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개막작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진실〉
[제76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개막작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진실〉
  • 박영민(본지 기자)
  • 승인 2019.08.0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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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th Venice Internatinal Film Festival

 유명 스타에 의존하지 않고 예술영화와 독립영화, 제3세계 영화들에 관심을 쏟으며 특색있는 ‘세계 최고의 영화제’로 불리는 제76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가 오는 8월 28일(수)부터 9월 7일(토)까지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린다.

 

베네치아국제영화제의 유래

 베네치아국제영화제 혹은 베니스영화제라 불리는 이 영화제는 ‘예술을 위한 예술’을 주창하며 작품성 있는 예술영화와 작가로서의 감독을 중시해 왔다. 1932년에 시작되어 칸영화제의 개최동기가 되기도 한 베네치아국제영화제는 세계 영화제 중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며 올해로 제76회를 맞았다. 베네치아 리도Lido 섬에서 2주 동안 진행되는 베네치아영화제는 예선을 통과한 세계 각국의 영화가 상영되고, 각국의 배우와 감독, 프로듀서, 기자 등이 참석해 기자회견, 리셉션 등을 펼친다.

 베네치아영화제의 로고는 날개가 달린 사자로 영화제 개최도시인 베네치아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베네치아의 심볼은 성경 이야기인 ‘성 마르코와 사자’에서 유래한다. 사자는 베네치아를 지켜주는 성스러운 동물이 되었고, 날개달린 사자를 상징하는 이미지가 베네치아영화제의 로고가 되었다.

 초대 영화제는 1932년 7월 6일부터 8월 21일까지 열린 제18회 베네치아 비엔날레La  Biennale Di Venezia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1934년까지 비엔날레의 부속 행사로 치러지다가 다음해부터 독립해 9월경에 영화제가 열리기 시작했다. 1940~1942년까지는 전쟁으로 인해 참가하는 나라가 거의 없었다. 1950년대부터 크게 성장했는데, 이는 일본과 인도 등 미지의 영화 발굴과 저명한 감독과 스타들이 베네치아에 참가하면서 이뤄진 결과이다.특히 1951년 황금사자상(Golden Lion)을 차지한 구로사와 아키라(黑澤明) 감독의 〈라쇼몽羅生門〉(1950), 미조구치 겐지(溝口健二) 감독의 〈우게츠 이야기雨月物語〉(1953) 등 알려지지 않았던 일본 영화들을 소개하면서 베네치아영화제가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1969년부터 1972년까지는 시상 제도가 일시적으로 폐지돼 비경쟁으로 열렸다가 영화제의 활기가 사라지자 1974년부터 다시 시상 제도를 부활했다. 1979년부터 1982년까지 페스티벌 디렉터였던 카를로 리차니Carlo Lizzani의 의욕적인 운영으로 오늘날과 같은 베네치아의 명성을 되찾았다. 오늘날 베네치아영화제는 월드 프리미어를 대상으로 한 공식 경쟁 부문, 혁신과 창의성, 대안적인 영화 만들기를 보여 준 동시대 장편 영화들이 경합하는 국제 경쟁 부문인 업스트림Upstream,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16㎜, 베타 캠, 비디오, DVD 등 새로운 테크놀로지로 만든 작품을 포함해 스타일과 실험성이 돋보이는 영화들을 모은 뉴 테리토리즈New erritories 부문, 국제비평가주간(International Critics’Week) 등으로 꾸며진다.

 공식 경쟁 부문의 그랑프리공식 경쟁 부문의 그랑프리인 황금사자상을 비롯, 은사자상(Silver Lion)에 해당하는 심사위원 대상(Jury Grand Prix)과 감독상(Special Director’s Award), 남녀 주연상, 최고의 신인남녀 배우에게 주어지는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상(Marcello Mastroianni Award) 등을 시상하고 있다. 주요 부문 외에도 회고전을 통해 영화 역사의 의미심장한 순간들을 조명하고 영화제가 끝난 후 1주일간 뛰어난 단편 영화들을 위한 행사가 별도로 열린다.일본, 인도 등 아시아 영화를 발굴한 영화제답게 제3세계 영화, 화려한 치장보다는 정치적으로 의미 있는 영화들을 옹호하고 지지하는 영화제로 정체성을 확립했다. 칼 테오도르 드레이어Carl Theodor Dreyer 감독의 〈오데트Ordet〉(1955), 샤트야지트 레이Satyajit Ray감독의 〈아파라지토Aparajito〉(1956), 알랭 레네Alain  Resnais 감독의 〈지난해 마리앙바드에서L'Annee Derniere A Marienbad〉(1961),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Michelangelo  Antonioni 감독의 〈붉은 사막The Red Desert〉(1964), 에릭 로메르EricRohmer 감독의 〈녹색 광선Le Rayon Vert〉(1986), 로버트 알트먼Robert Altman 감독의 〈숏 컷Short Cuts〉(1993), 차이밍량(蔡明亮) 감독의 〈애정만세愛情萬歲〉(1994) 등이 베니스를 통해 세계에 알려졌다.

