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김시균 기자가 만난 25인의 명품 조연
[북리뷰] 김시균 기자가 만난 25인의 명품 조연
  • 손희(본지 편집장)
  • 승인 2019.08.01 0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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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스틸러에게 묻다』(북스토리)

  무릎을 치게 만드는 빛나는 조연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정말 무릎을 탁치게 만드는 빛나는 조연들이 있다. 그 조연배우로 인해 우리는 배꼽잡고 웃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며, 삶에 지친 스트레스를 한방에 해소한다. 자주 봐서 얼굴은 알겠는데 정작 이름은 잘 생각나지 않는 배우들도 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연들에 비해 크게 주목받지 못 할 때에도, 극을 지탱하고 때로는 장면을 리드하며 신스틸러의 역할을 해내는 그들, 흔히 ‘조연배우’라고 칭하는 그들을 김시균 기자가 만났다.

  저자는 매일 주연 위주로 틀에 박힌 인터뷰밖에 할 수 없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진정으로 한국에서 배우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와 또 그들이 어떠한 삶을 기반으로 연기라는 예술에 몸을 두게 되었는지 속깊은 이야기를 듣고자 조연배우들의 진솔한 얘기에 귀기울였다. 그 치열한 기록의 결과가 바로 이 『신스틸러에게 묻다』이다.

  윤제균 영화감독은 “『신스틸러에게 묻다』는 한국 배우들에 대한 저자 김시균의 시선이 오로시 묻어나는 책이다. 많은 관객들이 주연 배우들에게 관심과 환호를 보낸다. 하지만 저자의 시선은 그들을 받쳐주는 조연 배우에게로 향하고 있다. 따뜻한 그의 시선이 좋다.”고 추천한다.

 

  영화 없는 삶을 상상하지 못한다

  정말이다. 저자인 김시균은 《매일경제신문》 문화부에서 영화와 클래식 기사 등을 쓰는 기자로 본지 쿨투라에서도 매혹적인 영화 월평과 리뷰로 독자들을 만나왔다. 그는 읽어야 할 책과 보아야 할 영화가 많다는 사실만으로 삶은 그럭저럭 살아낼 만한 것이라고 믿는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이다. “극장 하나 없는 촌락에서 청소년기를 보냈지만 영화 없는 삶을 상상하지 못한다”고 고백한다.

  영화는 이제 우리 문화의 흐름을 주도하는 양식이 되었다. 천만 영화가 이제 드물지만은 않은 시대, 모두가 영화를 보고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대다. 한 영화가 개봉하면 영화에 대한 담론이나 배우의 연기에 대한 이야기가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공유된다. 그러나 영화라는 2시간짜리 환상 그 안에서 그것을 업으로 삼으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살가운 이야기는 가십조차 되지 못한 채 사라지기 일쑤다. 『신스틸러에게 묻다』는 그중 조연배우들에게 초점을 맞춘 책이다. <범죄도시>와 <극한직업> 에서 열연하여 영화계의 다음 대세로 떠오른 진선규, 〈공작〉과 〈더 테러 라이브〉를 통해 권력자 전문 배우로 떠오른 김홍파, <암살>에서 눈빛만큼이나 날카로운 연기를 보여준 정인겸, <강철비>의 호연으로 잠시 접었던 연기의 길로 복귀한 안미나 등 ‘조연배우’ 네 글자 안에 다 담을 수 없었던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상업영화뿐만 아니라 한국영화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독립영화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배우들의 이야기도 담았다. 독립영화에서 엄청난 연기를 펼치고도 상업영화에선 단역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배우들, 그래도 연기라는 꿈에 자신을 오롯이 던지며 매일을 보내는 배우들도 조명한다. 쿠킹클래스를 하면서 <소공녀>에 출연한 강진아, 비보이 댄서에서 연기하는 감독으로 변신한 남연우 등 어쩌면 미래의 한국영화의 얼굴이 될지도 모르는 배우들의 이야기도 실려 있다.

  『신스틸러에게 묻다』의 행간 읽기

  “근본적 의미에서 배우라는 존재에 대해 제 자신 안에 있는 자존감이랄까요. 저는 대중적 유명세를 떠나 스스로 배우로서 자긍심, 자존감이 있기 때문에 쓰임새의 많고 적음에 괘념치 않을 수 있는 겁니다. 그런 기반이 허약하지 않은 사람들은 어딜 가서 어떤 행보를 보여도 문제가 안됩니다. 그러니까 안이 튼튼해야 하는 거예요.” - 남명렬 (〈탐정: 리턴즈〉)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진실하지 못할 때예요. 100번을 하는데 100번 다 진실하긴 힘들잖아요. 그래서 그 진실에 접근하려고 무수히 많은 것을 생각하게 돼요. 평소에 명상도 하고, 인물에 대해 생각하며 일기도 써보고요. 진짜가 되려는 거죠. 안 그러면 호흡을 놓치니까요. 혹여 놓치기라도 하면 테크닉으로라도 해결해야 하니까 무진장 연습하죠.” - 정상훈 (〈덕혜옹주〉)

 

  배낭에 넣어 함께 휴가를 떠나요!

  이처럼 『신스틸러에게 묻다』의 페이지 속에는 영화와 연기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동시에 펼쳐진다. 조연배우들에게서 진솔한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저자의 따스한 시선 덕분에 마치 독자가 그들에게서 직접 이야기를 듣고 있기라도 한듯이 그들의 체온이, 열정이 전해진다. 『신스틸러에게 묻다』는 은막으로 보이는 모습 너머에 있는 조연배우들의 진심에 접근한 최초의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연예인이나 셀럽이 아닌, 우리의 곁을 살아가는 한 이웃으로서의 그들의 모습에 공감하고, 그 치열함에 감동하게 될 것이다. 이 여름, 배낭에 넣어 함께 휴가를 떠나도 후회하지 않을 한 권의 책이다.

 

 

* 《쿨투라》 2019년 8월호(통권 62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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