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rt] 클래식, 틀을 깨고 또 만드는 끊임없는 도전의 선율 바이올리니스트 김유은
[K-Art] 클래식, 틀을 깨고 또 만드는 끊임없는 도전의 선율 바이올리니스트 김유은
  • 김준철(시인, 본지 미주 지사장)
  • 승인 2020.03.1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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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는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바이올리니스트 김유은 씨를 만났다. 그녀는 7년 전 즈음에 서울대에서 학사, 석사를 끝낸 뒤 비교적 늦은 시기에 미국으로의 유학을 결심하고 캘리포니아에 있는 USC로 바이올린 유학을 오게 되었고 대학원 과정을 졸업했다. 그리고 현재 ‘데리리움 무지쿰(Delirium Musicum)’이라는 팀으로 미국에서 활발한 음악활동을 해오고 있다. 그녀를 만나 그녀의 음악활동과 미국 생활에 대해 들어보기로 했다.

Delirium Musicum 2020

 준 우연한 인연으로 이렇게 귀한 인터뷰를 하게 되어 너무 감사합니다.

  지인을 통해 익히 들었던 〈쿨투라〉와 인터뷰 하게 되어 감사합니다.

  제가 음악 쪽으로는 많이 문외한이라 인터뷰를 시작하며 많이 걱정이 되네요.

  별말씀을요. 다른 예술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단지 접하실 기회가 많지 않아서 그런 거죠.

  어쨌든 이해해주리라 믿고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유학을 결심하시고 오신 것 같은데요?

  네. 일반적으로 대학 초·중반에 유학을 많이 가게 되는데 저 같은 경우는 서울대에서 학사, 석사를 모두 마치고 오게 되었습니다. 제가 음악적으로 깊이 영향을 받은 미도리 교수님이 이곳 USC에서 강의하시는 것을 알고 아무 생각 없이 달려온 것 같아요.

  벌써 제 무지함이 들어나는군요. 미도리 교수님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시겠습니까?

  그녀에 대해 설명을 하면 끝도 없겠지만, 간단히 말씀드리면 한국의 사라 장과 더불어 현재 세계적인 여성 바이올리니스트입니다. 17세의 나이에 이미 안네 소피부터 정경화, 빅토리아 뮬로바, 손넨버그 등과 함께 5대 여성 바이올리니스트로 선정되었던 분이시죠.

  존경하고 우러러보던 누군가를 따라 늦은 나이에 유학을 결심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그리고 사실 클래식 음악의 길이 실험적이거나 모험적인 시도와는 조금 안 어울릴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요.

  하하하…… 저 같은 사람이 의외로 많을 수도 있죠. 하지만 일반적으로 클래식은 고지식하고 상당히 폐쇄적입니다. 그리고 조심스럽지만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다른 예술보다는 안정된 예술인의 길을 걷기도 하구요, 또 그래서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쩌면 그런 환경이 저를 이곳으로 오게 했는지도 모르죠.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주시겠어요?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이쪽 분야의 길이라는게, 오케스트라에 들어가든가 혹은 티칭을 하게 되는거죠. 그래서 전 남들과 다른 길을 가보고 싶었어요.

  연주자와 음악가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셨다는 말씀인 것 같은데요.

  네, 실전적인 음악가의 길을 찾아보고 싶었다고 할까요? 현재 활동 중인 ‘데리리움 무지쿰(Delirium Musicum)’이 그런 제 현재 바람에 맞는 오케스트라라고 할 수 있어요.

  조금 이른 감은 있지만 말 나온 김에 데리리움 무지쿰에 대해 소개해주시겠어요? 제가 알기로는 음악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며 상당히 창의적이고 독특한 기획으로 미주에서 주목받는 챔버 앙상블이라고 하던데요. 창단멤버로 활동하고 계시죠?

  데리리움 무지쿰은 정신과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구성한 동호적인 개념의 민주적 오케스트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USC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프로그램은 바로크에서 현대음악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클래식적 실험무대를 추구한다고 할 수 있죠.

  클래식적 실험무대라는 말이 상당히 흥미롭게 들리는군요. 데리리움 무지쿰으로 활동하신지는 얼마나 되셨죠?