 한국의 경우 1961년 제22회 행사에서 신상옥 감독의 영화 <성춘향>을 출품한 이래 해마다 영화작품을 출품하고 있다. 1987년 제44회 행사에서 임권택 감독의 영화 <씨받이>로 배우 강수연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이 최초의 수상기록이다. 2002년 제59회 행사에서는 영화 <오아시스>의 감독 이창동과 배우 문소리가 각각 특별감독상과 신인배우상(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 상)을 수상했고, 2012년 제69회 행사에서는 김기덕 감독이 영화 <피에타>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제76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개막작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진실〉

 제76회 베네치아영화제는 <자마〉, 〈얼굴없는 여자〉 등을 연출한 루크레시아 마르텔 감독을 올해 심사위원장으로 선정했다. 알베르토 바르베라 조직위원장은 마르텔 감독을 “라틴아메리카 출신의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여성 감독 중 한 명”으로 꼽으며, 섬세한 미장센을 통해 여성과 다양한 계층 문제를 파고드는 그녀의 작품을 높이 샀다. 올해 개막작은 〈어떤 가족〉으로 작년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진실〉이 선정되었다. 이 신작은 작년 8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어느 가족> 개봉을 맞아 한국을 찾았을 때 이미 예고했다. 그는 차기작 <진실>에서 줄리엣 비노쉬와 에단 호크와 함께한다고 밝혔다.

 엄마와 딸 사이의 숨겨진 진실을 다루는 이 영화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으로서는 첫 해외공동제작 영화이며, 모든 촬영이 프랑스에서 진행됐다. 여배우(카트린 드뇌브)가 회고록을 출판하고, 그녀의 딸(줄리엣 비노쉬)이 남편(에단 호크)과 자녀와 함께 그녀를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문화를 뛰어넘어 전 세계의 사랑을 받아온 그지만 다른 언어로 다른 문화권의 영화를 연출하는 것은 처음이다. 감독은 “좋은 결과를 얻게 된다면 다른 언어로의 작업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한국에서도 협업하고 싶은 매력적인 배우가 많다. 머지 않은 미래에 만나고 싶다”고 말하며 한국 배우와의 작업도 기대하게 했다. 이 영화는 지난해 가을 파리에서 10주간 촬영했고 개봉은 올해 10월 11일로 예정됐다.


베네치아영화제 평생공로상에는 배우 줄리 앤드루스,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그리고 스페인 출신의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69)와 영국 출신의 명배우 줄리 앤드루스(83)가 베네치아 영화제에서 평생 공로상을 받는다.

 바르베라 위원장은 “알모도바르는 루이스 부뉴엘 이후 가장 위대하고, 영향력 있는 스페인 출신의 감”이라며 “그는 독재자 프랑코 이후 스페인의 다면적이고, 논쟁적이며, 도발적인 초상을 영화로 담아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내 어머니의 모든 것>(1999년), <그녀에게>(2002)등으로 유명한 알모도바르 감독은 1983년 베네치아영화제를 통해 국제무대에 데뷔하는 등 베네치아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한편, 그의 최신작이자 자전적인 영화 <페인 앤글로리> 역시 지난 달 칸영화제에 출품돼 주목을 받았다.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열연한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또한 영국 출신의 명배우 줄리 앤드루스(83)는 뮤지컬 영화 <메리 포핀스>(1964년)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뒤 <사운드 오브 뮤직>(1965)의 가정교사 마리아 역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2000년대 들어서도 <프린세스 다이어리> 등 인기 영화에 출연하고, 애니메이션 <슈렉> 시리즈에서 피오나 공주의 어머니 역할로 목소리를 보태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알베르토 바르베라 조직위원장은 “앤드루스는 여러 세대를 걸쳐 영화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상징적인 인물”이라며 “그는 평범한 가족 영화에 안주하지 않고, 극적이고, 다양한, 또한 도발적인 역할을 폭넓게 소화하면서 연기의 지평을 넓혀 왔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앤드루스는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전하면서 시상식 참석을 위해 오는 9월에 베네치아를 직접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 《쿨투라》 2019년 8월호(통권 62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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