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Theme] '송가인 가수' 2019년 대중음악계는 송가인으로 시작하여 송가인으로 끝나다
[12월 Theme] '송가인 가수' 2019년 대중음악계는 송가인으로 시작하여 송가인으로 끝나다
  • 오광수(경향신문 부국장, 시인)
  • 승인 2019.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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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인이어라.”
송가인이라 쓰고, 대세가수라 읽는다. 2019년 한국 대중문화계에서 송가인(본명 조은심·33)을 빼놓고는 얘기할 수가 없다. 철저한 무명이었던 트로트 가수가 단숨에 스타가수로 발돋움한 건 신데렐라 스토리의 감동을 능가한다.

그 시작은 2019년 봄 방송된 TV조선 트로트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인 <내일은 미스트롯>(이하 미스 트롯)이었다.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을 타고 만든 이 프로그램은 처음엔 주목도가 별로 없었다. 트로트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통할 것인가, 또 이렇다 할 히트작을 내지 못한 종합편성채널 TV조선에서 가능할까? 그런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정반대였다. 방송되는 날이면 어김없이 ‘미스 트롯’과 ‘송가인’이 검색어 상위에 올랐다. 방송사조차도 이 놀라운 반향에 당황할 정도였다. 송가인은 경연자들과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마침내는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그 뒤에는 본방송을 사수하면서 응원한 팬들이 있었다. 여러 가지 지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이 프로그램은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들과 달리 전 연령층이 고르게 시청했다. 10대부터 60대까지의 연령층으로부터 사랑받은 것이다.

이후 송가인은 자신의 가수 인생뿐 아니라 2019년 가요계의 이슈들을 하나씩 써 내려가고 있다. 우승 이후 TV조선의 <아내의 맛>, <뽕 따러 가세> 등에 잇달아 출연하여 시청률을 견인했다. 또 여세를 몰아 지상파 방송의 예능 프로그램을 섭렵했다. 프로그램마다 소위 ‘송가인 효과’를 보면서 그녀는 예능의 우량주가 됐다. 실제로 송가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평소보다 2~3%가 높아졌다.

지난 가을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첫 단독콘서트는 4천여 석의 표가 발매와 함께 매진됐다. 또 콘서트를 통해 발표한 신곡들이 단숨에 각종 음원 순위에서 상위권을 점령했다. 급기야는 생애 첫 전국 일주 콘서트에 이어 미주지역에서 콘서트를 갖는 등 슈퍼스타급 행보를 이어갔다. MBC TV는 송가인 콘서트를 주말 황금시간대에 녹화 중계하여 최고 8.5%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MBC는 이례적으로 재방송까지 해서 화제가 됐다.

이처럼 거세게 몰아친 송가인 현상의 이면에는 아이돌에게나 있었던 열성 팬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송가인의 공식 팬카페 ‘어게인(Again)’은 현재 가입자 수가 4만5천 명에 육박한다. 다양한 나이와 지역을 아우르는 팬클럽은 투표로 지역장을 선출하여 송가인을 조직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영상과 사진, 일정을 팬카페에 올리고, 유튜브는 물론 각종 음원 순위에서 ‘스밍’(스트리밍)을 통해 송가인의 순위를 끌어올린다. 놀랍게도 적극적인 활동의 중심에는 50대와 60대, 아버지나 어머니뻘 되는 중년들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게 다른 열성 팬과의 차이점이다.

호사다마라고 단숨에 스타가 되면서 구설수도 있었다. 회당 3천만 원을 넘나드는 행사비가 알려지면서 위화감을 조성하는 고액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30만 원 안팎의 행사비가 3천만으로 올랐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러나 당대 최고인기가수들의 행사비와 견주었을 때 턱없이 비싼 금액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또 팬카페 운영자의 회비 횡령 시비도 있었으며, 병역 비리에 연루됐던 MC몽의 노래에 피처링으로 참여해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송가인은 겸손하면서도 의연한 자세로 대처하여 더 이상의 논란이 없도록 잠재웠다.

전남 진도 출신의 송가인은 중학교 2학년 때 판소리를 시작했다. 진도씻김굿 전수교육 조교로 일하던 아버지 송순단 씨의 영향이 컸다. 목포 명창 박금희 씨로부터 판소리 <수궁가>와 <춘향가>를 사사하기도 한 송가인은 중앙대학교 음악대학을 졸업했다.

대중들이 그녀에게 열광하는 건 철저한 무명생활을 거치면서 차곡차곡 실력을 다져와서 마침내 그 결실을 보게 됐다는 데 있다. 2012년 정통트로트 곡 <산바람아 강바람아>와 <사랑가>가 실린 데뷔앨범을 냈지만 7년간 철저한 무명이었다. 전라도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행사비 대신 농산물도 받는 가수였다.

송가인은 현대판 신데렐라 이야기를 만드는 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 남도의 한 작은 섬에서 태어나 판소리를 전수받고, 트로트 가수로 데뷔하여 7년이 넘는 세월 동안 무명의 설움을 견뎠다. 그러나 실력을 갈고닦으며 내공을 쌓아마침내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한 것이다.

송가인의 또 다른 장점은 소위 안티가 드물다는 것이다. 한 리서치 회사의 조사에 의하면 송가인은 연관검색어에서 긍정비율이 60%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정적인 검색어는 수치로 2~3%도 안 되며 ‘웃기다’ ‘좋다’ ‘재밌다’ 등의 키워드가 많았다는 것이다. ‘트로트’ ‘뽕’ ‘진도’ 등 그의 신상에 대한 검색어도 많아서 노래보다는 인간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로서 송가인의 약점은 장기간 흥행할 수 있는 히트곡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구축한 인기에 몇몇 히트곡이 가세한다면 송가인의 인기는 쉽게 식지 않을 것이다. 가요계에서 트로트 가수는 스타로 만들기는 어려워도 스타가 되면 오래간다는 정설이 있다. 주현미부터 장윤정은 물론 최근 다시 인기를 얻고 있는 김연자에 이르기까지 장수하는 트로트 여가수들이 이를 증명해준다. 무엇보다도 2019년의 대중문화계는 송가인으로 시작하여 송가인으로 끝났기에 그녀를 능가하는 아이콘이 있을 수 없다.

 

 

* 《쿨투라》 2019년 12월호(통권 66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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