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100주년 연재 10] '청춘의 십자로'(1934)에서 '기생충'(2019)까지 전찬일의 한국영화 100선
[한국 영화 100주년 연재 10] '청춘의 십자로'(1934)에서 '기생충'(2019)까지 전찬일의 한국영화 100선
  • 전찬일(영화평론가,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회장)
  • 승인 2020.01.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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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투라》 지난 4월호 한국영화 100주년 두 번째 연재에서, “<하녀>부터 <티켓>까지…내 멋대로 선정한 한국영화 베스트 10”을 발표하면서 나는 서두를 이렇게 시작했다.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아, 한국영화 역대 100편을 선정해보면 어떤 목록이 작성될까?” 때마침 한 일간지(한겨레신문)의 요청에 의해, 2018년까지 개봉된 영화들 가운데 그 매체에서 간추려 보내준 후보작들을 중심으로 100편을 뽑아 보냈다. 이후 다소의 수정을 거친 두 번째 100선을 다시 보냈다. 내가 보낸 100편과, 삼십 수 명의 100편을 합산해 최종 선택·발표한 한겨레의 100선 사이에 몇 편이 같고 다른지는, 미처 확인하지는 않았다.

이 연재를 마무리하면서, <82년생 김지영>(김도영) 등 최근작까지를 대상으로 그때 보냈던 내 100선을 업데이트해, 간단한 선정 사유를 밝히면 좋겠다, 싶었다. 요점은 ‘선정 사유’다. 지난 호에 선배 평론가 김종원 선생이 “한국영화 100년 극영화 100선”을 발표했지만, 그 사유를 밝히진 않은 터라, 더 그렇다. 김 선생이 사유까지 밝혔다면, 이 최후의 연재는 다른 아이템이 됐어야 마땅했을 게다.

세어보니 우리 둘의 100선 간에는 37편이 어긋난다. 24년 선배인 원로 평론가와 나 사이의 관록·연륜의 차이가 도드라진다, 고 시인하지 않을 길 없다. 그 분은 “필름이 보존되지 않았으나 일찍이 본 김기영 감독의 <십대의 반항>(1959)을 비롯한 <젊은 표정>(1960, 이성구), <잉여인간>(1964, 유현목), <만추>(1966, 이만희) 등 네 편도” 포함시켰으나, 나는 그러진 않았다. “역사란 어차피 선대의 기록을 바탕으로 쓴 결과물”일지언정, 내가 본 영화들과, 노력만 하면 누구든 볼 수 있을 영화들로 한정시켰다. 때문에 나운규의 <아리랑>(1926), 이규환의 <임자 없는 나룻배>(1932) 등 일제 식민기의 몇몇 문제작들도 선택하지 않았다.

영화 베스트 10선에서도 피력해듯, 내 선정 기준은 해당 영화의 매혹, 시대성, 영화사적 의의·영향력, 생명력·지속(가능)성, 비평적 평가, 안배, 그리고 흥행 성적 등이다. 100편 중 10편의 괄호 안 숫자는 영화 10선의 순위다. 8개월 새 꽤 큰 변동이 발생했다. 무엇보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 때문이다. 한 편을 10선에서 내보내야 했다. 고심 끝에 10위 작이 아닌, 6위작 <1987>(2017, 장준환)을 뺐다. 안배를 감안하면 봉준호의 <살인의 추억>을 뺐어야 했으나, 그럴 순 없었다. 지난 4월의 10선은 다음과 같았다.

1. <하녀>(1960) 2. <삼포 가는 길>(1975) 3. <버닝> 4. <바람 불어 좋은 날>(1980) 5. <우묵배미의 사랑>(1990) 6. <1987>(2017) 7. <살인의 추억>(2003) 8. <올드 보이>(2003) 9. <티켓>(19)8 160. <형사 Duelist>(2005)

선정 사유 중 직접적인 인용은 크게 두 군에서 했다. 한국영상자료원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www.kmdb.or.kr)와 종합 포털 다음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이다.

