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Theme] '손흥민 축구선수' 손흥민은 어떻게 월드클래스가 되었나?
[12월 Theme] '손흥민 축구선수' 손흥민은 어떻게 월드클래스가 되었나?
  • 김기호(한국축구연구원 수석연구원)
  • 승인 2019.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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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하기가 너무나 힘든 나라, 한국

한국은 축구선수로 성공하기가 지나치게 힘든 나라다. 초등선수가 K리거가 될 수 있는 확률이 0.5% 내외다. 200명 중 1명 꼴이다. 유럽 1부리그 진출을 말하는 게 아니다. 시간, 돈, 노력, 부모의 헌신적인 뒷바라지가 마냥 낭비되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은 축구하기가 너무나 고통스럽고 어려운 나라다. 돈이 엄청 많이 든다. 고교선수의 경우 매달 최소 150만원 이상 들어간다. “돈 벌어 자식 축구시키는데 다 넣는다”, “이미 노후 준비를 포기했다.”는 선수 부모의 하소연이 끊이지 않는다. 돈을 내라는 총무의 문자 메세지가 오면 간담이 녹아내린다. 월회비, 대회비, 간식비, 안전기원비(고사비), 유니폼비, 차량유지비, 후원의 밤 행사비, 심판로비비, 대학진학 판공비, 김장비, 관람비, 성적 사례비 등 명목도 다양하다. 진학 시에는 뭉치돈이 들어가는 경우도 흔치 않다. 멀쩡한 어머니가 파출부로 나서고, 심지어 노래방 도우미로 뛰는 경우도 있다. 아들의 회비를 제대로내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아버지도 있다.

학교 공부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중학교부터 공부에 손 놓기 시작한다. 몇년 전 ‘청춘 FC’에 응모한 2,500여 명의 선수 출신 중 변변한 직업을 가진 이는 한 명도 없었다. 도중에 거의 축구를 그만 둔다. 어렵게 대학에 들어와서는 자신이 프로선수가 될 수 없다는 걸 알고 스스로 그만 두는 선수가 속출하고 있다. 이미 늦었지만 진로를 바꾸기 위해서다.

황사와 미세먼지, 뜨거운 햇볕이 폭포처럼 쏟아져내리는 한 여름과 살을 에는 듯한 동계 전지훈련, 진눈깨비와 비바람 속에서 연습하다 운 좋게 프로선수가 되어도 처우는 평범하다. 계약금(1억 5천만원 이하)을 받고 입단하는 S급 신인 선수는 해마다 2 ~ 5명 될까말까하다. 연봉이 S급과 A급이 3,600만원이고 B급이 3,000만원, C급이 2,400만원이다. 택배기사나 웬만한 중국집 배달사원도 이보다 많이 받는다. 1983년 5월 8일 출범한 K리그 프로구단이 약속이나 한듯 줄기차게 적자 행진을 계속해오고 있어 선수들을 대우해줄 수 있는 여력이 없다. 이동국 김신욱 이근호 같이 성공한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이름없이 후보로 있다, 부상으로, 감독과의 불화로 소리 소문없이 은퇴하는 프로선수들도 적지 않다 .

화려하게 성공한 선수에게 미혹되어 막무가내로 자녀가 “축구선수하겠다.”고 부모를 조르고, 계속 부모에게 간청하며, 때로는 협박도 한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대로 어쩔 수 없이 축구를 허락하고 만다. 한국축구는 실패자를 끝없이 양산하고 부모의 노후를 비참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계속하고 있다. “축구 안하는 게 부모에게 효도하는 자식이다.”는 말이 선수 부모들 사이에 횡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역대 한국 최고의 축구선수 손흥민 선수

올해 2019년은 한국축구 시작 이래 138년(1882 ~2019)이 되는 해다. 그리고 손흥민 선수(이하 손흥민)는 역대 한국인 축구선수 중 최고의 선수다. 각종 기록이 이를 말해준다. 18/19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라 자신의 존재를 세계에 알렸다. 2019년 11월 7일에는 123골로 차범근의 득점 기록(121골)을 넘어 ‘한국인 유럽 최다골 기록’을 경신했다. 이적료는 선수 가치를 알려주는 척도인데, 아시아 이적료 신기록을 가지고 있다. 400억원의 이적료를 함부르크SV에 안겨주고 토트넘으로 이적했다.

알려진 그대로 손흥민의 선수 경력은 특이하다. 학원축구 출신이 아니다. 육민관중에서 6개월 가량, 모든 중학 선수들이 선망하던 동북고(당시 FC 서울 유스)에서 6개월 다니다 자퇴했다. 손웅정(손흥민의 아버지) 감독은 왜 자퇴시켰을까? 그 시스템으로는 세계적인 선수로 육성시킬 수 없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동북고 1학년 때 ‘대한축구협회 우수 선수 해외유학 프로젝트’로 독일 함부르크 SV로 유학가게 된다. 이게 그의 축구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다. 유학 기간이 끝나도 그는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16세에 함부르크와 계약하고 18세에 1군으로 출전했다.