  현재 2년 정도 되었어요. 15명 내외의 팀이 여러 단위로 공연을 이어가고 있어요. 짧은 기간이지만 이미 많은 곳에서 저희 공연이 이미 자리를 잘 잡아가고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협연, 앙상블 외에도 개인적으로도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아는데요. 〈쿨투라〉 독자 분들이 김유은 씨에 대해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얼마 전에 유투브를 시작하면서 쇼팽의 ‘녹턴’에서 영감을 받아서 피아노로 쓰여진 곡을 바이올린으로 편곡하여 연주한 영상을 올렸는데, 그 영상이 어느 날 갑자기 400만 뷰를 돌파했어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현재 그의 22곡을 하나하나 연주하여 올리는 ‘쇼팽 프로젝트’ 작업을 하고 있어요. 또한 가야금과의 협연이나 기타리스트와 투어를 미주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상당히 반응이 좋은 것 같아서 기쁩니다.

  굉장한데요. 이제 곧 뵙기도 어려운 분이 될 것 같아서 오늘 만남이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

  정말 그렇게 되면 너무 좋겠네요. 하하하.

  김유은 씨에게 바이올린은 어떤 의미일까요? 혹은 음악을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될까요?

  음…… 일단 음악을 한다는 건 끝없는 회의의 연속성을 부수는 작업이 아닌가 싶어요. 예술적 음악의 회의, 연주자로서의 노력의 무의미성에 대해서…….

  즉, 보편적 음악과 음악가로서 높은 수준의 연주 사이에서 만나는 현실적 벽의 견고함을 실감하신 것이라고 느껴지네요. 그럼 바이올린은 어떤가요?

  일단 그런 의미에서 바이올린은 저에게 그런 벽을 부수는 망치이자 저를 지키는 무기라고 할 수 있겠죠. 어린 시절에는 바이올린은 그냥 제 전부라고 여겼었죠. 하지만 지금은 세상과 나를 연결하는 도구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유일한 도구는 아닌 것 같아요.

  왜 그런 생각을 하시게 되었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예전에 호스피스 병동에서 연주하는 봉사를 자주 했었어요. 그 당시에 제 공연을 보시며 반응도 제대로 못 하시는 분도 계셨고 공연 도중에 돌아가신 분도 계셨었어요. 단 한 번도 클래식을 못 들어본 분들도 상당히 많았구요. 그런 분들과의 마지막 소통을 한 것이죠. 그때의 제가 느낀 소통의 감동은 그 어떤 다른 공연에서 느낀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큰 것이었어요. 그게 아마도 제가 지금까지 음악을 하고 있는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많이 해요.

  그렇겠네요. 물론 많은 관객 앞에서 근사하고 화려한 모습으로 박수를 받으며 연주하는 것도 멋진 일이지만 김유은 씨가 말씀하신 것처럼, 한 사람의 생을 통틀어 첫 경험과 첫 감동의 교류를 전하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일 것 같습니다. 자, 그럼 분위기를 조금 바꿔서 미국 유학에서의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유학생활은 어떠셨어요?

  물론 쉽지 않았죠. 아니, 상당히 힘들고 어려웠어요. 그런데 저는 새로운 문화와의 교류가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저는 제 음악의 곳곳에 그런 새로운 시도나 새로운 만남이 주는 영감이 녹아들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미국에서 만나는 현지 친구들에게 오히려 다른 나라로의 여행을 적극 추천하고 있어요.

  그렇죠, 다양한 인종과 사회 속에서 시야가 넓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물론 그만큼 적극적이고 예민한 감성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겠죠. 그리고 그것이 어쩌면 예술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는 생각도 드네요.

  맞아요, 그래서 L.A.가 그런 요소를 충분히 충족하는 도시인 것 같아요.

  유학을 오셔서 느낀 새로움은 어떤 게 있을까요?

  글쎄요. 일단 모든 것이 새롭게 다가오는데, 아무래도 이곳 사람들이 새로운 시도를 자연스럽게 받아준다는 부분이 놀랍기도 했고 반갑기도 했던 것 같아요. 즉, 여기 있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훨씬 개방적이라고 볼 수 있어요. 또한 선입견이나 인종차별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별로 느낀 점이 없어요.

