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에세이] 카포레 개관기념 초대전
[갤러리 에세이] 카포레 개관기념 초대전
  • 손정순(문화평론가, 본지 편집인)
  • 승인 2019.09.01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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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김 패션디자이너의 예술혼이 느껴지는 카포레 이곳의 건축물은 커다란 옷장이 되어도 좋다

서울 북아현동에서 자동차로 1시간 30분 달렸을까? 양평군 강하면에 위치한 복합문화시설 카포레 CAFORE(Cabinet Forest)가 순백의 모습을 드러냈다. 양평의 아름다운 풍광과 멋진 조화를 이룬 이곳은 갤러리와 카페, 웨어하우스, 하우징 등 모든 공간과 조경이 너무나 눈부셨다. 창문을 열고 나오면 숲속이지만 옷장 안은 또 다른 공간이 되고 건축의 창들은 쇼윈도우가 되며 필로티는 진열장이 된다.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만드는 이 공간은 사라 김 패션디자이너가 오랫동 안 구상해온 노고의 산물이다. 그래서일까?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조경 하나 하나를 손수 구상해온 작가의 노고와 예술혼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곳의 건축물은 커다란 옷장이 되어도 좋다”고 생각한 사라 김 작가는 2천여 평의 대지에 패션을 디자인하고, 숲속에 의상을 손수 입힌 것이다. 1층에는 베이커리 팩토리, 공방, 라이프 종합 교육관, 문화교육관, 코워킹 스페이스 등이 오픈 예정이며, 2층은 카페이면서 세미나, 공연장, 실내행사 등 멀티공간 겸 다목적 홀과 야외 웨딩 및 스몰웨딩. 야외 콘서트겸 융복합 공연장이자 광장이 되도록 디자인했다. 3층에는 패션 40년 역사를 보여주는 아카이브로 사라 김 패션전시 공간이 펼쳐진다. 이곳에서는 실내외 를 모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패션쇼를 펼칠 수 있으며, 자연과 문화과학 설계로 연출된 런웨이가 아주 특별하다.

산책길로 들어서면 꽃들 사이로도 멋진 의상과 함께 하는 패선거리가 열린다. 숲길 위에서 펼쳐지는 패션쇼를 방불케 한다. 흐드러지게 핀 수국과 조형이 어 우러진 길, 중간 중간 사색할 수 있도록 준비된 벤치를 비롯하여 멀리 한강을 바라보는 말 두 마리, 그 뒤를 따르는 꽃들과 나무들, 이곳에선 모두가 패션모델이 된다. 이처럼 스토리텔링이 있는 창조적이고 융합적인 문화예술공간 카포레는 오늘(8월 14일) 드디어 오픈했다.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많은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이 곳에서 테이프 컷팅과 음악회, 전시, 등 개관 축하행사를 진행하였으며, 순간, 숲속의 공간은 무대와 객석이 되었다. 계단을 올라서면 더 또렷해지는 전경들… 지나다 잠시 멈추면, 이곳이 바로 포토존처럼 로맨틱한 공간이다. 카포레는 눈에 보이지 않던 공간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꿈과 힐링의 공간, 소통의 공간으로 변화시켰다.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의 쓰임새가 돋보이는 카포레는 이 시대의 감성 건축가 곽희수의 설계

이 아름다운 카포레를 설계한 분은 감성 건축가로 잘 알려진 곽희수(이뎀도시건축) 대표이다. 노출 콘크리트를 활용한 설계로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그는 대중들에게도 잘 알려진 42nd 루트하우스(배우 원빈 주택), 테티스(배우 고소영 빌딩)와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 모켄MOKEN 펜션 등을 설계한 건축가이다. 아메리칸건축상, 세계건축상, 서울시건축상, 한국공간문화대상, 한국건축문화대상 등을 수상한 곽희수 건축가가 사라 김 작가와 함께 일군 공간의 벤치에 그림처럼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평화로워서 허락을 받고 셔트를 눌렀다. 그를 본 순간, 예전 매체에서 봤던 ‘건축가 곽희수의 단편 도시’란 글이 떠올랐다.