 

 월드 클래스를 육성하지 못하는 한국축구

올해 한국축구 역사 138년(1882 ~ 2019), 이 오랜기간 동안 한국은 단 한 명의 월드 클래스도 육성하지 못했다. K리그 이적료 기록이 김기희의 70억 원이다. 한국 최고의 10대 유망주들인 정우영(이적료 10억 원, 바이에른 뮌헨), 김정민(이적료 9억 원, 레드 불 잘츠부르크), 황희찬 (10억 원 추정, 레드 불 잘츠부르크), 이재익(바이아웃 8억 원, 알 라얀)의 이적료는 한국 최고의 유망주도 세계 무대에서는 그저 그렇고 그런 평범한 선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반면에 2019년 후앙 펠릭스(이적료 1,700억 원, 19세), 데 리흐트(이적료 1,100억 원, 19세) 등 1,000억 원이 넘는 10대 미래 스타들의 이적료는 K리그 22개 구단에게 ‘그림 속의 떡’이다. 유럽의 10대 선수 중 수백억 원의 이적료도 자주 등장한다. 올해 국내 선수 이적료를 모두 합해도 후앙 펠릭스 한 명의 이적료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한축구협회 2년 예산에 가까운 이적료다. 한국에 월드 클래스의 재능이 적지 않은데, 이걸 못하니 그저 신기할 뿐이다.

한국은 월드 클래스를 육성할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코칭 철학이 건강한가? ‘집단지성그룹’이 없고, 지도력과 지도자의 평생교육에서도 경쟁이 안된다. 무엇보다 생각의 크기가 조그마하다. “고교 선수, 늦어도 3년 안에 월드 클래스로 배출하겠다.” 이렇게 말하는 감독 코치 한 명이라도 본 적이 있는가? 목표가 없는데 업적이 나올 수 있는가? 경영학을 공부한 적이 없고 팀 경영도 허술하다. 가난한 축구 이론, 코칭 상품 빈곤 등도 주요 원인이다. 2017년 프로연맹은 벨기에의 유스 정책 ‘더블 패스’를 차용하여 ‘유스 트러스트’를 프로구단에 보급했지만 여전히 세계적인 선수가 등장할 기미조차 없다. 손흥민 이강인은 한국이 배출한 선수가 아니다.

손흥민의 성공 사례에서 떠올리는 절망과 희망

손흥민 선수가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면 지금의 손흥민은 없었을 것이다. 역사가 말해준다. 그동안 손흥민보다 뛰어난 재능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하나 같이 월드 클래스에 이르지 못했다. 손흥민을 만든 사람은 그의 아버지 손웅정 감독이다. 독일에서 승부를 건 것이 적확했다. 직접 철저하게 개인기를 가르친 것도 주효했다. 중3 1학기 이전에는 손수 가르치면서 한번도 경기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앞서 있는 개인기가 있었기에 함부르크 팀의 포지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이다. 손흥민은 월드 클래스에 거의 근접했다. 경기력은 여러분이 아는 그대로다. 1% 부족하다. 빠르고 힘이 넘치며 헌신적인 활동량을 보여준다. 좌우 양발 슛에도 능하다. 허나 중앙에서 밀집 수비를 이기고 혼자 해결(득점)하는 크랙형 선수는 아니다. 나는 한국을 전세계에 홍보하는 그가 하루 속히 월드 클래스 반열에 오르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그러면 한국선수의 유럽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다. 그의 성공을 보면서 선수들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기 확신을 가지기를 당부한다. 그가 했으니 나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아니 더 잘할 수 있다.

브라질은 해마다 600 ~ 1,000면 이상의 프로선수를 수출하는 등 축구산업으로 90조 원 이상 벌어들인다. 한국을 선수 수 대비 프로선수 수출 1위의 나라로 만들어야 하고, 그렇게 할 수 있다. 축구 지식 세계 1위로 잉글랜드 스페인 독일 등 세계의 선수, 지도자, 축구 행정가들이 한국으로 유학오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리하여 매년 100조 원을 벌어 한국경제를 일으키는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다. 한국축구도 삼성전자처럼 할 수 있지 않을까? 축구인들이 별 생각없이 손흥민의 성공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무궁무진한 영감을 길어올려야 한다. 꿈 같은 이야기를 하는 축구인들이 마구마구 등장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꿈 같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꿈 같은 일을 성취한다. 꿈 꾸는 사람은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 《쿨투라》 2019년 12월호(통권 66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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