  여러 예술 분야에서 이뤄지는 숱한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김유은 씨의 경우는 좀 다르네요.

  이건 주관적인 느낌에 해당하는 것이긴 합니다만……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저는 2018년부터는 고음악 연주 단체와의 공연을 시작해서 미국의 주요 고음악 단체인 American Bach Soloists 그리고 Musica Angelica Baroque Ensemble의 솔로이스트로서 초청받고 있어요. 기존 연주자가 있음에도 이런 곳에서 오래전에 사용되던 바로크 바이올린을 가지고 연주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기도 하죠. 하지만 그들은 제 인종이나 생김새로 판단하지 않고 오직 제 연주 자체만을 순수하게 바라봐 준 것이죠.

  대단하네요. 원전악기를 가지고도 기존의 많은 우수한 연주자를 이기고 무대에 서신다는 거잖아요. 부담감도 상당할 것 같은데요?

  네. 말씀드렸듯이 이곳에서는 선입견이나 인종차별 같은 것이 없지만, 연주에 대한 평가는 차갑도록 냉철하게 하니까요. 사회적, 음악적으로 새로운 모습으로써 나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은 언제나 가지고 있는 거죠. 그리고 결국 월등한 실력으로 입증해야만 하는 거구요.

피아니스트 장성과 함께
피아니스트 장성과 함께

 준 월등한 실력으로의 입증! 아마도 이게 오늘 만남의 주제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참, 2018년 미국콜로라도 국제 콩쿠르, ‘아트 오브 듀오’에서도 피아니스트 장성 씨와 2위를 수상하셔서 상당히 큰 주목을 받으신 것 같던데요. 제가 알기로는 1위가 아코디언과 피아노 듀오였고, 공동 2위였던 다른 팀이 비올라와 피아노 듀오였으니 바이올린과 피아노 듀오로는 1위였던 것 같던데요.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사실 독주 중심의 일반 콩쿠르와 다르게 개인의 기량은 물론이고 듀오의 호흡과 앙상블 능력을 동시에 평가받는 대회였기에 저에게 의미가 더욱 큰 상이었습니다.

  그럼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 게 있을까요?

  일단 데리리움 무지쿰의 일정이 계속 잡혀 있어서, 아마 한동안 더 바쁘게 공연에 집중할 것 같아요.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한국에서의 공연도 잡힐 것 같아요.

  그래요. 더 많은 새로운 시도와 새로운 모습으로 클래식의 매력을 더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많은 이들에게 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쿨투라〉 덕분에 다시금 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작곡가 Steve Reich의 Clapping Music을 연주하고 있다.박수만으로 연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작곡가 Steve Reich의 Clapping Music을 연주하고 있다.
박수만으로 연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며칠 후에, 그녀가 속한 데리리움 무지쿰이 공연하는 곳을 찾았다. 그들을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지인이 자신의 저택을 공연장으로 빌려주고 있는 곳이었다. 넓은 거실에 공연 무대가 준비되었고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간단한 다과와 와인을 즐기며 인사를 나누고 있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공연이 시작되었다.

 처음 경험하는 연주 공연이었다. 자유로우며 즐겁고 깊고 진지했다. 들어 본 적이 있던 곡들은 새롭게 느껴졌고 처음 들어 본 곡들은 친근하게 다가왔다. 또한 클래식 연주에서 밝고 활발한 운동성을 느낀 것 역시 처음이었다. “한번 와보시면 아실 거에요”라고 했던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김유은, 그녀는 틀을 깨고 또 만드는 일을 끊임없이 이어간다. 그것은 예술가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자 조건이 아닐까. 주어진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적응하지만 변화하고 또 전파하는 그녀의 연주는 그렇게 성장과 완성과 변화를 계속할 것 같다.

웹사이트: www.yueunkim.com
유튜브 채널: www.youtube.com/yueunkimviolinist
데리리움 무지쿰 앙상블 주소: www.deliriummusicum.com

 

 

* 《쿨투라》 2020년 2월호(통권 68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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