상우 감독의 <김군>은 5·18광주민중항쟁의 아픈 현주소를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한국 최현대사의 가장 도드라진 상처인 광주항쟁을 직, 간접적으로 다룬 영화는 지금껏 15편 정도에 이른다. 그중 김지훈 감독의 <화려한 휴가>(2007), 장훈 감독의 <택시운전사>(2017>는 대중적 흥행에 성공했다. 올해 광주민중항쟁 39주년을 맞아 5월 23일, 광주와 서울 등지에서 일반 관객들과 만난 독립 다큐멘터리 <김군>에 대해 <금강역사영화제> 객원프로그래머 전찬일(영화평론가)은 “<김군>이 5·18 시민군들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지만, 강상우 감독의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시선은 흠결일 수도 있다. 정치적 입장이 없는 역사 다큐란 존재할 수 없다.”는 질문을 던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보수논객 지만원의 망언이 얼마나 몰가치한 가짜뉴스인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제2회 금강역사영화제>는 부대행사 세미나로 <역사영화와 역사>, <문화콘텐츠와 동학>을 가졌고, <GV: 감독과의 대화>에 이준익, 제제 다카히사, 전수일, 박흥식, 이한, 조민호 감독이 출연하여 관객들의 여러 궁금증을 직접 풀어주었다. 특별기획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다시 읽는 『해망동일기』> 행사는 시인이자 영화평론가인 윤중목의 사회로 5월 25일 오후 3시, 군산 <장미공연장>에서 가졌다. 군산 해망동은 한국 근현대사의 보편적 역사성을 간직한 곳이다. 강형철 시인(현 숭의여대 교수)은 1985년 8월, 무크 『민중시』 제2집을 통해 ‘해망동’이라는 지역을 민중의 역사현장으로 되살려낸 사람이다. 그날 행사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강형철의 첫 시집 『해망동 일기』를 새롭게 다시 읽어보는 감동의 순간을 가졌다. 행사 1부는 EBS 한국기행 ‘해망동 망향가’ 관람, 2부는 저자 강형철 시인과의 대담, 3부는 시인, 독자들과 함께 하는 「해망동 일기」 시낭송 순으로 진행되었다. 강형철 시인은 첫시집 『해망동 일기』(1989년 황토간, 이후 모아드림 재출간)를 통해 민중의 궁핍한 삶과 모진 회한, 뼈저린 생활을 관념이 아닌 생체험으로 형상화했다. 남도 토속방언의 재현과 생동하는 민중언어로써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해망동’이라는 무대를 통해 반외세 민족자주화 문제를 형상화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강형철 시인이 이미 30년 전에 이룩한 한국문학의 빛나는 성취이기도 했다.

 제2회 <금강역사영화제>는 5월 24일 저녁 7시, 개막작 <바람의 소리>(군산 예술의전당 야외무대)에서 시작해 26일 오후 7시 30분 폐막작 <삼포 가는 길>(서천 기벌포영화관 야외무대)을 상영하면서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25일부터 26일까지 감독과 영화평론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GV가 열렸다. 모더레이터 전찬일, 윤중강, 정지욱 평론가와 김기봉 교수의 예리하고도 허를 찌르는 질문에 감독들은 성실히 답해주었다. 25일 오후 8시 군산CGV3관에서 열린 <아메리카 타운> GV는 전수일 감독과 강형철 시인이 게스트로 나왔고, 전찬일 평론가의 좌충우돌식 질문에 객석에서 여러번 웃음꽃이 터졌다.

 군산에 주둔한 미군들의 성매매 장소였던 그 ‘아메리카 타운’에 대해 강형철 시인은 첫시집 『해망동일기』에서 10편의 연작시로 형상화한 바 있다. 1985년 『민중시』 제2집 데뷔작이기도 한 이 연작시에서 강형철 시인은 군산에 주둔한 미군기지에 대한 실태를 고발했다. 양공주, 혼혈아, 매판정부의 실태를 고발하는 등 ‘반외세 민족자주화’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했던 것이다. 강형철 시인의 이 연작시가 2018년 12월에 개봉한 전수일 감독의 영화 <아메리카 타운>의 모티브가 된 것이다. 말하자면 시대정신을 지닌 강형철 시인의 작품은 최첨단의 노래로서 한 시대 예술을 힘차게 견인해낸 것이다.

 

 

* 《쿨투라》 2019년 6월호(통권 60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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