“가로수가 거리의 안내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나무에 번호를 매기거나 이름을 붙이는 거다. 만날 약속을 하면 서 ‘3번 가로수 앞에서 만나자’고 하는 게 ‘○○가게 앞에 서 만나자’라고 하는 것보다 낭만적이지 않을까. 빼곡한 건물 틈에 숨어있는 간판을 찾는 일은 가로수를 정비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차라리 가로수에 식별 가능한 번호나 이름을 붙인다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중략) 도시의 나무는 단순히 조경을 담당하는 도구가 아니다. 거리를 지나는 도시민들에게 그늘을 드리워주고 사람들 간의 화목을 도모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물질적 풍요 속에 나무 한 그루의 쓰임을 잃어버렸다. 나무 한 그루의 쓰임새를 찾을 수 있을 때 도시는 수많은 가로수길을 되찾게 될 것이다.” - 「왜 신사동 그 길만 가로수길로 불리나」, 《중앙일보》 2016년 3월 23일자

그의 철학처럼 이곳 카포레는 나무 한 그루, 꽃 한 송이의 쓰임새가 돋보인다. 누군가에게는 하루의 지친 일상을 쉬어가는 힐링의 장소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사랑을 고백하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또 누군가에게는 저만치서 아름다운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객석이 되고, 나무 그 자체가 예술품으로 존재하기도 한다.
 

전시장 창마저도 작품이 되는 곳 조광호 작가의 아트클래스 초대전

갤러리 카포레 개관기념 초대전이 열리는 전시장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사방이 창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전시장이다. 이 곳 전시장과 너무나 조화로운 조광호(카톨릭조형예술연구소 대표) 작가의 아트클래스 작품전 <여여如如의 창窓>이 펼쳐졌다. 창과 조광호 작가의 판타스틱한 예술 작품들과 숲이 하나의 작품 으로 재탄생한다. “이 세상 어디에나 있었고, 안과 밖이 따로 없어 열린 적도 없고, 닫힌 적도 없었다.” 창은 환기, 채광, 혹은 장식 등 다양한 목적과 그 기능을 위해 건축물의 벽이나 천장에 만든 구조물이다. 창은 ‘열고 닫음’으로 소통하고, ‘안과 밖’을 구분하는 경계의 기능을 지닌다. 원시인의 움집에서부터 노아의 방주와 우주선에 이르기까지 인류 건축의 역사에서 창의 기능과 그 개념의 변천이 곧 건축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눈이 마음의 창’이듯 ‘창은 건축의 혼과 눈이 될 것이다. 오관이 열려 있음으로 생명이 생명일 수 있듯이’ 건축물 위 생명도 그 건축물의 창에 달려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창은 ‘유리 발전의 역사와 그 궤적을 같이 한다. 투명과 반투명 유리에서 최근의 건축용 색유리(Architectural Artglass)의 등장으로 그 가능성은 더 확장되었다. 건축의 역사가 창의 개념을 바꿨듯이 창의 역사가 건축의 개념을 바꿔놓는 시대가 된 것이다. 조광호 작가는 “나의 작업은 물성을 지닌 투명한 유리창 앞에서 열린 또 하나의 창으로 향하는 ‘길 위에 있는 인간’(ho-mo viator)의 삶과 호흡의 흔적이었다. 내 작업 안에 열려진 내면의 창은 사찰의 불이문不二門에 문이 달려 있지 않듯이 문 없는 창이요, 안과 밖의 경계가 모호한 회전문이 돌아가듯이 ‘안과 밖’ 이 따로 없는 창이었다. 그 문은 애초부터 이름 붙일 수 없는 무차별성을 지닌 절대순수의 상징으로 ‘하나’를 향해 열린 창이었다. ‘여여如如의 창窓’이라 명명 해보는 이 창 앞에서 내가 깊은 전율과 감동을 받았던 것은 근현대 서구사사의 악순환을 극복하고, 돌파하는 길 희성 박사의 마이스터 엑크하르트Meister Eckhart(1260-1328)론(심도학사에서의 연구)에서다. 그 만남은 단테가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를 받을 때처럼 섬광 같이 눈부셨다.” 고 밝혔다. 

전시장에서 내려와 한강을 내려다보니 어느새, 푸르던 하늘과 강물에 노을이 스며들고 있었다. 일몰이 과히 장관이다. 제한된 지면에 카포레를 다 보여 줄 수 없음이 안타깝다. 한 패션디자이너의 의지로 이런 공간이 만들어졌다는 것은 정말 위대하고 아름다운 일이다. 바람 부는 가을날, 문득 시내를 벗어나 차 한 잔의 행복을 만나고 싶을 때, 하늘과 바람과 강과 숲이 함께하는 자연 친화의 공간 CAFORE로 나들이를 떠나 보자. 그림과 조각, 패션까지 아름다운 작품을 숲 속에 담은 이곳은 누군가와 함께여도 설레고, 혼자만의 고독을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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