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쿨투라 신인상] 당선작 발표 및 심사평
[제14회 쿨투라 신인상] 당선작 발표 및 심사평
  • 쿨투라 cultura
  • 승인 2020.04.0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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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대한 경험적 구체의 양상들

제14회 신인상 당선작 발표

시 부 문
칡의 길 외 2편 김정희

음 악 평 론 부 문
고뇌와 열정으로 탄생한 음악적 환희 김지영

문 학 평 론 부 문
타자를 환대하기 위한 문학적 파토스 김경훈

심 사 위 원
유성호(문학평론가), 김민정(드라마비평가), 손정순(본지 편집인)

심사평

예술에 대한 경험적 구체의 양상들

 《쿨투라》에서 2020년도 신인을 세 분 배출한다. 장르와 세대를 넘어 많은 분들이 투고해오신 이면에는, 《쿨투라》가 쌓아온 오랜 시간과 또 새롭게 변신한 면모에 대한 믿음이 크게 담겨 있었을 것이다. 매체적 위상이 한껏 높아진 《쿨투라》의 미래를 이분들이 밝혀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적 발굴과 축적이 《쿨투라》의 중요 지표들을 하나하나 만들어 가리라 생각해본다. 응모된 작품들은 주제와 필치에서 개성적 성취를 보인 경우가 많았는데, 그 가운데 심사위원들은 김정희(시), 김지영(음악평론), 김경훈(문학평론) 씨의 작품에 주목하였고, 이분들의 작품이 예술에 대한 경험적 구체의 양상을 잘 보여주는 동시에 참신성과 완성도를 아울러 갖추고 있다고 판단하여 당선작으로 결정하였다.

  김정희 씨의 시는, 최근 젊은 시인들의 언어에 줄곧 나타나고 있는 해체 지향 담론이나 의미론적 지연과는 전혀 무관한 곳에 자신의 독자적 상상력을 풀어놓고 있다. 더불어 삶에 대한 친화적 상상력에 확고한 기반을 두면서도 투박한 소재론에 머무르지 않고 짙은 삶의 페이소스를 자아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는 점도 부기할 만하다고 생각하였다. 낭떠러지에 길을 내면서 “벼랑 끝에 매달린 어둠”이 햇빛을 훔치듯이, 언어를 발견하고 또 어떤 존재의 심연에 가 닿는 역량이 느껴졌다. “바람의 침묵 후에 꽃은 왔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좋은 시를 써 가리라고 기대해본다.

  김지영 씨의 음악평론은, 파바로티와 칼라스라는 두 성악가의 인생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소개, 분석하고 있다. 오랜 교육과 훈련이 필요한 클래식 음악을 대중들에게 돌려준 두 거장의 삶과 예술은, 베르디의 오페라에서처럼, “저 타오르는 불길을 보라”라는 은유를 환기하고 있다. 그러한 두 사람의 인생 역정을 잘 보여준 이 영화들은, 낯선 클래식의 범주를 넘어, 대중에게 사랑받는 음악으로 몸을 바꾸어간 예술가들의 삶과 사랑과 죽음을 잘 담고 있다는 것이다. 단정한 문장과 대중 예술에 대한 깊은 이해가 결합하여 훌륭한 평론을 해나갈 것이라고 생각된다.

  김경훈 씨의 문학평론은, 최은영 소설집 『쇼코의 미소』에 실린 단편들을 분석하면서 작가가 ‘환멸의 정서’ 이후를 어떻게 설계하고 모형화해 가는가를 보여준다. 타자와의 소통과 연대를 통해 윤리적 테마를 역사적 사건에 투사하여 형상화해가는 작가의 역량과 방법을 우리 시대의 중요 성취로 보고 있다. 최은영 소설을 통해 새로 공동체의 부활을 지향하는 징후를 읽어내고, 타자에 대한 환대와 새로운 공동체를 위한 문학적 가능성을 발견해낸 우수한 평론이라고 할 수 있다. 치밀한 분석력과 안정된 문장이 비평적 지평을 넓혀갈 자산이 되리라고 생각된다.

  세 분 모두 오래도록 쌓아온 시간의 깊이를 보여준 사례라 생각되었고, 작품을 써가는 역량과 가능성에서 기대를 모은다고 할 수 있겠다. 《쿨투라》가 선정한 이러한 선택이 우리 문화예술의 폭을 넓히는 데 크게 기여하기를 바란다. 세 분은 저마다 고유한 필력을 자산으로 삼으면서 오랜 학습과 연구 시간을 깊숙이 품고 있다는 사실을 선명하게 보여주었고, 스스로의 경험적 구체에 정성을 들인 점도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당선의 기쁨을 함께 하지 못한 응모자 여러분의 정진을 기원하면서, 당선자들이 시인 혹은 비평가로서의 가능성을 한 차원 높이 구현해가기를 마음 깊이 기대해마지 않는다.

 


당선소감

시 부문  - 김정희

타자의 밑바닥에 닿을 수 있도록 부지런히 질문하는 시를 쓰겠습니다

  처음, 시를 쓰려는 마음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시가 저를 외면하지 않는 한 저 또한 시를 외면하지 않을 거라는 다짐을 하기도했습니다.