 

1930년대(2편)

1. 청춘의 십자로, 1934, 감독 안종화 : 현존 최고(最古) 한국영화. 구성의 짜임새 등 1938년 조선일보영화제 선정 ‘무성영화 베스트10’ 중 한 편.

2. 미몽, 1936, 양주남 : 북한 최고인민배우였던 문예봉과 애순 캐릭터의 치명적 매혹(Fatal Attraction)! 1930년대 서울 풍경이나 신여성에 대한 대중의 관점 등도 눈길.


1940년대(2편)

3. 자유만세, 1946, 최인규 : 감독의 친일 행각에도 불구, 8·15 해방 후 우리 영화의 부활을 천명한, 이른바 ‘광복 영화’의 대표작.

4. 마음의 고향, 1949, 윤용규 : 함세덕 희곡 「동승(童僧)」(1939)을 각색한 수작 문예영화. “조선연극과 영화의 새로운 악수”, “해방 후 조선영화 최고봉의 신기록을 지은 수작”….

 

1950년대(4편)

5. 피아골, 1955, 이강천 : “도식적인 반공영화가 아니라 공산주의자들 내면의 인간성의 모순과 본능을 파헤쳐 이데올로기의 허상을 심도 있게 그려낸” 걸작. 김진규 데뷔작.

6. 자유부인, 1956, 한형모 : 정비석 원작의 기념비적 멜로드라마. 김정림이 연기한 주인공 오선영의 ‘선택’은 오늘날의 눈으로도 신선.

7. 시집가는 날, 1956, 이병일 : 오영진의 동명 풍자 희극 시나리오로 빚어낸,기념비적 국산 코미디 영화. 한국영화 최초의 해외영화제 수상(제4회 아시아영화제 특별희극상)작.

8. 지옥화, 1958, 신상옥 : 매혹적인 너무나도 매혹적인, <자유부인>의 최은희 버전! 팜므파탈 쏘냐 캐릭터만으로도 엄지 척.

 

1960년대(18편)

9. 로맨스 빠빠, 1960, 신상옥 : 한국 연예사 최대 스타였던 신성일 데뷔작. 1960년대 가족 희극 영화의 전형 제시.

10. 박서방, 1960, 강대진 : 1960년대만이 아닌, 서민풍 한국산 가족 멜로드라마 대표작. 김승호, 전년도 <로맨스 빠빠>에 이어 제8회 아시아·태평양영화제 남우주연상 차지.

11. 하녀, 1960, 김기영(1) : 한국영화 100년사의 여전한 정점. 세계 영화사 역대 1위작으로 손꼽혀온 <시민케인>(오손 웰즈, 1941)의 한국 버전으로 손색없다.

12. 노다지, 1961, 정창화 : 미국에 찰리 채플린의 <황금광 시대>(The Gold Rush)가 있다면, 우리에겐 이 걸작이 있다! 거장 정창화의 저평가된, 숨은 보

13. 마부, 1961, 강대진 : 1961년 제11회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수상작. 한국 영화사의 영원한 아버지 김승호의 열연이 돋보이는, 서민형 걸작 휴먼 드라마.

14.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1961, 신상옥 : ‘신상옥 월드’의 어떤 정점. 주요섭의 동명 단편소설을 옮긴 한국 문예영화의 대표작. 여성과 어머니 ‘사이’를 감동적으로 구현.

15. 연산군, 1962, 신상옥 : 감독은 영화를 증오했다지만, 우리에게는 기념비적 사극 영화. “한국영화의 남성 아이콘” 신영균의 출세작.

16. 오발탄, 1961, 유현목 : 한국영화 모더니즘에 김기영의 <하녀>가 있다면, 리얼리즘에는 이 영화가 있다. 늘 <하녀>와 쌍벽을 이루는 한국영화 100년사의 으뜸 걸작.

17. 혈맥, 1963, 김수용 : 김기영, 유현목, 신상옥, 임권택 등에 가려 저평가돼온 노장 김수용의 걸작 휴먼 드라마. <오발탄>의 김수용 버전.

18. 맨발의 청춘, 1964, 김기덕 : <진흙 속의 순정(泥だらけの純情)> 표절 혐의에도, 한국영화 100년사의 대표 청춘영화. 그 모던함에 갈채를!

