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rt] '위대한 탄생'을 꿈꾸는 7080밴드
[K-Art] '위대한 탄생'을 꿈꾸는 7080밴드
  • 김준철 Jun K.(시인, 본지 편집위원)
  • 승인 2019.08.01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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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 미주에도 가수 조용필을 아는 누군가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여기저기 수소문 끝에 LA 지역에서만 거의 30여 년 음악을 해온 스캇 오 씨를 소개 받았다.

   그는 한국에서 통기타가 유행하던 시기에 음악을 시작했고, 군대와 도미로 대중음악의 길을 중단했다가, LA에서 다시 시작했다고 한다. 많은 한인 축제와 행사에서 연주를 하고 노래를 부르며 살아가다가 몇 년 전에 윌셔이벨극장Wilshire Ebell Theatre에서 예전 7080그룹을 초대한 공연에 관람을 가게 되었다고 한다.

  사랑과 평화, 딕훼밀리, 백두산 등등이 공연을 했는데 오래전 곡을 부르는데도 모든 관객이 한마음으로 목청을 높여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에 충격을 받게 된다. 잊혀진 줄 알았던 노래가, 그것도 미국에서, 중년을 훌쩍 넘긴 많은 관객들이 함께 하나가 되어 부르는 모습은 그에게 충격이자 꿈을 꾸게 했다.

  나도 하고 싶다.

  그 후로 그는 자신과 마음이 맞는 밴드를 만들기 위해 한 명 한 명을 찾아가 만나며 밴드 구성원을 만들어 갔다. 하지만 한 사람을 찾으면 한 사람이 떠나고, 겨우 연습을 시작하려고 하면 생활고가 우선인 누군가가 빠지곤 했다. 먼 이국 땅에서 밴드를 구성하기란 너무나 지치고 힘들었다. 하지만 그의 열정은 쉽게 식지 않았다. 오히려 밴드를 향한 그의 열정은 더욱 뜨거워졌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하던 그가 문득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미국에서 알게 된 위대한 탄생의 멤버가 두 명 있다고 했다. 신동철과 김형기. 사실 신동철은 위대한 탄생의 전 밴드인 조용필과 그림자의 멤버로 미국공연을 왔다가 미국에 머물게 되었고 현재는 제주도에 산다고 했다. 그리고 김형기는 위대한 탄생의 앨범작업에 참여하지 못하고 공연을 함께 했던 사람인데 이 사람 역시 미국을 떠났다고 했다.

  밴드를 만드는 것도 어렵지만 밴드를 오랜 시간 유지 하는 것은 몇 배는 더 힘든 일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각각의 악기를 가지고 음악을 하는 이들이 모여있으니 얼마나 많은 갈등과 견제가 있겠는가. 하지만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은 여러 기수를 이어오면서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으며, 현재의 멤버가 16년째 고정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기타: 최희선, 베이스: 이태윤, 피아노: 최태환, 키보드: 이종욱, 드럼: 김원중 이렇게 5명이 위대한 탄생의 멤버이다.

  스캇 오 씨는 1기 멤버를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최고 멤버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이 생각은 위대한 탄생의 기타를 맡고 있는 최희선 씨도 동의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연주 실력은 물론 조용필의 음악을 해석하는 힘과 또 서로가 어루어지는 융합력까지. 그들이 만든 <창밖의 여자>를 비롯한 1집이 그렇게 조용필을 만들어냈고 위대한 탄생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스캇 오 씨는 조용필이라는 가수가 지금까지 사랑을 받고 실력을 인정받는 데에는 젊은 시절 그가 미8군에서 음악을 시작하고 또 그 안에서 여러 장르를 소화해 내었던 것이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즉, 7,80년대 통기타 시절에 또 다른 한켠에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접하고 소화하며 그 힘을 길러왔던 것이다. 거기에 조용필의 타고난 재능과 음악을 대하는 완벽주의, 그리고 예민함에서 오는 끊임없는 노력이 가왕 조용필을 있게 한 것이다.

  스캇 오 씨는 결국 그의 열정으로 2017년 밴드를 결성했다. 기타, 보컬: 스캇 오, 베이스, 보컬: 이현식, 시보드: 황경희, 드럼:민경호. 여기서 그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 준 사람이 ‘이치현과 벗님들’의 멤버였던 이현식이었다. 이현식은 ‘이치현과 벗님들’을 떠나 하와이를 거쳐 LA에 왔으며 한동안 음악을 멀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스캇 오의 열정적 구애로 다시 베이스를 잡게 되었다. 이렇게 구성된 밴드의 이름은 드림 LA 밴드Dream LA Band.

  2017년부터 한인이 많은 LA 한인타운과 오렌지카운티에서 매년 2번의 공연을 해오고 있다. 공연을 찾는 관객이 늘어나고 호평이 쏟아지면서, 드림 LA 밴드의 열정에 불을 붙이고 있다. 스캇 오 씨는 이 7080 공연이 분명 의미와 가치가 있고, 많은 이민자들에게 위로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또한 이미 많이 노쇠한 예술인일지 모르지만 이 밴드를 시작하면서 더 많은 꿈을 꾸게 되었고 그 꿈은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같이 정말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위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나는 공연 때마다 빠짐없이 조용필의 노래를 4~5곡을 부르고 있습니다. 그것은 단지 제가 좋아서 뿐만이 아니라 관객들이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그의 노래 안에 중, 장년층의 세월과 추억과 시간이 고스란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하며 “시작한 이상 멈추지 않는 밴드로 이민 사회에서 더욱 큰 목소리로 노래하고 연주하겠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전설처럼 이어오는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과, 멀리 이국땅에서 놓아버렸던 꿈을 잡고 다시 일어선 ‘드림 LA 밴드’는 모든 면에서 다르다고 느껴졌지만, 어쩌면 그들의 끝은 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들 안에 함께 흐르는 음악에 대한 열정이 있기에.

 

 

* 《쿨투라》 2019년 8월호(통권 62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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