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월평] 모노로그monopolylogue
[공연 월평] 모노로그monopolylogue
  • 최교익(연출가, 신한대 교수)
  • 승인 2020.04.02 1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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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나무 – 그림 위를 걷는 여자

 무대예술 중 대다수의 연극은 2인 이상의 배우가 등장해, 갑론을박! 자신의 입장과 환경이 만난 상황에서 타인과의 갈등을 빚는다. 사실 이러한 방식은 연극에 국한되지 않고 뮤지컬과 드라마, 영화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등장인물이 하고자 하는 것을 제한하는 방해자가 나와야 갈등이 만들어지고 극이 점점 고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등장하는 인물간의 마찰로 갈등을 형성하지 않고 구조적으로 해결하는 연극도 있다. 우리는 배우 1인이 등장하여 관객과의 소통으로 (어쩌면 소통하지 않고) 이끌어가는 극을 ‘모노로그’라고 한다 .

 필자가 알고 있는 모노로그의 대표작은 <빨간 피터의 고백>이다. <빨간 피터의 고백>은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를 각색한 작품이다. 아프리카 밀림에서 잡혀와 서커스 스타가 된 원숭이 빨간 피터가 학술원 회원 앞에서 스스로의 인간화 과정을 보고하는 형식인데, 억압적 현실에 순응하는 것을 자유라 착각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진한 페이소스와 쓴웃음을 안겨준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70~80년대를 풍미했던 연극배우 고故 추송웅 씨의 대표작으로 유명하다.

 2020년, 또 다른 모노로그가 관객에게 선보인다. 세라핀 루이Séraphine Louis(1864-1942)의 일생을 그린 연극 <천국의 나무–그림 위를 걷는 여자, 세라핀>이 2020년 2월 20일(목) 대학로 동양예술극장 3관에서 개막된다. 연극 <천국의 나무–그림 위를 걷는 여자, 세라핀>은 세라핀 루이(Séraphine Louis,1864-1942)의 열망과 척박했던 인생을 모노로그 형식으로 풀어낸 드라마이다. 절망의 시간 속에서 스스로 존재하고자 노력했던 프랑스 여류화가 ‘세라핀 루이’의 거칠었던 삶과 그림에 대한 그녀의 열망을 다룬 작품으로 창작집단 일각의 대표 이광복이 작/연출하고, 김담희 배우가 세라핀 루이 역을 맡아 열연한다. 삶의 무게와 고된 인생의 과정을 이보람 연주자를 통해, 보다 강렬하게 느낄 수 있다. 단 한 명의 배우와 단 한 명의 연주자가 출연하는 이번 작품은 ‘인간을 인간으로서 존재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명제를 관객들에게 던진다.

김담희 배우

 작품은 배우 김담희의 독백에서 시작과 끝을 맺는다. <연극집단 반> 소속으로 활동 중인 김담희 배우는 다양한 작품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생동감 있는 인물을 창작하는 배우로도 유명하다. 2015년 제2회 서울연극인대상 연기상 수상에 빛나는 그녀는 연극 <천국의 나무 - L’arbre de Paradis. 그림 위를 걷는 여자, 세라핀>으로 생애 처음 모노로그에 도전한다. 연극과 연기에 대한 무한한 열정과 갈망, 그리고 삶에 대한 김담희 배우의 시선과 경험이 극의 주된 감정이다. 그녀는 척박한 삶 속에서도 자신의 믿음을 지켜내며 묵묵히 걸었던 ‘세라핀 루이’의 삶을 더욱 생생하게 표현함과 동시에 관객들에게 많은 질문을 던질 것이다. 그녀의 연기를 더욱 빛나게 해줄 이광복 연출은 중국희곡학원에서 경극연기로 학·석사를 마치고 2015년부터 한중 창작공연 교류 및 중국에 한국 공연을 소개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광복 연출
이보람 연주자

 이광복 연출은 배우 김담희를 무대에 홀로두지 않았다. 연주자 이보람을 김담희의 페르소나로 연출하여 밸런스와 앙상블을 표현한다. 이보람은 연극 <천국의 나무 - L’arbre de Paradis . 그림 위를 걷는 여자, 세라핀>에서 단순히 연주자의 영역을 넘어서 김담희 배우와 함께 무대 위에 있다. 그녀의 연주는 배우의 시선으로 세라핀 삶의 굴곡들을 표현하고 있다. <천국의 나무 - L’arbre de Paradis . 그림 위를 걷는 여자, 세라핀>는 배테랑 배우 김담희와 한국의 정서를 바탕으로 드넓은 중국의 기상까지 겸한 이광복 연출의 세심함, 연주자 이보람의 감각이 더해져 더욱 기대되는 연극이다.

 

 

* 《쿨투라》 2020년 3월호(통권 69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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