19. 마의 계단, 1964, 이만희 : 알프레드 히치콕과 이치가와 곤을 연상시키는, <하녀>의 이만희 버전. 감독의 플롯 구축과 장르 세공력 등에 감탄이 절로.

20. 남과 북, 1965, 김기덕 : 우리에게도 일찍이 이런 영화가 있었다! 여느 통속적 반공영화들과는 달리, 수준급 연출력으로, 북한군 장교를 한국군 장교 못잖게 인간적으로 그리다.

21. 갯마을, 1965, 김수용 : 김수용 필모그래피의 최고봉이자 문예영화의 최으뜸 대표작. 문예영화로 흥행에 성공, 그 장르 아닌 장르의 향후 진로에 결정적 영향.

22. 초우, 1966, 정진우 : <맨발의 청춘>과 함께, 1960년대 청춘영화의 대표작. 문희, 스타덤에 등극하며 윤정희, 남정임과 ‘트로이카 시대’ 구축.

23. 안개, 1967, 김수용 : ‘감수성의 혁명’ 등으로 극찬 받은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극화한, 한국 모더니즘 영화의 대표작.

24. 미워도 다시 한 번, 1968, 정소영 : ‘신파’, ‘최루성 멜로’ 등의 폄하성 비판에도, 한국영화사 100년사를 멋지게 관통한 딱 한 편의 가족 멜로드라마.

25. 장군의 수염, 1968, 이성구 : <하녀> <마의 계단> <안개> 등과 나란히, 1960년대 한국영화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수작. 이어령 원작, 김승옥 각색.

26. 휴일, 1968, 이만희 : 검열로 당대 개봉되지 못한, “시대를 초월한 모던 시네마의 진경”(허문영). 2005년 한국영상자료원을 통해 공개.

 

1970년대(9편)

27. 화녀, 1971, 김기영 : <하녀>의 창의적 리메이크작. 윤여정, 대종상 부일영화상 신인상, 청룡상 시체스영화제 여우주연상 등을 휩쓸다 . 2019-28. 화분, 1972, 하길종 : 하길종의 데뷔작. “텍스트-작가-비평담론-해석 네트워크 사이의 갈등과 협상을 가장 역동적으로 보여주는 부정합의 텍스트”(박진형).

29. 별들의 고향, 1974, 이장호 : 영원한 영화청년 이장호의 출세작이자, 한국멜로 영화의 어떤 변곡점.

30. 바보들의 행진, 1975, 하길종 : 하길종 감독의 대표작. 1970년대 대한민국 청춘에 관한 역사적 초상화.

31. 영자의 전성시대, 1975, 김호선 : 지금은 거의 잊힌 감독 김호선의 역량이 빛났던, 걸작 사회성 멜로 영화.

32. 삼포 가는 길, 1975, 이만희(3) : 황석영의 동명 단편을 토대로 빚어진, 한국영화 리얼리즘 및 한국적 로드무비의 진정한 최고봉.

33. 겨울여자, 1977, 김호선 : 치명적 매혹의 이화 캐릭터와 장미희! 후배 이장호는 건재하거늘, 선배 김호선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34. 이어도, 1977, 김기영 : 김기영이 아니었다면 탄생 불가능했을, 그로테스크 괴작. “난해함을 넘어서는 압도적인 감각의 왕국. 한국영화의 심연.”(김형석)

35. 족보, 1979, 임권택 : 임권택, 다작 감독에서 작가로 재탄생하다. 감독의 전작(全作) 중 “제일 심하게 외면 받은 영화.” “반응이고 뭐고 아예 없었으니.”(임권택)


1980년대(14편)

36. 최후의 증인, 1980, 이두용 : 2005년, 4분이 사라진 154분으로 복원된 이두용의 걸작. 우리 민족만이 갖고 있는 아픔을 주제로, 감독 생각대로 만든 유일한 영화, 라고.

37. 바람불어 좋은 날, 1980, 이장호(5) : 1980년대 이후의 한국영화사를 결정지은 터닝 포인트이자 ‘이장호 영화 세계’의 새 출발.

