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Theme] '청춘' 시와 노래 '서른 즈음에'
[3월 Theme] '청춘' 시와 노래 '서른 즈음에'
  • 손정순(시인)
  • 승인 2020.02.28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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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juventud)」은 이탈리아의 작은 섬으로 망명 온 시인 네루다와 우편배달부 마리오의 우정을 담은 영화 <일 포스티노 Il postino, The Postman>(마이클 래드포드 감독, 1994)로 일반 대중들에게도 잘 알려진 파블로 네루다의 시이다. 1950년 발간한 『Canto General』에 수록된 이 시의 제목을 정현종 시인은 ‘젊음’(『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 민음사, 1989)으로 옮겼다. 파블로 네루다는 “빗속에서 뒤집어엎은 램프처럼 / 탁탁 튀며 타오르는” 청춘의 한순간을, 사랑을, 아름다움을 시의 행간에 담았다. 그 짧은 찰나의 청춘은, “숨겨진 창에서 바라본 / 야생 초록” 같은 나의 젊음은, 의식하지 못한 순간에도 쨍하게 빛났다. 그리고 내게도 시가 찾아왔다.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시가 /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파블로 네루다 「詩」) 그때가 스무 살이었다.

 ‘청춘’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노래는 바로 버티고Vertigo 같은 故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가 아닐까? 김광석이 대구 대봉동 방천시장 길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래시장 중 하나로 손꼽혔던 방천시장에 젊은 작가들이 모여 예술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김광석 벽화와 조형들이 더해져 그의 이름을 딴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이 탄생했다.
수성교부터 대봉교까지 이어진 김광석의 벽화를 따라 작은 스피커에서는 낯익은 그의 음악, 그의 목소리가 흐른다. <이등병의 편지>를 매단 아트숍, 카페, 떡집, 추억의 불량식품 가게, 1년 뒤 우편물을 받을 수 있는 우체통 등 김광석 거리는 김광석의 음악과 함께 추억이 있는 하나의 청춘문화로 자리 잡았다.
그의 <서른 즈음에>가 울려퍼지자 그의 공연을 마주하듯 아직도 울컥한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내 안의 어떤 시간도, 하루도, 청춘도, 사랑도 점점 더 멀어져 간다. 익숙한 시간과의 결별이 소중한 生을 상실한 것처럼 아리고 슬프다. 서른셋을 채 살지 못하고 떠난, 이 시퍼렇게 젊은 청춘의 가수는 그의 노래처럼 자신의 삶 또한 멀어져 가는 것을 체감했을까? 늘 서른 청춘으로 마주하는 그가 미치도록 그립다.

 

 

* 《쿨투라》 2020년 3월호(통권 69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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