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아, 신해철!』에 대한 몇 마디, 뜨거운
[북리뷰] 『아, 신해철!』에 대한 몇 마디, 뜨거운
  • 윤중목(시인, 영화평론가)
  • 승인 2019.11.01 0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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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사람도 마찬가지겠으나, 죽은 사람을 평가하는 데 있어 그가 성공한 사람이었는가, 혹은 훌륭한 사람이었는가를 따져 물음이 일반적일 것이다. 하지만 ‘성공’이니 ‘훌륭’이니 하는 말은 젖히고 나는 과연 그가 뜨거운 사람이었는가를 단연코 따져 물을 것이다.

즉, 열정적인 사람이었는가를. 그리고 분명 신해철은 뜨겁고 열정적인 사람이었노라고, 분명 신해철은 뜨겁고 열정적으로 살다간 사람이었노라고, 그렇게 나는 말하고 말하고 또 말할 것이다. 무릇 뜨겁고 열정적인 사람의 떠난 자리는 그 온기가 오래도록 가는 법. 이후 그 온기는 서서히 그리움으로 바뀌어 가는 법. 이 책의 지은이인 지승호는 ‘프롤로그’ 에서 그를 향한 그리움을 아래처럼 담담하게 기술한다.

“그가 떠나고 나니 부지런하게 육성을 더 많이 남겨뒀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의 감정이 들었습니다. 『신해철의 쾌변독설2』를 좀 더 서둘렀다면… 이 『아, 신해철!』이 신해철님께 보내는 제 손편지 같은 것이면 좋겠습니다. 이 편지를 받고 그가 잠시라도 웃어준다면, 저로서는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역시 이 책 1부 ‘신해철 가상 인터뷰’를 다음과 같이 끝맺음으로써 그를 향한 그리움이 종내는 그에 대한 사랑과 존경으로 공고히 됨을 고백한다.

“저 역시 당신으로 인해 ‘약속, 헌신, 운명, 영원, 그리고 사랑’을 계속 믿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영원히. 다음 세상에서도제 친구로 태어나주시길.” 

그렇게 뜨겁고 열정적인 사람 신해철을 지승호는 더욱 구체적으로, “이슈마다 변명이나 사과보다 도발 또는 위악을 택했지만, 선천적으로 착한 사람. 가족과 자기 밴드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개싸움도 마다하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부드럽고 만난 사람 중에서 가장 ‘나이스’한 사람. 정치적 올바름도 갖추고, 감사함을 표시할 줄 알며, 대화 나누기를 가장 즐거워했던 사람.”이라고 기억한다.

아울러, “그는 ‘체 게바라’ 같은 사람이었다. 그 스스로도 체 게바라를 자신에게 큰 영향을 준 인물로 꼽더라.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음악을 했으며, 끝까지 안주하지 않고 도전하고 실험하는 아티스트였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음악에만 매몰되지도 않았으며, 대중음악계 더 나아가 한국 사회 전반에, 사람에 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그는 자기 자신만이 아니라 더불어 다 같이 잘사는 사회를 바라며, 쓴소리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라고 기억을 덧붙인다. 결국 이러한 기억들을 토대로 지승호 특유의 솔직담백한 문체와 감성이 이 책을 엮어낸 것이며, 출판사에서는 아래와 같이 각 부별의 구성과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1부 ‘신해철 가상 인터뷰’에는 지승호가 생전 신해철의 발언과 행적을 바탕으로 자기의 생각을 자유로이 풀어놓은 가상 인터뷰가 나오는데, 읽는 재미가 소설과도 같다. 2부 ‘키워드로 다시 만나는 마왕’에는 16개 각각의 키워드를 통해 신해철의 다양한 모습을 만날 수 있는데, 우리가 신해철에게 가졌던 오해는 풀고 그에 대한 이해는 더하게 된다. 3부 ‘내가 기억하고 추억하는 신해철에 대한 이야기’ 에는 우리나라 각계 15명의 분들이 기억하고 추억하는 신해철과 관련된 이야기가 기술된다. 신해철과 직접 만났거나, 그의 음악을 듣고 한때를 보냈거나, 그의 팬으로 오랜 세월을 보낸 이들이 전해주는 사연이다. 4부 ‘2002년 두 번의 인터뷰: 노무현 당선 직전, 그리고 직후’에는 노무현의 제16대 대통령 당선을 전후로 신해철과 지승호가 진행한 두 번의 인터뷰가 나오는데, 두사람이 인터뷰하면서 다룬 문제들은 여전히 한국 사회의 핫한 이슈이며 신해철의 생생한 육성으로 그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다.

이제 나 역시도 그에 대한 아릿한 그리움, 그리고 사랑과 존경을 담아 쓴다.

“아! 아! 정말이지 생각조차 못한 죽음이란 게 바로 이런 걸까요… 어쩌면 그토록 황망히도 세상을 떠난 걸까요… ‘마왕(魔王)’ 故 신해철(1968. 5. 6.~ 2014. 10. 27.)의 5주기를 맞아,우리나라 최고의 인터뷰 작가인 지승호가 지은 책, 『아, 신해철!』이 발간되었습니다. 신해철, ‘그에 대한 소박한 앤솔러지’입니다. 마치 손편지 같은 이 책을 통해서 우리의 히어로 신해철을 소박하지만 뜨겁게 뜨겁게 추억하렵니다… 고마워요, 고마워, 마왕! 부디 그곳에서 잘 있어야 해요, 마왕!”

 

 

* 《쿨투라》 2019년 11월호(통권 65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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