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게 시나리오 쓰기 1] 재미있게 시나리오 쓰기
[재미있게 시나리오 쓰기 1] 재미있게 시나리오 쓰기
  • 이무영(영화감독)
  • 승인 2020.02.06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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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연재를 시작하며

시나리오를 쓰는 건 참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무려 35편 정도의 장편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렵다.

다 마친 후에 작가 스스로 만족하고, 제작자나 감독까지 설득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쓴다는 건 일단 축복이다. 하지만 이렇게 박수를 받으며 출생한 시나리오도 극장에서 관객에게 외면당하기 부지기수다. 이 정도면 시나리오 쓰기는 축복이기보다는 저주로 끝날 가능성이 십중팔구인 셈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나리오 쓰기는 여전히 떨칠 수 없는 엄청난 매혹이다. 왜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시나리오 쓰기가 창조적인 작업이기 때문이다. 창세기 1장 31절은 천지창조를 완성한 신의 감회를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하나님이 지으신 그 모든 것을 보시니 심히 좋았더라!”

물론 시나리오 한 편을 천지창조에 비교하는 건 크나큰 불경일 수 있다. 하지만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다는 면에서만큼은 충분히 유사성을 주장할 수 있다.

마치 신이 6일 동안 정성스럽게 세상을 만들었듯 작가도 온 정성을 다해 시나리오를 써야 한다. 마지막 씬 끝에 마침표를 찍고 ‘끝’이라고 쓰는 순간의 희열을 위해 작가는 기나긴 시간 동안 어마어마한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마치 산모가 그렇듯 말이다.

반 고흐는 평생 가난 속에 고통 받으면서도 엄청난 양의 그림을 그렸다. 정신질환이 심해진 말년에 그린 작품 수는 오히려 그 전보다 더 많았다. 그렇다면 왜 그는 한 점도 팔지 못하는 그림을 계속 그렸을까?

그건 당연히 샘솟는 창작의 욕구 때문이다. 이런 욕구는 모든 예술과 문학의 원동력이며 밑거름이다. 시나리오 작가는 주체할 수 없는 창작의 욕구로 무장돼 있어야 한다.

물론 의욕만으로 훌륭한 시나리오 작가가 되는 건 아니다. 당연히 배움의 과정과 여러 차례의 쓰라린 실패를 통해 마침내 작가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

그렇다면 훌륭한 작가가 되기 위해 시작단계에서 갖춰야 할 태도는 무엇일까?

 

첫째, 두려움을 버려야 한다.

두려움은 모든 창작의 적이다. 그 어떤 시나리오 작가도 데뷔하기 전엔 경험부족으로 크고 작은 어려움들을 겪는다. 혼자만 모자란 게 아니니 괘념치 말란 얘기다. 성실하다면 여러 차례 난관에 부딪치는 경험을 통해 나날이 성장하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자신의 인생영화를 뽑아 시나리오를 베껴보아라.

시나리오 작법에 관한 책을 읽는 것만큼이나 좋은 방법이다. 영화를 보며 대사와 지문 등을 옮겨 적는 것이다. 더 나아가 액션과 상황, 장소 등도 적어보아라.

이런 연습의 반복은 분명 큰 도움이 된다. 등장인물들의 감정 등이 더 쉽게 이해가 되고, 또 영화가 어떤 의미를 전하려는지 등이 명확해진다. 다 마치고나서 영화와 비교해보면 어떤 커다란 깨우침을 얻을 것이다.

 

셋째, 닥치는 대로 읽고, 보고, 들어라!

시나리오의 영감을 얻기 위해선 독서가 필수다. 특히 단편소설이 좋다. 다른 영화나 미술, 음악 등에서도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술자리 등에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타인들과의 대화에서 시나리오의 아이디어가 쏟아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마지막으로, 메모하라!

경험이 풍부한 작가가 순간적으로 아이디어를 뇌의 창고에 효과적으로 저장하는데 반해 아마추어는 그렇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새로운 아이디어와 맞닥뜨리면 무조건 기록해놔야 한다. 언제 그것들이 황금과 다이아몬드로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모든 영화 시나리오는 흥미롭고, 동시에 어떤 특별한 의미를 갖춰야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을 흥미의 도가니로 몰아넣어야 하고, 끝난 후엔 새로운 깨우침을 그들 마음에 심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 시나리오 작가가 내세우는 대표선수는 당연히 주인공이다. 작가는 주인공의 확고한 목표를 설정함과 동시에 그가 그걸 쟁취하기 위해 애쓰는 삶의 여정을 보여준다. 클라이맥스에서 주인공은 목표달성에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살 수도, 죽을 수도 있다.

이번 연재는 작가가 어떻게 성공적으로 주인공의 목표를 설정하고, 효과적으로 그의 여정을 클라이맥스까지 이르게 할지, 그 방법을 알려주려 한다.

영화 속 주인공이 간절히 자신의 목표가 이뤄지기 바라듯 필자도 연재의 목표가 바람대로 이뤄지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 《쿨투라》 2020년 1월호(통권 67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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