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리뷰] 댕댕아! 제주도로 여행 가자
[독자 리뷰] 댕댕아! 제주도로 여행 가자
  • 추예원(1999년생, 경기 하남)
  • 승인 2019.06.01 0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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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동물 천만시대다. 그만큼 반려동물 산업이 발전하고 있다. 사람 옷보다 강아지 옷이 비싸고, 사료값은 사람 외식 값을 뛰어넘기도 한다. 반려동물이 더이상 ‘동’의 개념을 벗어나 ‘가족’의 개념으로 들어선 지는 오래다. 가족과 여행을 떠나고 싶은 것처럼 반려인들은 가족인 강아지들과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한다. 그런 사람들의 욕망에 보답하듯 전국에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여행지가 나타나고 있다. 나는 9살 먹은 노견, 요크셔테리어 아리와 천진난만한 1살 토이 푸들 예강과 함께 살고 있다. 두 강아지와 함께 사는 만큼 여러 군데를 여행해왔다. 나는 ‘강아지와 제주도 여행하기’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사실 제주도는 반려견과 함께 여행하기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많은 반려인들이 반려견을 데리고 제주도로 여행 가는 걸 로망으로 여긴다. 나 또한 그랬다. 강아지를 데리고 비행기를 타고 섬에 내린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멋있는 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반려견, 심지어 두 마리를 데리고 여행을 계획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반려견이 동반되는 펜션을 알아봐야 한다. 비행기 회사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반려견 탑승이 가능한지 여부를 알아보아야 하기도 한다. 거기다 비행기마다 탈 수 있는 반려견의 수가 정해져 있으니 비행기 표는 잘 알아보고 사야 한다. 중형견부터 대형견의 경우에는 화물에 담겨져 제주도로 날아간다. 옆자리에 반려견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 언제나 주의를 해야 한다. 비행기 엔진 소리에 놀라 반려견은 짖을 수도 있고, 똥오줌을 지릴 수도 있다. 나는 그런 일을 방지 하기 위해 반려견이 든 케이지에 간식과 장난감을 넣어두었다. 다행히 두 강아지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제주도에 도착했다.

  제주도의 바다, 나무, 꽃들은 그야말로 반려견들이 ‘노즈워크(강아지들이 코로 냄새를 맡으려고 하는 모든 행위)’를 하기에 딱 좋은 장소다. 거기다 반려견들이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냄새를 맡으니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제주도에는 수많은 해변이 있으나 내가 추천하고 싶은 해변은 ‘이호테우 해수욕장’이다. 공항 근처에 있으면서 그닥 넓지도 않아 하네스를 맨 강아지들을 산책시키기 딱 좋은 장소다. 이곳에서 겁 없는 예강은 날아다니듯이 뛰어다녔고, 줄을 잡은 나는 어김없이 끌려 다녔다. 제주도에서 생각나는 장소는 카멜리아 힐이다. 이 장소도 또한 반려견과 함께 입장할 수 있는 곳이다. 여러 꽃들과 나무들을 볼 수 있는 식물원인데도 반려견들이 함께 입장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인 곳이다. 카멜리아 힐은 계절마다 피는 꽃들이 달라진다. 계절마다 다른 광경을 볼 수 있단 의미다. 나는 작년 겨울에 카멜리아 힐에 가 만개한 동백꽃을 구경했다.

  새별오름 또한 강아지와 함께 오를 수 있다. 겨울에 보는 새별오름의 갈대는 장관이다. 겨울이지만 춥지 않은 제주도의 바람에 날리는 갈대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언덕인지라 걷는 것이 힘들 때도 있지만 보는 즐거움이 더 크다. 언덕을 오르기 싫어하는 아리는 결국 오름을 안 오르겠다 고집부렸다. 결국 오름을 안 오를 수는 없기에 나의 오빠는 3㎏짜리 아리를 품에 안고 오름에 올랐다.

  강아지와 여행한다는 건 식당에 앉아 식사를 하기 어렵다는 의미기도 하다. 아무리 제주도가 반려견과 함께 하는 여행으로 유명하다고 할지라도 모든 식당이 반려견 동반 식당은 아니기 때문이다. 제주도에 갔음에도 몇 번은 차 안에서 빵으로 끼니를 채웠고, 식당에 갔어도 한 명이 차에 남아 사라진 가족들을 찾는 강아지들을 진정시켰다. 물론, 가족들은 빠르게 식사를 마치고 차로 왔다. 거기다 반려견 동반 식당의 경우는 일반 식당보다 훨씬 비싼 경우가 많아 가기가 꺼려지기도 한다. 식당뿐 만일까? 여행지도 마찬가지다. 방금 전, 언급한 여행지 몇 개 말고도 수많은 장소를 반려견들과 방문했다. 하지만 사실상 제주도에 온다면 방문할 수 있는 장소를 거의 못 갔다. 성산 일출봉의 경우에는 반려견 입장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성산 일출봉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성산 일출봉의 모습만 보고 왔다. 그뿐인가? 비자숲 등 구경 하기 좋은 장소들도 구경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근데, 반려견과 여행하면서 제주도에서만 이런 제약이 있는 걸까? 아니다. 전국 각지에서 반려견과 여행하다 보면 이런 일들이 자주 일어난다. 심지어 동물 혐오자들도 있으니 여러 다툼까지 겪어보았다. 그럼에도 왜 사람들이 반려견과 여행을 떠나는 것일까? 바로 가족이기 때문이다. 좋은 명소를 가지 못한다고 해도 그 아쉬움을 가족이란 존재로 채울 수 있다. 사랑스럽게 애교를 떠는 반려견들의 모습을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그럴 때마다 같이 사는 반려견들을 사랑한단 생각이 난다. 반려견들은 맹목적으로 자신과 함께 사는 인간들을 사랑한다. 심지어 반려견들이 제일 좋아하는 순간은 가족인 보호자와 있을 때라는 말이 있다. 나는 그 말을 믿고 많은 시간을 반려견과 함께하려고 노력한다. 반려견들의 시간은 인간들보다 빠르게 흘러간다. 나는 그 시간들을 언제나 행복한 순간들로 채워주고 싶다. 새로운 곳 에 가 같이 여행을 하며 산책을 하거나 같은 곳에서 잠에 든다는 등으로 말이다.

 

 

* 《쿨투라》 2019년 6월호(통권 60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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