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에세이] 이도우 개인전
[갤러리 에세이] 이도우 개인전
  • 정하연(에세이스트)
  • 승인 2019.09.01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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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십 여 년 간 누드화만 작업해온 이도우 작가의 초대 개인전이 9월 2일부터 9월 23일까지 3주간 구하갤러리에서 열린다. <누드- 野泉>이란 제목의 이번 전시는 들에 있는 샘을 찾듯이 가장 아름답고 보편적인 자연을 표현하기 위해 늘 목말라하며 갈증을 느껴온 이도우 화가의 열일곱 번째 개인전이다.

그의 작품은 자유로운 정신세계를 직관적인 손의 감각으로 일상속의 우리를 그리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 그는 어디에도 머무르지 않고 자기만의 개성으로 개구쟁이가 낙서하듯 무위 자의적으로 화면을 메꾸어 간다. 그의 단순하고 집요함의 철학이 그림 구석 구석에 깃들어 있기도 하다. 화면 구석이나 바닥에 웅크리고 쪼아린 포즈들은 그의 작품 속에 항상 존재하는 우리의 굴곡진 삶을 두꺼운 질감으로 덕지덕지 쌓아 담아내고 있다.

또한 작품 속에선 정리되지 않은 우리네 일상을 사각의 화면에 나이프로 쳐 발라 거친 호흡과 힘든 삶을 드러내고 있으며, 화려하진 않지만 우리 민초들이 살아가는 나날의 희노애락을 읽어볼 수 있게 한다.

‘몸은 가장 아름다운 자연’이라고 말해온 작가에게는 작업할 소재인 모델이 늘 부족하며, 섭외하는데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직업이 아닌 우리 주위 이웃의 인물을 모델로 찾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온실속의 꽃은 빨리 시들어 버리지만 돌 틈 사이에 막자란 들꽃들은 강한 비바람에도 견디며 이겨낸다. 이도우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야생의 꿋꿋하고 거친 면 또한 우리네 삶의 작은 아름다움을 안고 견디며 지켜나가는 민초들의 모습을 닮아 있는 건 아닐는지.

그래서일까? 그의 그림 앞에 서면 때론 황량한 들판에서 홀로 몸부림치는 나를 바라보듯, 단순한 것 같지만 복잡다단한 일상을 화폭에 숨겨두어 과거의 자취를 한번 더듬어 보고,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게 붓 끝으로 흘려보내 주는 것 같기도 하다.

그의 작품은 천천히 오래 보아야 보인다. 흑백사진처럼 화려하지 않고 소박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내밀한 너와 나의 모습처럼, 작고 아름다운 우리의 일상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 우리의 삶처럼.

누드는 벗는 것이 아니라 입지 않는 것인 것을.

 

 

* 《쿨투라》 2019년 9월호(통권 6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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