  모든 시인들의 시가 제 교과서이고 스승이었습니다. 훌륭한 시들은 제게 삶의 태도를 질문하고 있었습니다. 그 질문들을 따라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시 쓰는 일이 참 지난한 작업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시가 곧 삶이라는 것 또한 함께 왔습니다. 시는 나로부터 생산되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지만 보편적인 삶의 방식이 묻어나는 세상 읽기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삶의 태도가 객관화되어 타자의 밑바닥에 닿을 수 있도록 부지런히 질문하는 시를 쓰겠습니다.

  ‘일생 탐구하고 싶은 것 하나를 가지고 사는 일’ 그 자리에 시를 놓겠습니다.

  오늘도 시밭을 꾸리고 있을 ‘시얼’ 동인들과 ‘결핍이 에너지’라고, 인간과 세상을 향한 시선을 일깨워주시는 지도 교수님, 함께 할 수 있어서 고맙습니다.

  부족한 글 뽑아주신 ‘쿨투라’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귀한 기회의 끈 놓지 않고 열심히 쓰겠습니다.

 

음악평론 부문 - 김지영

영화를 빛나게 하는 클래식 음악, 그 가치를 전달하는 가교역할을…

  클래식 음악을 즐겨듣는 사람들은 흔하지 않다. 쉽게 대중과 만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시대와 역사를 지나며 이어져 온 클래식 음악은 귀를 즐겁게 하는 것을 넘어서 다양한 문화적 이해를 주며, 내면을 치유하는 깊은 감동을 준다. 여전히 대중과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는 것에 안타까워하던 중 영화 속 클래식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직접 공연장에 찾아가서 음악회를 볼 수도 있지만, 이미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 클래식 음악들은 대중들에게 알게 모르게 흡수되기도 하고, 특정인들에게는 클래식에 관심을 가지도록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음악 전공자로서 무심코 지나가는 많은 배경 음악들이 큰 의미와 복선을 갖고 있으며 영화의 스토리를 부각시키고 있음을 알려주고, 음악의 가치를 전달하는 가교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성악 전공자로서 파바로티와 칼라스는 항상 우상과 같은 존재였다. 그럼에도 작곡가나 음악 에 대한 공부가 앞서서 연주자에 대한 정보는 따로 찾아보기 어려웠다. 부러움의 대상인 그들이 세기의 성악가로 치러내야 했던 고된 인생 자체에 대한 이해도 많지 않았기에, 다큐멘터리 영화는 필자에게도 많은 감흥을 주었다. 영화를 통하여 그들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며 그들이 음악에 담아내고자 한 의미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연주되는 영상들은 새로운 활력을 주었다. 열정적인 인생과 노래가 주는 감동은 음악 전공자들뿐 아니라 대중들도 깊이 공감할 수 있으리라 여겨졌고, 음악이 어떤 의미인지 다시금 돌아보게 했다. 세기적 스타들의 고뇌와 번민은 어쩌면 그 아래서 빛을 보지 못한 수없이 많은 예술가에게는 사치스럽게 생각될 수도 있겠다. 예술가로 살아가는 고난과 예술 자체의 어려움이 예술에 대한 열정을 빛바래지게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고의 음악은 이처럼 가슴 뛰게 하는 에너지로 삶을 풍요롭게 하고 있다. 이 감동을 글로써 공유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문학 평론 부문 - 김경훈

문학을 통해 저의 삶은 위로받고 있습니다

  처음 문학을 마주하게 된 계기는 스스로의 삶을 위로하고자 함이었습니다. 제 삶이 휘청이는 순간을 문학을 통해 버텨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문학에 대한 애정이 깊어질수록 괴로움도 함께 생겨났습니다. 요령부득인 제가 문학과 함께 하는 삶을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쓰는 글은 이러한 괴로움의 편린들입니다.

  설익은 결과물을 내놓았다는 생각에 부끄러움이 앞섭니다. 아마 앞으로도 이러한 감정은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부끄러움의 한편에 문학에 대한 저의 애정과 감사가 인정받았다는 기쁨도 함께 존재하고 있습니다.

  당선에 부쳐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 분들이 있습니다. 우선 모자란 글에서 가능성을 발견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부디 그 선택에 누가 되지 않도록 정직하고 우직하게 글을 써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문학의 길을 열어주신 안남연 선생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선생님이 안 계셨다면 제가 문학을 마주할 일도 없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의 옆에서 묵묵히 제가 가진 문학에 대한 열정을 응원해준 아내에게도 감사와 사랑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외에도 많은 분들이 지금 이 순간의 제가 있기까지 도움을 주셨습니다. 일일이 열거하진 않지만 그분들에게도 심심한 감사를 전합니다.

  괴롭다고 표현했지만 여전히 문학을 통해 저의 삶은 위로받고 있습니다. 제가 받은 이 위로를 많은 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 《쿨투라》 2020년 3월호(통권 69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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