38. 만다라, 1981, 임권택 : 김성동의 동명 “원작을 읽으면서 죽어도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임권택 필모그래피의 ‘진짜’ 새 출발.

39.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1981, 이원세 : <바람불어 좋은 날>의 이원세 버전. 한국영화의 암흑기에 사회적 환부에 메스를 가하다.

40. 꼬방동네 사람들, 1982, 배창호 : <바람불어 좋은 날>의 배창호 버전. 대종상, 영평상 등을 거머쥔 파란의 데뷔작.

41. 짝코, 1980/1983, 임권택 : 외양은 국책 반공영화였으나 사실은 문제적 ‘분단 영화’.

42. 적도의 꽃, 1983, 배창호 : 흥행 감독 배창호의 탄생을 알린, 1983년 한국 영화박스오피스 1위작. 영화에서의 관음증을 감각적으로 극화.

43. 바보선언, 1984, 이장호 : 한국영화 100년사의 가장 일탈적 실험? 영화문법을 깡그리 무시했다는 감독의 연출 의도에 반해, 역사적 문제작으로 비상.

44. 깊고 푸른 밤, 1985, 배창호 : 효과 만점의 미국 로스앤젤레스 로케이션, 한국사회에 팽배했던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 안성기-장미희의 환상적 ‘케미’….

45. 길소뜸, 1986, 임권택 : 이산과 분단이라는 뜨거운 소재를, 냉정한 현실인식과 사실적인 눈으로 그리다.

46. 티켓, 1986, 임권택(9) : 임권택 전작 중 내 최고작. 1987년 제7회 영평상최우수작품상, 감독상 등을 거머쥐다.

47.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1988, 이장호 : 이장호 특유의 실험적 영상 미학, 화려한 테크닉, 그 잊을 수 없는 몽환성….

48. 칠수와 만수, 1988, 박광수 : 동명의 인기 연극을 영화화한 박광수 감독의 데뷔작. 소위 ‘코리안 뉴웨이브’의 도래 천명.

49.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1989, 배용균 : “초대형 신인 감독의 출현, <시민 케인>의 오손 웰즈 이래의 쾌거”(요모다 이누히코)? 믿거나 말거나.


1990년대(16편)

50. 남부군, 1990, 정지영 : <피아골>의 정지영 버전. <블랙 머니>(2019)로까지 이어지는 감독의 뚝심 어린 사회·역사의식.

51. 우묵배미의 사랑, 1990, 장선우(8) : 한국적 서민 정서를 실감 가득 형상화한, 대표적 영화 사례. 한국영화 캐릭터의 탄생, 일도(박중훈 분).

52. 결혼 이야기, 1992, 김의석 : 한국영화의 세대교체를 알린, 기념비적 한국형 ‘기획 영화’.

53. 하얀전쟁, 1992, 정지영 : 정지영, <남부군>의 빨치산에서 베트남 전쟁으로 뛰어들다. “국군을 용병과 같은 존재로 그”리며, 그 비운의 전쟁에 대해 반성하다.

54. 서편제, 1993, 임권택 : 한국적 한(恨)의 영화적 구현! 임권택 전작의 최고봉으로 평해진다. 한국영화 사상 최초 1백만(서울 기준) 선 돌파. 김수철의 음악도 압권.

55. 삼공일 삼공이(301, 302), 1995, 박철수 : 여성을 향한 남다른 관찰·실천을 시도했던 박철수 감독의 으뜸 대표작.

56. 은행나무침대, 1996, 강제규 : (고)장국영, 왕조현 주연의 걸작 ‘천녀유혼’(정소동·1987)의 한국판. SF 기운 물씬 풍기는, 기념비적 국산 역사 판타지 멜로드라마.

57.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1996, 홍상수 : <은행나무침대>, <악어>(김기덕)와 함께 1996년을 한국영화사의 아주 특별한 해로 비상시킨 ‘홍상수 월드’의 출발점.

