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다
[Book review]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다
  • 손희(본지 에디터)
  • 승인 2020.04.2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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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나 시네 에세이 『영화로 세상보기』

  영화평론가 유지나 교수가 지난 몇 년 동안 ‘호모 루덴스 프로젝트’로 수행한 글쓰기와 영화들을 재구성해 진행한 ‘씨네 토크’, ‘씨네 콘서트’ 등에서 나눈 흔적을 모아 시네 에세이집 『영화로 세상보기』를 출간하였다.

  저자는 십여 년간 당대 상황을 다루는 시사 칼럼을 여러 매체에 써오면서 현실과 영화가 하나처럼 여겨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시사 칼럼 글쓰기가 영화평의 경계를 넘어선 ‘시네 에세이’로 발전한 것이다.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나누어 보는 시각은 존재해왔다. 이를테면, “그건 그저 영화일 뿐이야.”, “영화와 현실은 다른 것 아닌가요?”라는 말도 이상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내겐 그 반대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 십여년에 걸쳐 당시 상황을 다루는 시사 칼럼을 여러 매체에 써오면서 벌어진 상황이었다. 정작 칼럼 글쓰기를 하다 보니 내겐 현실과 영화가 하나로 돌아가는 경험이 발생한 것이다. 영화를 보듯이 세상을 보노라면, 현실적 아픔과 서글픔도 코믹한 부조리극처럼 보이기도 한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한 찰리 채플린의 명언이 감각적으로 다가온다. 그런 맥락에서 내겐 시사 칼럼 글쓰기가 영화 텍스트에 초점을 맞춘 영화평의 경계를 넘어선 ‘시네 에세이’ 형태로 다가온 또 다른 기회처럼 보인다.- 머리말 중에서

  영화라는 프리즘을 통해 들여다본 세상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에 관한 그만의 자유스러운 문장이 돋보인다. <82년생 김지영>, <설국열차>,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등 영화평을 통해 시대와 세대 차이 넘기, 4차 산업혁명을 넘어 코즈모폴리턴으로 살아가기, 연대의 미학을 제시한다.

  저자는 “어떤 영화는 ‘현실’처럼 다가온다. 볼거리로가득한 테마파크로서의 영화가 아닌 진짜 존재할 것만 같은 현실로서의 영화. 그런 영화를 마주할 때면 스크린에서 어떤 생기와 활력을 발견하게 된다.”고 고백한다. 이처럼 유지나의 글은 ‘영화의 진짜 살아있음’을 꽃피운다. 그녀는 영화라는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결국 자기 자신을 들여다본 것이다. 그 모든 과정의 일들을 사무치지만 담담한 어조로 풀어낸다. 그녀가 오랜 시간 현장 영화평론가로서, 교수로서 사랑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세기 전, 개화기 조선 여성으로 예외적인 고등교육을 받으며 전방위 예술가로 활동하던 나혜석은 서울 용산시립 병원에서 5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개인적 능력에도 불구하고 여성이기에 고통스런 인생길에 들어선 나혜석은 누군가의 아내나 엄마 이전에, “여자도 사람이외다”라고 선언했다. 바로 그 외침이 김지영의 아픔과 절규로 반복되는 중이다.
- 본문 15쪽

  하루에도 수차례 속보가 터져 나오는 충격적이고 아픈 현실 에너지가 주말 광장예술로 만발하고 있다. 2015년 말 〈내부자들〉은 영화 세상과 현실 세상의 교집합을 보여 줘 커다란 흥행 성적을 거두었다. 그런데 〈내부자들〉은 오히려 (부패한) ‘현실 미화’ 영화라는 네티즌들의 재평가도 퍼져나가고 있다. 이 영화의 명대사로 꼽히는 언론사 주필의 “민중은 개·돼지입니다”란 말이 현실 세상에서 교육부 관료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사건도 발생했다. 영화와 현실이 뫼비우스 띠처럼 하나로 연결되어 돌아가는 현실영화판이다.
- 본문 51쪽

  저자는 “칼럼 글쓰기를 하다 보니 내겐 현실과 영화가 하나로 돌아가는 경험이 발생했다. 영화를 보듯이 세상을 보노라면, 현실적 아픔과 서글픔도 코믹한 부조리 극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말한다. 또한 “내겐 칼럼 글쓰기가 영화 텍스트에 초점을 맞춘 영화평의 경계를 넘어선 ‘시네 에세이’ 형태로 다가온 또 다른 기회처럼 보인다”고 설명한다.

  유지나의 신작 『영화로 세상보기』에 실린 글들은 영화의 ‘비평’(criticism)을 곁들인 인생 ‘에세이’(essay)이다. 살아있는 이미지와 자유로운 활자의 스파크. ‘시네 에세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발굴한 유지나의 눈부신 영화경(景)은 가장 그녀다운 ‘자유로운’ 글쓰기로 볼 수 있다. 그래서일까, 우리들은 자꾸만 그녀의 시네 에세이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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