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남산의 부장들] 세대를 뛰어넘어 한국 근현대사의 순간에 대해 이야기하다
[movie 남산의 부장들] 세대를 뛰어넘어 한국 근현대사의 순간에 대해 이야기하다
  • 쿨투라 cultura
  • 승인 2020.03.10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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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민호 감독의 남산의 부장들
ⓒ쇼박스

 우민호 감독의 <남산의 부장들>이 1월 28일 현재 누적 관객 322만6천90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으로 집계되었다. 이 영화는 설 연휴(24~27일) 기간 263만3천476명을 동원하며 나흘 내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김충식 교수의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영화로 만든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제2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이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간의 행적을 그렸다 .

 지난 20일 개봉을 앞둔 VIP 시사회에서 우민호 감독의 절제된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가 이미 호평을 받아 흥행을 예고했다.

 전통적으로 설 연휴에는 코미디 영화가 강세였으나, 이번에는 2015년 개봉한 <내부자들>을 함께했던 우민호 감독과 이병헌의 재회로 화제를 모았던 한국영화 <남산의 부장들>이 그 공식을 깬 것이다. 이처럼 <남산의 부장들>이 흥행 주자로서 활약 중인 이유는 무엇보다 논픽션 베스트셀러로 사랑 받은 원작 『남산의 부장들』을 중립적으로 옮긴 연출 시각, 배우들의 인생 열연, 그리고 한국-미국-프랑스를 오가며 완성한 영화의 강렬한 미장센 등 다면적인 부분에서 호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으로 1979년을 기억하는 세대들도, 그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세대들도 함께 관람하며 가장 드라마틱했던 한국 근-현대사의 순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수 있는 영화로 주목 받게 된 것이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의 원작자 김충식 교수는 지난 1월호 본지와의 인터뷰(윤성은 인터뷰어)에서 “1961년 박정희가 정권을 잡은 후, 18년 동안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던 중앙정보부(KCIA)였지만, 아무도 그것에 관한 기사를 쓰지 못했어요. 그 시절 KCIA는 곧 법 같은 존재라 직접 데려다 가두고, 고문도 하고, 누명을 씌워서 한 개인을 파멸로 이끌기도 했기 때문에 무서웠으니까. 심지어 이름이 ‘국가안전기획부’(NSP)로 바뀌고 나서도 10년 동안 KCIA에 대해 쓴 사람은 없었죠. 그런데 1987년 선거에서 노태우가 당선되면서 민주화니 보통 사람의 시대니 떠들기에 KCIA에 대해 쓰자고 건의했죠. 처음에는 묵살당했는데 마침 김중배 편집 국장이 부임을 해서 금기가 어딨냐 못 쓸게 뭐냐고 채택을 하더라구요.”라며 처음 『남산의 부장들』이라는 연재를 시작하게 되신 계기와 김중배 국장이 “김충식이 언론사에 없던 이정표를 하나 세우는 거다, 네 말대로 이렇게 중요한 기관에 대해서 수십 년간 아무도 안 썼다면 그건 기자들의 직무유기다”라고 했다고 밝혔다.

 또한 김충식 교수는 “진보와 보수의 프레임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자꾸 이분법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해요. 미세먼지도 그렇고 탈원전, 미·중 무역분쟁, 청년실업 등은 진보, 보수의 논리로 해 결할 수는 없는 문제죠. 확증편향에 사로잡히지말고, 수많은 전문가들과 개방된 지식을 통해서 함께 해결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충식 교수는 1977년 고려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 기자로 30년간 일했으며, 주로 정치부에서 국회, 정당, 청와대, 외무부를 출입했다. 현장 기자로서 금단의 성역이었던 중앙정보부, 즉 KCIA(KOREA CENTRAL INTELLIGENCE AGENCY)를 심층 해부해 보려는 열망에 불타, 1990년 김중배 편집국장(나중에 한겨레신문 사장, MBC사장)에게 건의하였다.

 그렇게 시작된 『남산의 부장들』은 압력과 회유 협박 속에서 장장 2년 2개월 동안 연재되어, 장안의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저자는 전두환과 노태우 대위가 1963년 친위쿠데타를 시도했다는 증빙인 수사기록을 최초로 발굴, 폭로함으로써 구속위기에 몰리기도했다. 그렇게 파헤친 박정희 정권 18년 동안 남산(중앙정보부)이 벌인 정치공작과 비화·비사는 단행본으로 출간돼 한일 양국에서 52만 부가 팔리는 대반향을 몰고 왔다. 저널리스트의 논픽션 저술로 최대의 베스트셀러 기록을 가진 이 책의 개정 증보판은 2012년의 시점에서 대폭 가필 손질하고 170여 명이 넘는 주요 인사들의 프로필을 추가한 게 특징이다.

 

 

* 《쿨투라》 2020년 2월호(통권 68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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