58. 초록물고기, 1997, 이창동 : 문학에서 영화로 ‘전향’한 늦깎이 신예 이창동의 출현. 막동 캐릭터와 한석규 연기는 ‘투 썸즈 업’w(To Thumbs Up)!

59. 넘버 3, 1997, 송능한 : 인간의 얼굴을 한, 기념비적 국산 조폭 코미디. 송강호의 발견, 으로도 역사적!

60. 접속, 1997, 장윤현 : <미워도 다시 한 번>으로 대변되던 한국 멜로 영화의 재탄생. <별들의 고향>에 이어 한국 OST의 새 장도 열다.

61. 8월의 크리스마스, 1998, 허진호 : <접속>을 넘어, 한국 멜로 영화 수준의 업그레이드. 한석규-심은하의 ‘케미’만으로도 압도적.

62. 아름다운 시절, 1998, 이광모 : 클로즈업 매체로서 영화를 해체시킨, 아름다운 롱 숏·롱 테이크 미학.

63. 쉬리, 1999, 강제규 : 이 땅의 대중관객에게 할리우드 영화 못잖은 자부심을 선사한, 역사적 한국형 블록버스터. 한국영화산업은 ‘쉬리 이전’과 ‘쉬리 이후’로 나뉜다.

64. 인정사정 볼 것 없다, 1999, 이명세 : 페이소스 가득한, 이명세 표 휴먼 액션 수작.

65. 해피 엔드, 1999, 정지우 : <색, 계>의 정지우 버전? 전도연이 이 나라 21세기 최고 여배우로 꼽힐 수 있는 바로 그 이유.

 

2000년대(23편)

66. 박하사탕, 2000, 이창동 : <초록 물고기>에 이은 이창동의 영화적 진화. 국가폭력으로 인한 개인의 비극·파멸을 실험적 플롯으로 제시.

67. 반칙왕, 2000, 김지운 : 국산 코미디 영화의 어떤 개가. <쉬리>로 적잖이 흔들렸던 배우 송강호의 재탄생.

68. 공동경비구역 JSA, 2000, 박찬욱 : <남과 북>의 박찬욱 버전. 박상연의 장편소설 『DMZ』(1996)를 영화화하다.

69. 번지점프를 하다, 2001, 김대승 : <은행나무침대>의 현대적 변형? 첫 만남 이후 함께 살아오고 있는, 너무나도 애틋한 러브 스토리. 이병헌의 발견!

70. 파이란, 2001, 송해성 : 20세기에 <8월의 크리스마스>가 있었다면, 21세기엔 이 영화가 있다. 최민식의 크고 깊은 연기 스펙트럼을 새삼 확인시켜주다.

71. 엽기적인 그녀, 2001, 곽재용 : 전지현의, 전지현에 의한, 전지현을 위한! 영화를 넘어 ‘엽기’ 신드롬까지 일으킨, 21세기 대표 청춘영화.

72. 복수는 나의 것, 2002, 박찬욱 : ‘박찬욱 월드’의 최고봉. <올드 보이> 이전에 이 걸작이 있었다.

73. 오아시스, 2002, 이창동 :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의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에 비견될, 한국영화사의 도발적 러브 스토리 .

74. 지구를 지켜라, 2003, 장준환 : 장준환의 등장! 기발한 상상력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독보적 B급 작가 영화.

75. 살인의 추억, 2003, 봉준호(6) : <바람 불어 좋은 날>의 ‘봉준호 버전’. 1990년대 이후 한국영화사는 이 영화를 기점으로 나뉜다.

76. 황산벌, 2003, 이준익 : 1960년대를 풍미했던 역사영화 부활의 결정적 계기! 이 영화가 아니었다면, <왕의 남자>도, 그 이후의 사극 열기도 없었을 터.

77. 올드보이, 2003, 박찬욱(7) : <기생충> 이전까지만 해도, ‘코리안 시네마’는 <올드 보이> 그 이전과 그 이후로 나뉘었다.

78. 실미도, 2003, 강우석 : 19편에 달하는 국산 천만 영화 그 1호. 한국영화사 최강 플롯!

79. 태극기 휘날리며, 2004, 강제규 : 국산 천만 영화 제2호. 강우석-강제규 ‘양강 구도’를 확립, 한국영화산업의 견인차 역할을 하다.

