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당신에게 헤세는 어떻게 찾아왔는가
[북리뷰] 당신에게 헤세는 어떻게 찾아왔는가
  • 손희(본지 에디터)
  • 승인 2019.07.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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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출간 100주년 기념, 『내 삶에 스며든 헤세』

 어느 날, 내 자신의 존재 근거가 쿵, 하고 통째로 흔들 릴 때의 그 현기증! 다시는 그 옛날로 돌아갈 수 없을 것 만 같은 청춘의 열병을 앓을 때, 헤세의 『데미안』이 찾아 왔다.

 『데미안』의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한다.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영혼이 맑은 소년이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헤르만 헤세의 이 소설은 수 많은 한국 청소년들의 가슴을 울렸다. 당신에게 헤세는 어떻게 찾아왔는가. 여기 성장소설의 정석으로 손꼽히는 『데미안』 출간 100주년을 맞아 사회명사 58인이 『내 삶에 스며든 헤세』를 출간했다.

 헤르만 헤세는 1877년에 태어나 1962년 85세의 일기로 타계했다. 그의 첫 책은 22세 때에 펴낸 시집 『낭만적인 노래들』과 산문집 『자정 이후의 한 시간』이다. 그리고 그가 생애 마지막으로 받아든 책은 1957년 80세 기념으로 펴낸 『헤세전집 제7권』이다. 19세기에 태어나 20세기 중반까지 85년 동안 살며 58년에 걸쳐 수많은 작품 을 상재했다.

 헤세의 작품들 중에서도 『데미안』의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세계 문학사의 변곡점적 성장소설이자 시대소설인 『데미안』은 국내 한 일간지가 선정한 성인이 된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 1위로 뽑혔다. 이 책을 기획한 전찬일(영화·문화 콘텐츠비평가)은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BTS(방탄소년단) 또한 2016년 두 번째 앨범 《Wings》의 타이틀곡 《피 땀 눈물》의 뮤직비디오를 만들며 그들 스스로 『데미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히며 “다양한 분야의 평론가들과 예술인들에게 스며들어 확대 재생산된, 날 것 그대로의 헤세 문학의 힘”을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느껴볼 것을 강조했다.

 강은교, 김경주, 박노해, 이외수, 이해인 등 여러 문인들과 대학교수들이 참여했는가 하면, 정치인과 종교인, 그리고 영화와 음악, 미술계 등 다양한 영역의 문화 예술계 인사들과 인권운동가(고상만), 장인(김윤관목가구공방 대표목수), ‘아이러브스쿨’ 개발에 함께했던 IT기업인(고진석), 교육기업인(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 북 카페 사장(김정순), 사회운동가(김종백 한국신지식인협회 중앙회 회장), 술 전문가(이종기 ‘오미나라’ 대표), ‘책 벌레’로 유명한 변호사(최재천 전 국회의원), 그리고 글로벌 기업인(허필수 한국케냐협회 회장) 등 사회 각계를 망라한 여러 필자들이 ‘내 삶에 스며든 헤세 이야기’ 를 들려준다.

 

열다섯, 외롭고 가난한 소년의 가슴에 어느 날 헤세가 걸어왔다. 헤세를 읽으며 보낸 그 겨울밤의 맑고 시린 바람 소리는 지금도 내 안에 살아있다.

- 박노해 시인의 「헌시」 중

 

 박노해 시인의 「헌시」처럼『내 삶에 스며든 헤세』에는 유독 ‘열다섯’이 많다. 그리고 ‘겨울밤’과 ‘시린 바람 소리’ 가 잦다. 15세 시절은 봄이다. 하지만 헤세에 취했던 이들의 그즈음은 아직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었다. 한국 전쟁이 있었고, 4·19혁명이 있었고, 5·16과 유신, 그리고 ‘서울의 봄’을 한 방에 날렸던 80년 광주와 수많은 적폐가 켜켜이 쌓여갔던 시기였다.

 ‘로쟈’란 필명이 더 익숙한 인문학자 이현우는 헤세의 고향 독일 칼브Calw 여행기와 유럽 문학사를 버무리며 자신의 인생진로까지 바꿨던 『수레바퀴 아래서』의 문학적 가치를 해설했고, 인문학자 김경집은 “『데미안』은 청소년기에 한 번 읽고 세상 다 아는 것처럼 여기는 간이 역이 아니라 한평생 자신의 삶이 타성에 젖을 때마다 꺼내 영혼을 말리는 건조대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출판인이자 출판평론가인 장은수(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데미안』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알았다. 지금의 방황이 나중을 위한 고상한 분투라는 것을, 피부가 느끼는 이 저열한 욕망은 당장의 실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저 고귀한 업적을 위한 시험이라는 것을. 이 중대한 사실을 왜 아무도 이야기해주지 않았을까. 진짜 인생이 여기에 있다. 『데미안』은 ‘모든 인간의 삶은 각자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임을 알려준다. 극도로 아름다운 언어로 참된 인생을 열어젖힌다. 그리하여 누구나 『데미안』과 함께 궁금하던 인생의 윤곽선을 그리는 것이다. 문학도에서 문인으로, 독서 청년에서 편집자로…. 나한테는 그랬다.”고 고백한다.

 이들의 글 속에는 헤르만 헤세의 명성을 드높인 소설 『페터 카멘친트』(1904년)를 비롯해 『수레바퀴 아래서』 (1906), 『데미안』(1919), 『싯다르타』(1922), 『황야의 이리』 (1927), 『나르치스와 골드문트』(1930), 그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 준 『유리알 유희』(1943) 등 여러 걸작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이 헤세를 읽으며 밑줄 그었던 문장들과 헤세를 다시 소환한 소회 등을 밝힌다. 가히 ‘헤세 문학의 입문서’라 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독자 여러분의 일독을 권한다. 이 여름, 당신의 존재를, 영혼을 시원 하게 적셔줄 한줄기 바람이 될 것이다.

 

 

* 《쿨투라》 2019년 7월호(통권 61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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