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월평] 눈부신 젊음, 가시를 삼키다
[공연 월평] 눈부신 젊음, 가시를 삼키다
  • 최교익(연극연출가, 본지 편집위원)
  • 승인 2019.08.01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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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학도’라면 누구나 참여하고 싶은 연극 축제가 있다. 1993년 1회를 시작으로 2019년 현재 27회를 맞이한 <젊은 연극제>가 바로 연극학도들이 바라는 그 축제이다. <젊은 연극제>는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 의식을 갖추고 학교 극장이 아닌 대학로에 위치한 극장에서 공연을 진행한다. 1회에서 6개 학교를 시작으로 지금은 50여 개 학교로 확장되었으니 전국 연극영화계열 전공은 거의 절반 이상이 참여하는 축제로 보면 될 것 같다. 관객들에게 성숙된 모습을 스스로 증명하는 자리인 만큼 학교 내 경쟁 뿐 아니라 대학 마다 각기 다른 대학을 의식하며 열기의 온도는 높아져 간다.

  <젊은 연극제>에서 선보이는 공연들은 참여하는 팀마다 다양하다. 셰익스피어의 <한 여름밤의 꿈>이나 안톤체홉의 <벚꽃동산>과 같이 고전 번역극을 클래식한 현대정서로 풀어내 연극적 미학을 관객들에게 전해주는 팀이 있는가 하면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을 현대화한 록 뮤지컬 <렌트>와 같이 역동적인 공연을 관객 에게 선물하는 팀도 있다. 참여팀들의 공연들을 살펴보면 유쾌하고 즐거운 공연도 좋지만 연극학도들의 신중하고 진중한 면모를 보여주는 공연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보여진다.

  21세기 문화시대에 적합한 연극 언어를 찾는 <젊은 연극제>에서는 공연 뿐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이 관객들을 맞이한다. 대학을 준비하는 고등학생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 ‘청소년 연기 경연 대회’와 하나의 공연을 여러 팀이 동시에 준비하는 ‘프린지 공연’에 이어 연기와 철학에 대해 진중한 시간을 갖게 되는 ‘학술 세미나’까지. ‘청소년 연기 경연 대회’에서 수상을 하게 되면 연극영화과 진학에 유리한 면이 있다고 하니 매년 지원자의 수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젊은 연극제>는 팀들 간의 경쟁을 부추기며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오랜 정서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연극을 배우는 학생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나를 알릴 수 있는 도약의 발판을 만드는 것이다. 또한, 개개인 간의 협업과 노력으로 상생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함께 건설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필자도 대학 재학 시절, 본 축제에 스태프로 참여한 기억이 있다. 보고 배운 것이 있다면 다양한 학교에서 보여주는 연극양식과 앞으로 진행될 연극의 발전 방향을 교수님들과 현장 선배들에게 전해 듣고 공감했던 일. 재미난 것은 동료 연극학도들을 만나서 얕은 지식을 마치 고뇌하는 철학자와 같이 밤새 떠들며 웃고 눈물 짓던 추억이다. 지금 연극을 하지 않더라도 그들 역시 20년이 지난 지금 필자와 같은 추억을 안고 살고 있지 않을까? 대학생들이 학교의 울타리를 넘어 전문공연장에서 일반 관객을 만나는 축제는 전국대학연극영화과 교수 협의회에서 주최하는 <젊은 연극제>를 시작으로 몇 개가 더 생겼다. 크게 분류한다면 현대 그룹의 <H-페스티벌>과 대구 뮤지컬 페스티벌 <DIMF>가 그러하다. 현대 그룹의 <H-페스티벌>은 거대 그룹이 주관하는 것부터 자금에서 보다 자유로운 축제이기에 경쟁률이 치열하다. 보통 <젊은 연극제>에 참여하는 팀이 에 참여 의사를 밝힌다. 그럼, <젊은 연극제> 공연을 <H-페스티벌>의 심사위원이 관람하고 심사를 한다. 그리고 참가 여부가 결정된다. 참여가 확정된 후, 수상까지 이어진다면 해외 연수는 물론 여러 가지 혜택이 있으니 학생들에게 좋은 배움의 기회가 열리는 것이다. 대구의 뮤지컬 페스티벌 <DIMF>는 다른 축제와는 다르게 장르를 구분한다. 타이틀을 봐도 쉽게 알 수 있듯 연극이 아닌 뮤지컬로 진행이 된다. 또한, 크게 다른 것이 있다면 연극학도들만의 축제가 아니라 기성 뮤지컬 컴퍼니와 뮤지컬 단이 제작하는 프로 뮤지컬은 물론 세계 초청작 또한 <DIMF>의 주된 테마인 것이다. 프로그램 중 하나가 ‘대학생 뮤지컬 페스티벌’이라는 것인데 뮤지컬에 관심이 있다면 이 프로그램 역시 유익한 시간이 될 것으로 본다.

  ‘문화가 미래의 경쟁력’이라는 문구는 누구나 한 번 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한류가 세계적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좋은 나무에서 맛난 열매가 열리듯 좋은 문화는 분명 미래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 2020년에 다시 만날 28회 <젊은 연극제>에는 어떤 열매가 맺힐지 많은 관객들의 관심이 집중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쿨투라》 2019년 8월호(통권 62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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