80. 빈집, 2004, 김기덕 : 저예산에도 최고 완성도를 구현한, 김기덕 전작 중최고작.

81. 달콤한 인생, 2005, 김지운 : 누아르·액션 영화의 외피를 입고 있으나, 실은 치명적 러브 스토리. 이병헌의 재탄생!

82. 형사 Duelist, 2005, 이명세(10) : ‘매혹(Attraction/s)으로서 영화’의 기념비적 진수. 이명세 월드의 극 지향점이기도.

83. 왕의 남자, 2005, 이준익 : 국산 천만 영화 3호. 이야기, 시·청각 등 영화의 전 층위에서 최상의 경지를 구현. 동성애 담론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리다.

84. 망종, 2006, 장률 : 영화 미니멀리즘의 어떤 경지. 그 ‘가난함’으로, 감독의 문제의식이 더 빛나는 흔치 않은 사례.

85. 가족의 탄생, 2006, 김태용 : 가족의 의미를 곱씹게 하는, 국산 가족 드라마의 최고봉. 혈연은 더 이상 가족의 절대 상수가 아닌!

86. 비열한 거리, 2006, 유하 : <말죽거리 잔혹사>로 출발한, 감독의 두 번째 폭력성 탐구. 조폭 세계를 미화하지도 도덕적으로 심판하지도 않는다.

87 추격자, 2008, 나홍진 : 감독을 둘러싼 숱한 잡음에도 불구, 영화적 만듦새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21세기 한국영화사의 주목할 만한 데뷔작.

88. 영화는 영화다, 2008, 장훈 : 지독하면서도 페이소스 짙은, 국산 액션 영화의 어떤 수준. 그해 한국 영평상 신인감독상은 이 영화의 몫이었다.

 

2010년대(12편)

89. 시, 2010, 이창동 : 모든 면에서, 최상 수준의 휴먼 드라마. 윤정희 여사의 최고작으로도 손색없는.

90. 고지전, 2011, 장훈 : 미국에 거장 테렌스 맬릭의 <씬 레드 라인>(1998)이 있다면, 우리에겐 이 걸작이 있다. 더 이상 인간적일 수 없는, 전쟁 휴먼 드라마.

91. 완득이, 2011, 이한 : 영화는 영화다. 하지만 어떤 영화는, 영화를 넘어 일반 사회를 향해 나아간다. ‘공론장(Public Sphere)으로써 영화’의 대표 사례 중 하나.

92. 변호인, 2013, 양우석 : 굳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인공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하지만 송우석 같은 의인은, 가능하면 자주 보고 싶다.

93. 명량, 2014, 김한민 : 드라마와 스펙터클의 완벽한 융합! <태극기 휘날리며>의 사극 버전.

94. 베테랑, 2015, 류승완 : 시대적 의미를 오락적 감흥으로 풀어낸, 대중 영화의 어떤 정점.

95. 동주, 2016, 이준익 : 저예산으로 창출해낸 ‘윤동주 신드롬’. 강하늘과 박정민의 발견! 주제곡 ‘자화상’도 큰 주목감.

96. 택시운전사, 2017, 장훈 : <화려한 휴가>를 넘어, 5·18민주화운동이 광주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현대사의 비극이란 사실을 각인시키다.

97. 1987, 2017, 장준환 : 거대 사회사와 미시적 개인사를 영화 미학·예술적으로 거의 완벽히 조화·구현.

98. 버닝, 2018, 이창동(4) : 무라카미 하루키에서 출발해 윌리엄 포크너로 나아가는, 이창동만의 영화적인 너무나도 영화적인, 역사적 모험.

99. 생일, 2019, 이종언 : ‘세월호’란 고유명사를 단 한 번도 동원하지 않으면서, 최선의 ‘애도’를 구현·표현한, 기적의 영화.

100. 기생충, 2019, 봉준호(2) : 가족 희비극을 넘어,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역대급 완성도의 세계 영화사적 걸작. 그러니 칸 황금종려상을 거머쥘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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