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Theme] '김남길 배우' 김남길의 길
[12월 Theme] '김남길 배우' 김남길의 길
  • 김은경(백석예대 극작전공 교수)
  • 승인 2019.12.0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드라마 <열혈사제>는 올 한해 갑갑한 뉴스 속 현실에서 대한민국 국민을 구출해 냈다. 추악한 기득권을 맨주먹 하나로 처단하는 다혈질 신부 김해일로 분한 배우 김남길에게 우리 모두는 환호했고, 그를 응원했다. 코믹, 액션, 부상 투혼까지 발휘하며 열연한 덕분일까. 드라마 <열혈사제>는 최고시청률26.7%를 기록했고, ‘장르가 김남길’이라는 수식어까지 등장시켰다. 올 한해 자신에게 참 잘 어울리는 옷을 입고 안방극장을 평정한 배우 김남길, 그가 걸어온 길을 함께 걸어보자.

ⓒMBC

무명의 길

2009년 배우 김남길이 드라마 <선덕여왕>의 비담역으로 세상에 알려진 것은 생각보다 많은 나이, 스물아홉이었다. 수려한 외모와 연극무대에서 다져진 탄탄한 연기력, 2003년 MBC 31기 공채 탤런트 수석합격 타이틀이 무색하게 무명의 시간은 길고 지난했다. 데뷔 직후 당한 뺑소니 사고로 인한 무릎 인대 부상과 단기 기억상실증으로 병원 신세를 져야 했고, 병마와 싸우고 돌아온 신인배우에게 주어진 배역은 미미했다. 드라마 <선덕여왕>을 찍을 당시도 촬영 도중 말에서 떨어져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이 척추를 찍어 입원까지 했고, 출세작을 뒤로한 채 군입대를 서둘러야했다. 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당시를 소회했다. “왜 하필 지금이냐고, 이제 세상에 이름도 나고, 돈도 벌게 됐는데...”

한류스타의 길

입대를 앞둔 김남길은 그의 이름이 잊히지 않길 바라며 드라마 <나쁜 남자>를 차기작으로 서둘러 선택했다. 치명적 미소와 악마적 카리스마로 모든 여자들의 마음을 뺏는 절대 매력의 소유자, 건욱 역으로 분한 김남길은 배우 한가인과 오연수의 사이를 오가며 격정 멜로를 선보였다. 하지만 동시간대에 방영된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압도적 우세(시청률 50%)로 조기종영이라는 고배를 마셔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나쁜 남자>는 배우 김남길에게 한류스타로 발돋음할 수 있는 기회를 안겨줬다. 올 8월, 김남길은 제14회 서울 드라마 어워즈에서 ‘한류드라마 남자연기자상’을 수상하며 2019년 최고의 한류 배우임을 입증 받았다. 아시아는 물론 스페인·브라질·인도네시아·아랍권 등 다양한 곳에서 두터운 팬층을 자랑하고 있다.

NGO의 길

2013년 필리핀을 강타한 태풍 하이엔은 실종 1074명, 사망 6239명 이라는 믿기 힘든 인명 피해를 낳았고, 살아남은 자들마저 희망을 놓게 했다. “쓰나미가 앗아간 저희 마을을 도와주세요.” 필리핀 펜의 편지 한 통은 배우 김남길을 NGO의 길로 나서게 했다. 필리핀 태풍 피해 이재민을 돕기 위한 글로벌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으로 삼백 채 가량의 집을 복구해 줬다. 그가 대표로 있는 비영리민간단체 길스토리는 ‘예술이 가난을 구할 수는 없지만 위로할 수는 있다’라는 신념으로 여러 사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대기업 후원 없이 오로지 사비로 운영비를 충당한다는 것이다. 그는 말한다. “저는 착한 사람이 아닙니다. 꽤 이기적이기도 하고, 남에게 상처 주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제가 비영리 민간단체를 운영하는 것은 좋은 사람이라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하는 것입니다. 저는 사람은 변할 수 있다고 믿고, 착하고 좋게 변하려 노력중입니다.”

-열혈사제 홈페이지
ⓒSBS

우주최강배우의 길

“한국을 대표하는 우주최강배우, 김남길입니다.”지난 10월, 해운대에서 열린 아시아 콘텐츠어워즈에 참석한 김남길의 인사말이다. 순간 행사장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김남길이 우주최강배우를 자청한 것은 꽤 오래전부터이고, 그의 필모그래피가 늘어갈수록 타칭으로 확산되고 있다. 말의 씨를 열심히 뿌린 덕분일까. 화면 속 그의 연기 스펙트럼은 넓고 깊다. 누군가를 애절하게 사랑하는 로맨틱 가이가 되었다가도 때로는 서늘한 눈빛을 지닌 범인으로 변신한다. 때로는 선과 악이 공존하는 얼굴로 관객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특히 드라마 <열혈사제>에서 보여준 허당, 진지, 단짠, 다크, 정의, 코믹, 멜로, 액션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그의 매력은 ‘김남길 장르’의 포문을 열었다. 그간 상복 없다며 툴툴 대던 배우 김남길에게 올해는 우주최강배우답게 열 손가락이 모자랄 만큼의 수상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김남길은 “세상 살만하다는 이야기가 오가는 길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2019년 우리 사회가 가장 크게, 가장 많이, 가장 높게 외친 ‘정의’와 ‘공정’은 어쩌면 그러한 길 위에 있지 않을까.

 

 

* 《쿨투라》 2019년 12월호(통권 66호)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